이 돌이 무슨 뜻이뇨?
동물과 사람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귀소 본능일 것입니다.
회귀 본능이라고도 칭하기도 하는 태어난 장소와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은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동물과 같으면서도 차이가 있는 것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곧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런점에서 옛날 어른들이 부모가 돌아가시면 효자, 효녀가 된다고 하는 말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삼 느끼게 됩니다.
몇해 전부터 수십년 목회자 아내로 살아오다가 은퇴를 하시고 양구에 집을 짓고 자리 잡은 할머니 사모님이 저희교회를 출석하십니다.
성결교단에서 평생을 목회하셨기에 본 교회는 성결교회로, 대 부분의 주일은 가까운 고향교회에 힘을 보태 주시려고 열심히 예배의 자리로 나아오시는 분입니다.
코로나 이전 부군 목사님께서 하늘나라로 이사 하신 후 군내의 시 창작반에서 만학의 열정을 불사르시더니 지난 22년에 문학세계에 시 부분에 신인상으로 등단하신 시인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시련과 풍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듯이 시인 할머니의 가슴속에는 남 모르는 한 덩어리가 웅크리로 있었습니다.
한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소천하신 모친과 6,25 전쟁 때 학도병으로 끌려가 생사를 알길 없는 친정 오빠를 향한 애절함과 그리움이 한이 되셨나 봅니다.
간혹 이런저런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목사님! 내가 시인이 될 수 있은 요인 중에는 어머니의 생전 한과 넋두리 때문이라오”하십니다.
실례로 할머니 사모작의 첫 작품인“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시를 보면 작고 하신 어머니에 대한 내용들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살 같이 빠른 세월의 흐름속에 이제 당신이 모친께서 생존하시던 연배가 되었음에도 자당에 대한 회고를 하시면 눈가가 촉촉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수년 전 어느 날! 자택 옆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글귀를 새긴 큰 돌을 세워 놓았다며 북녘에 끌려간 오빠를 그리워 하셨습니다.
지난 주중에 큰 돌 옆에 또 다른 조형물석을 다음 주에 설치할 예정이라며 방문해 주기를 요청하셨습니다.
생전에 쌓인 한의 응어리를 풀어 놓고 싶어하시는 그 마음을 알기에 약속한 날짜에
댁을 찾았습니다.
터를 닦고 세운 기념비에는“통일을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시를 새겨 놓았고, 뒷면에는 부군 목사님과 자녀들을 새겨 놓았습니다.
기념비에 새겨진 시에는 모친과 오빠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통일을 기다림”-오빠 최형구를 그리며-
<해마다 맞이하는 6,25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네/ “어머니, 두 동생 데리고 잘 있어요. 바늘 같은 이 한 몸 꼭 돌아올게요./ 학생모 만지며 인사하며 걸어간 제방 둑길 그 얼마나 눈물 흘렸을까/ 그 모습 그리시며 우시던 어머니
새싹은 보이지 않아도 다시 돋아나는데 내 아들은 언제 오려나 보고 싶구나/
북쪽에서 바람만 불어도 아들 스친 바람인가 눈물 짓던 어머니/
아들 생일이면 초승달 바라보며 너도 저 달을 보고 있겠지
부모 형제 그리워 울고 있겠지. 버꾸기 울음소리에 어미 가슴 무너지네/
자꾸만 버꾸기 우느구나! 옥자야 나는 죽어 새가 되어 오빠 보러 가면 좋겠구나/
딸 마음 아플까 봐 아프단 말 한마디 안 하시고 좋은 계절 좋은 날 언제나 아들 보려나 밤마다 남 몰래 우시다가 그만 긴 잠 드셨네. 그만 긴 잠 드셨네/
어머니 그 서럽던 통일은 언제 오려나>(크리스마스 선물/최옥자 시집, 느륵북)
전쟁의 비극을 온 몸으로 겪어 오신 할머니 사모님의 눈물과 한을 돌에 새기며,
요단강을 건너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이스라엘 자손에게 영원히 기념하게 하려고 돌을 세웠던 여호수아 세대들의 모습이 교차되었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경우가 다르지만, 이산가족의 한과 응어리, 그리고 그러한 아픔을 믿음으로 이겨내 오신 지난 겹겹의 세월을 더 이상 후손들이 재현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기도가 담겨져 있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죽고 싶어도 보고 싶어 못 죽고 통일 기다린다오. 내일 또 다시 내일을 기다린다오. 도우소서 하나님 늙어가는 창동 할매 좀 도와주소서.>(통일이라는 시 부분)
통일을 염원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기도하는 창동 할매 사모님의 기도를 하늘의 하나님께서 속히 응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첫댓글 하나님의 때가 되어 부르심을 받은
남편 목사님도 그립겠지만
나라를 위해 학도병으로 일어섰다가
다시 그 얼굴 보지 못하는 아들이
가슴에 한이 되어 응어리 졌을 어머니
그 아리고 아린 마음
당해보지 못한 사람이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 할머니 사모님
주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영육이
주님의 은혜아래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