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부담스럽다면 일상 속 ‘가을 소풍’가기
2023.09.14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집니다. 여름동안 더위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편히 내려놓을 수 있는 가을하늘 아래. 하지만 일상 속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멀리 여행을 하기는 부담스럽기도 한데요. 그래서 편안하게 산책하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잠깐의 ‘가을 소풍’을 참 좋아합니다.
운치 있는 가을 고궁의 정취, 수원 화성행궁
이미지 출처: 수원문화재단
서울에서 멀리 가지 않고 드라이브하며 나들이를 할 수 있는 곳,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성벽을 따라 산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수원 화성행궁입니다. 화성은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팔달산 안으로 포근하게 싸인 느낌이 매력적인 이 곳. 가볍게 산책하다 성과 동북쪽 모퉁이에 솟은 바위 위에 자리 잡은 방화수류정으로 가봅니다. 방화수류정은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는 뜻으로, 정자 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황홀한 자연경관이 펼쳐집니다.
계단을 내려가 연못 근처에 자리를 펼쳐볼까요? 성벽 안의 작은 호숫가에 앉으니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강렬한 햇살을 받으며 행궁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음료 한 모금은 지친 몸을 금세 달래줍니다.
가을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면, 전주수목원
이미지 출처: 전주수목원홈페이지
전주한옥마을과 더불어 산책하기 좋은 곳. 전주수목원은 가을에 딱 떠나기 좋은 곳입니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불가피하게 훼손될 처지에 놓인 나무와 야생화들을 가져와 만든 곳이라 더 의미가 있는 전주수목원. 가을 꽃 뿐만 아니라 생소한 풀과 나무들까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넓은 잔디광장을 지나면 분홍빛으로 곱게 물든 코스모스길 옆으로 잠깐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나옵니다. 평상 위에 도시락을 펼치고, 저마다 아름다운 빛을 내는 꽃과 나무들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더 깊고 진하게 몸속으로 스며드는 듯합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기분 좋게 내리쬐는 햇살,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쉬어 가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입니다.
붉게 수놓은 하늘, 광나루한강공원
이미지 출처: hangang.seoul.go.kr
따뜻한 햇살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에 한강공원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로 북적거리죠. 그중 서울 동쪽에 위치한 광나루한강공원은 가장 한적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어 좋아하는 쿠키와 커피, 책 한 권을 들고 집을 나서봅니다.
특별히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한강을 따라 산책하고 나무 그늘에 앉아 쉬었다 가기 좋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떨며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아이들,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만나니 평화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잔디 위에 자리를 깔고 해를 등지고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곱씹어봅니다.
살짝 지루해질 즈음 길을 따라 올라가 광진교를 걷는 것도 좋습니다.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보행자 도로와 신호등이 있어 가볍게 걷기에 알맞은 곳이죠. 다리 위에서 노랗게 물들어 가는 세상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계절 그대로 물들다, 부산시민공원
이미지출처: 부산시민공원 홈페이지
일제강점기부터 미군기지까지 100억년 동안 타국의 땅이었다가 시민들의 노력 끝에 마침내 부산시민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온, 부산 시민의 애환이 담긴 역사적인 공원입니다. 부산 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좋고 노약자와 어린아이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쉼터로 그만이죠. 공원 입구부터 천천히 숲길을 산책하며 걸어보고, 힘들면 분수 아래서 잠시 더위를 식혀봅니다.
노랗고 붉은빛을 뽐내며 반기는 꽃과 나무들, 아직 푸른 잔디도 지친 우리의 마음을 녹여주는 듯합니다.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펼치면 피크닉 준비 끝. 가족들과 계절을 느끼며 여유를 한껏 누리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다른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풍경을 만나곤 합니다.
일상 속 휴식이 필요한 순간, 한 주 간 수고한 나에게 소풍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찰나와 같은 소중한 계절 가을에 파란 하늘과 붉은 노을이 당신의 마음에 포근한 위안을 줄 것입니다.
{행복한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