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할아버지 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을 인연이라 합니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표현하지만, 만남의 연은 특별할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 만남도 중요하지만 그리스도안에서의 인연은 소중합니다.
지극히 작은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비유 말씀을 생각해보면 주안에서의 만남을 아름답게 가꿀 책임은 우리들에게 있습니다. <목사님 000집사예요 저희 시아버님께서 폐렴이 심해서 양구 성심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계시는데 기도가 절실해서 부탁드립니다.>
성탄절인 지난 25일 이른 아침에 받은 카톡입니다. 본 교회 교우는 아니지만 타 지역에 사시는 분이 양구 관내이기에 기도와 관심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고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성탄예배를 마친 후 아내와 병원을 찾았습니다.
응급실이라 하여 단순한 노환이실 것으로 여겨 찾아갔는데, 직원분이 알려준 장소를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께서 누워계신 곳은 일명 호스피스실 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임종을 앞둔 분들이 가족과 마지막으로 보내는 장소에 누워계신 모습을 뵈며 심란해 졌습니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의 상태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때 무렵,“목사님! 아버님 혈압이랑 산소포화도 조금 좋아 지셔서 일반 병실로 옮겼어요. 심방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이라는 연락에 그나마 한 숨 돌렸습니다. 다음날 오후 읍내를 나가며 병실을 찾았더니 여전히 할아버지께서는 큰 호전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몇몇 어르신들의 마지막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기에, 할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족들에게 전하며 언젠가 산부인과 의사분이 라디오에서 하신 말을 들려 주었습니다.
“인체 중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닫히는 것이 눈이 아니라 귀”이기에 병실에서 말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흔히 눈을 감는다 라는 표현으로 마지막 순간을 묘사하는데, 눈보다 귀가 가장 먼저 열리고 또한 가장 늦게 닫힌다는 의사적 소견을 듣고서 계시록에서 왜 “귀 있는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으라” 하셨는지가 절감되었습니다.
그리고 28일(목) 아침, 노회 회의가 있어서 원주를 다녀와야 하기에 이른 아침 병원을 찾았습니다. 혼자 계신 할아버지 곁에서 찬송하고 말씀을 들려 드리며 기도한 후 원주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도중 집사님께로부터 조금전 시부께서 본향으로 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병실에서 나온 후 약 10-20분 사이에 할아버지께서 하늘의 부름을 받으신 것입니다.
자부되시는 분은 마지막 임종 예배를 드려 주었다며 감사 인사를 하는데, 목회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다했다는 생각에 보람과 긍지를 가졌습니다. 하늘이 할아버지는 딸 아이가 태어나서 4살 때 까지 같이 자랐던 아기 시절 친구의 조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에 처음 뵈었던 어르신인데,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은 법 없이도 살 만한 순박한 분들 이셨습니다. 전형적인 강원도 산골 분으로서, 어린 시절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셨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체득했던 당신의 경험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다하신 어른입니다. 한번은 하늘이네에 놀러갔더니 할아버지께서 당신이 살아오신 삶의 일부를 들려주시는데, 그 옛날 가족부양의 책임 감당을 위해 하천의 제방 쌓는 일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큰 돌을 둘이서 메는 목도를 했는데, 피멍이 들고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았지만 가족을 위해 이겨 내었노라는 무용담(?)이 젊은 목회자에게는 꽤나 인상 깊었나 봅니다. 선한 얼굴로 저희를 맞아주시며 귀가 할 때는 무엇이라도 들려서 보내시려는 따뜻함이 지금껏 남아 있습니다.
딸 아이의 애기 시절 뵈었던 분의 인생 마지막 길을 본의 아니게 배웅할 수 있어서 목회자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하늘이 할아버지! 고단하고 지난했던 이 땅의 삶을 내려놓으시고 예수님 품안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더불어 부친과의 이별 앞에서 황망해 하는 유가족 분들 위에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또 내가 들으니 하늘에서 음성이 나서 이르되 기록하라 지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 성령이 이르시되 그러하다 그들이 수고를 그치고 쉬리니 이는 그들의 행한 일이 따름이라 하시더라(요한계시록 14:13)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
첫댓글 늘 귀한 사역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