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_Tobias Baumgaertnerⓒ #tobiasvisuals
호주 남부와 뉴질랜드 해안에서 발견되는 쇠푸른펭귄은 이름처럼 머리와 등의 털이 회색 빛 도는 푸른색이다. 눈동자도 파란색이다. 평균 키가 33센티미터로 작기 때문에 요정 펭귄, 꼬마 펭귄이라 불린다. 몸무게도 가벼워서 사람이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이다. 해마다 개체수가 줄어들어 멸종위기 관심 대상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18종의 펭귄 중에서 가장 작고 귀여운 이 요정 펭귄은 동족끼리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리고 동물계에서는 드물게 일부일처의 짝을 이룬다. 평생 동안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에게 충실하며, 도중에 짝을 잃으면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남은 생을 헤쳐 나간다. 다른 펭귄 종과 달리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낮 동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물속에서 보내고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을 보인다.
어느 날부턴가 요정 펭귄 두 마리가 해안가 바위에 올라서서 남반구의 런던이라 불리는 멜버른 시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젊었을 때는 깃털이 밝은 푸른색이고 세월이 지날수록 바랜 남색을 띠기 때문에 젊은 펭귄과 나이 든 펭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 펭귄은 거의 서로를 껴안은 것처럼 가까이 서서 도시의 먼 불빛을 바라보았다.
이 펭귄 서식지의 자원봉사자에 따르면, 둘 다 최근에 짝을 잃은 펭귄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하는 짝을 잃은 슬픔을 지느러미 모양의 짧은 날개로 말없이 서로를 위로해 주고 있었다. 독일인 사진작가 토비아스 바움개르트너가 요정 펭귄 무리와 3박을 보내며 이 감동적인 모습을 촬영했다. 조명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두 작은 펭귄이 서로의 등에 날개를 문지르고 서로를 닦아 주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가 매우 어려웠다.
"두 마리 펭귄은 밤의 고요 속에서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위안을 얻으며 몇 시간 동안 인근 도시의 춤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라고 토비아스는 인스타그램에 적었다. 두 펭귄이 서로를 돌보는 방식은 전체 펭귄 서식지에서 매우 두드러졌다. 다른 펭귄들이 잠을 자거나 뛰어다니는 동안, 그 둘은 그저 거기에 서서 서로의 등에 지느러미발을 얹고 있었다. 이 사진은 영국 잡지 오셔노그래픽 매거진이 선정한 2020년 해양 사진상을 수상했다.
늙은 펭귄은 떠난 짝과 몇 년을 함께 보냈을까?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바닷속 모험의 기억이 남아 있을까? 깃털 색 진한 젊은 펭귄은 어떻게 짝을 잃었을까? 포식자와의 비극적인 마주침이었을까, 위험한 수중 여행이었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이를 앗아간 소리 없는 질병이었을까? 바다가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매일 밤 두 펭귄이 바위 위에서 만나 가만히 서로를 위로한다는 사실이다.
두 펭귄을 지켜본 토비아스가 말하듯이,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삶의 시간은 아직 쉽지 않다. 가장 운 좋은 사람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사람이다.
- 류시화 Shiva Ryu /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중에서
첫댓글 글 제목이 없이 올린 글이라 옮긴이가 임의로 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