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속에 담긴 마음
목요일 오전! (5,23) 집사님 댁에서 싱싱한 상추를 얻어 오다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뜸“목사님! 0 장로에요.”하시는데 순간적으로 알아듣지를 못했습니다.
연이어“ 목사님, 요즘도 왕성하게 오지랖 사역하고 있으시죠?”라는데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지인 장로님이셨습니다.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느냐고 묻자, 이분이 아는 분께서 선한 일에 물질을 흘러보내시는 장로님이 계신답니다.
그분이 보내오신 물질이 있는데, 점심에 잠깐 얼굴도 볼 겸 만나서 전달했으면 하시는 겁니다.
약속 시간을 정하고 장로님께로부터 맛있는 막국수를 대접받았습니다.
안부 인사와 더불어 이런저런 담소 끝에 봉투 하나를 건네주셨습니다.
같은 노회내의 어느 은퇴 장로님 한분께서 선한 일을 위해 힘껏 물질을 흘러 보내신다 합니다.
몇 차례는 전달해 주신 장로님께서 사시는 지역에 흘러 보내었는데, 이번에는 제가 생각이 났다는 것입니다.
오지랖 사역이라는 깃발을 열심히 흔드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며 은퇴 장로님께서 보내 주신 물질에 부인 권사님과 상의를 한 후, 장로님 가정에서도 조금 더 보태어서 전달한다는 사연을 들려 주셨습니다.
사실 장로님의 전화를 받으며 내심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근래에 통화를 한 어느 목사님 가정 때문입니다.
40대 초반에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 강원도 산골의 미자립 교회에 부임을 하였고,
지난 10년 동안 자립 대상교회를 지켜 오며 한세월을 보낸 분입니다.
10년의 세월 동안 작은 산골교회를 활성화 시키려고 이런 저런 목회적 시도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귀하다 생각되었던 분입니다.
그런데 근래에 타 지역에서 홀로 사시던 80대 초반의 아버지께서 암 수술을 받으셨다 합니다.
장남의 위치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후 작은 자립대상 교회를 섬기고 있으니 그야말로 가정에서의 입지는 뻔하다 하겠습니다.
한국적 상황에서 장남이라는 위치가 져야 할 무게와 책임감이 있는데, 편찮으신 아버지 뒷바라지를 시원하게 감당하지를 못하는 그 마음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러한 형편을 전해 듣고서 조금이라도 거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던 차에 지인 장로님의 전화는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았습니다.
장로님과 헤어지며 차 안에서 봉투 속의 내용을 확인했더니 5만원 권 10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귀가 길에 은행에 들러 본 교회 이름으로 전액을 송금하면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야말로 신나는 달밤이라 해야 할까요? 이런 이들을 경험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기분좋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보잘 것 없는 시골 목사를 믿어 주고 위해서 기도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물질이 흐르도록 하는 도구로 사용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은퇴 후의 삶도 녹록하지 않을터 임에도 약한 이웃들을 위하여 금쪽같은 물질을 흘러보내 주신 장로님이나, 받은 물질에 자신들의 물질을 보태어서 타 교회 목회자의 사역에 동참해 주시는 장로님의 섬김은 그야말로 예수쟁이들이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특별히 전달해 주신 장로님은 바쁜 농사철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약 30여분의 거리를 달려오셨고, 심지어 맛난 점심까지 대접해 주신 것이니 일반적 기준으로는 이해 불가인 모습입니다.
오롯이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낮은 자의 자리에 서기를 기꺼이 감내하는 장로님의 섬김을 대하며 기분좋은 오후를 시작합니다.
18. 그러면 무엇이냐 겉치레로 하나 참으로 하나 무슨 방도로 하든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이로써 나는 기뻐하고 또한 기뻐하리라
(빌립보서 1:18)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 산골 마을 미자립 교회를 10년째 섬기시는 목사님의 부친 대장 2차 수술 비용이 최소 150만원이 든답니다. 혹시라도 십시일반 하는 마음으로 물질을 흘러 보내 주실 분은 010-5532-5935(이도형 목사)에게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