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 김치 집사님
코로나를 경험하기 몇 해 전부터 일 년에 한차례씩 초음파 무료진료로 섬겨 주신 외과 의사분이 계십니다.
지난해까지는 전염병으로 인하여 약 3년 동안은 꿈도 꾸지 못했던 의료 봉사였기에 “이제는 더 이상 교우들과 주민분들에게 혜택을 드릴 수 없겠구나” 하며 거의 체념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초순경의 어느 날! 원장님께서 “올해에는 초음파 무료 검사를 하러 양구에 갈까 하는데 어떠냐”는 겁니다.
“저희야 두 손 들고 환영이죠!” 라며 8월 둘째 주로 날짜를 정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둘째 주일 오후 교우분들과 마을 주민분들 약 35명이 무료 진료 혜택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특별한 이상 없이 지나갔는데, 할머니 교우 2분이 조금은 이상하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그중에 한분은 당장 내일이라도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으시기를 권하셨습니다.
급하게 자제분에게 연락을 취하여 다음날 수원의 한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한 결과 복수가 차는 것과 빠른 치료를 요한다는 1차 소견이 나왔습니다.
응급실을 경유하여 입원하고 사흘 동안 계속하여 정밀 검사를 할 만큼 할머니 집사님의 상태는 여의치 않음을 자제분과의 연락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시골 교회 목회자로 사노라면 교회내의 대부분 어르신들이 목회자 가정을 자식처럼 품어 주고 섬겨 주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챙겨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입원하신 분이 그중의 한분입니다.
이분의 입장에서는 아들이 낯선 타국 땅인 몽골이라는 나라에 선교사로 약 14년 전에 파송되어 가 있으니 목회자 가정이 더 살갑게 느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교회내의 어르신들을 반(半) 자식의 마음으로 섬기겠노라는 결심을 가졌기에 몽골에 파송된 선교사님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나름대로 신경을 쓰며 살아왔습니다.
타국땅에서 살아가는 아들을 챙기는 마음으로 봄, 가을이면 열무를 재배하여 김치를 버무려서 한 통 가득히 장만해 주셨던 분입니다.
요즘처럼 먹거리가 넘쳐 나는 세상에 마음만 먹으면 읍내에 있는 반찬 가게에 가면 열무 김치는 구할 수 있는 시절입니다.
그런데 집사님께서 담그 주시는 김치와 가게에서 구입해서 먹는 김치는 차원이 다른 맛과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 하겠습니다.
때에 따라서 “목사님! 김치를 조금 담그었는데 잠깐 들렀다 가세요”라는 연락이 오면 아내가 제일 좋아합니다.
오랜 지병으로 그동안 많이 버거워하셨지만 그래도 잘 견디셨는데, 갑자기 복수가 차는 증상으로 입원하신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심란해집니다.
농촌교회 목회자로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살아가면서 힘든 점 가운데 하나는,
부임할 당시는 그래도 괜찮던 분들이 이마와 머리에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은 모습들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말하기를,“인생의 황금기는 갓난 아이와 사고 뭉치인 자녀들을 키울 때”라는 말의 진의를 살아갈수록 느끼게 됩니다.
품속의 자녀라는 말처럼 아이들이 독립하게 되면 어느새 자신의 몸의 변화를 느낄 만큼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를 자문하게 됩니다.
열무 김치 집사님께서 하루 빨리 연약함에서 벗어나고 일상으로 복귀하여,“목사님! 김치를 담그 놓았어요”라며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주시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하며, 여호와 라파의 하나님께 간구하렵니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말라기 4:2)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 선교사님 모친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가 않습니다.
며칠간 정밀 검사를 한 비용이 만만하지가 않을 것 같은데, 선교사님 입장에서는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혹여라도 이 글을 보시며 십시일반 하는 마음으로 선교사님 모친의 병원비에 보태 주실 분은 010-5532-5935(이도형 목사)에게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속되는 열대야와 무더위에 건강 상하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강건하세요. 이도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