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마라
글 / 김동건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1945~) ‘멀리서 빈다’에서
이 시는 시인의 생생한 체험에서 탄생했다.
풀꽃 시인 나태주는 2007년 급성췌장염에 걸려
5개월 동안 사경을 헤매다 기적처럼 살아났다.
그 뒤로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지금 사는 곳이 천국이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천사처럼 보였다.
세상을 달관한 것이다.
마지막 구절 ‘부디 아프지 마라’가
의례적인 인사말이 아닌 깊은 뜻이 있는 이유다.
‘身外無物’이라고 내 몸 밖에 아무것도 없다.
만산홍엽도 아프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건강이 희망이며 기회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가장 평범한 것이 진리다.
다음은 나태주 시인의 일간지 인터뷰 기사이다.
달관한 삶이 느껴진다.
“나보다 앞서 성공을 거두고 뛰어났던 친구들은
지금 거의 다 죽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는 이유는
모자라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만나는 곳은 죽음 뿐인데
느리더라고 천천히 게으르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말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편이 낫다.
자신을 뒤따라오는 사람,
아래에 있는 사람,
젊은 사람,
힘없는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말라.
세상 모든 생명체에는
제 나름대로 몫이 있게 마련이고
목숨의 몫만큼 살 권리가 있게 마련이다.
모든 목숨을 가진 존재는 자유로워야 한다.”
(받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