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슴 저미는 두 마디>
송길원
3개월 만이다. 두 분이 만날 모습이 궁금했다. 마침 선들바람이 불어와 시원했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가을이 성큼 눈앞에 와 있었다. 드디어 입원실에서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아버지가 등장했다. ‘큐’ 사인이 떨어졌다. 카메라가 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 터진다. 완벽한 돌발영상이다.
어머니를 보자마자 아버지가 하염없이 우신다. 그것도 소리를 내서 우신다. 옆에 있던 증손녀 은유가 놀라 엄마 가슴을 파고든다. 지켜보고 있던 요양원 원장이 아버지를 달랜다.
“아니, 이 좋은 날 왜 우셔요?”
“서러워서요.”
인생살이 마지막, 상심이 컸을 터다. 왜 그 마음 모르겠는가? 어머니가 나서서 “이보다 더 좋은 천국이 있는데...”하고 달래지만 아버지의 울음은 그치지를 않는다. 당신이 울고만 있으면 ‘다시는 안 찾아 온다’는 어머니의 말에 겨우 눈물을 닦고 식사 자리로 이동을 한다.
아버지가 좋아하실 메뉴를 며칠 전부터 준비한 아내가 입에다 떠 넣어 드린다. 아버지는 많이 드시지 못한다. 다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음식을 권하지만 아버지는 멍한 눈으로 손주들을 쳐다보았다 며느리를 쳐다보는 것으로 끝이다.
식사 후, 즐기시던 다방 커피를 마지막으로 식사가 마무리된다. 이전의 아버지가 아니다. 손은 후들후들 떨리고 말은 흩날려 알아듣기가 어렵다. 증손녀 은유의 재롱잔치도 무대에 올리지 못한 채 1막은 싱겁게 끝났다.
입원실을 찾아 둘러보고는 또다시 작별이다. 만남은 짧았고 작별은 너무도 빨랐다. 손을 흔들고 병실을 나서는 어머니를 불러 세우신 아버지, ‘아프지 말라’고 간곡한 부탁을 한다. 이번에는 병실을 나서는 어머니가 눈물 한 주먹이다. ‘이제는 울지 말라’고 타이르는 어머니.
이 세상, 가장 가슴 저미는 두 마디다.
나는 기도한다. 내게도 임종의 축복을 내려 달라고.
“나도 너와 함께 이집트로 내려갔다가, 내가 반드시 너를 거기에서 데리고 나오겠다. 요셉이 너의 눈을 직접 감길 것이다.”(창 46:4, 새번역)
※ 첫 장면에 등장하는 이는 요양원 휴레스트의 홍관선 대표 부부다. 두 분의 정성스런 보살핌과 배려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두 분은 언제나 아들 딸만 같았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전 직원의 선물을 준비해 갔지만 왜 그런지 초라하기만 했다.
(출처- 송길원 목사 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