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팔순 노모의 전화를 받았다
애비야 곰탕 한 솥 끓여놨는디 우짤기고
올 거 같으모 비닐 봉다리 여노코
안 오마 마카 도랑에 쏟아 부삐고
이튿날 승용차로 세 시간을 달려
경북 봉화군 춘양면 본가로 곰탕 가지러 갔다
요 질 큰 거이 애비꺼
저 봉다리는 누야 요것은 막내
차 조심혀 잠 오믄 질까 대놓고 눈 좀 부치고
묵처럼 굳은 곰탕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오는데
세 시간 내내 어머니가 뒷자리에 앉아 계셨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씨그륵 씨그륵 곰탕이 울었다
차 앞 유리창이 부옇다
- 김시탁 시, ‘곰탕’
#시선
삶의 어느 순간에는 세련된 도시 말보다
돌뿌리에 채인 감자처럼 투박한
고향 사투리가 더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말 중에 어떤 것은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백수를 바라보는 분들이
무심결에 쏟아내는
고차원 영역의 사투리로 넘어가면
비슷한 정서를 지닌 동향 사람이나 이해하고
빙그시 웃을 수 있는 그런
난해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김시탁 시인의 ’곰탕‘이란 시는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어떠세요?
경상도가 고향이 아닌 분들은?
출처 - 송종선님의 페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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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 김시탁
아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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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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