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촌수를 가린다
‘똥은 촌수를 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아이를 예뻐하는 이모라도
시집가기 전 나이라면
조카의 똥 앞에서는 질색을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자녀의 똥 앞에 너무 태연합니다.
심지어 손에 똥이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치매 걸린 엄마의 똥 앞에서도
그 차이는 분명합니다.
딸은 태연할 수 있어도,
며느리는 딸만큼 쉽지 않습니다.
좋은 날에 주고받는 선물의 가격보다
더럽고 냄새나는 똥이
인간관계의 거리를 더 분명하게 나타냅니다.
배설은 인간의 기본적 생리 현상이지만
인생의 어느 특정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타인의 도움으로 그것을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연약한 인생임에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똥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나는 누구의 똥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내 똥은 누구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장담할 순 없지만....
몇몇 소중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 고마운 사람들에게 편하다는 이유로
너무 소홀히 대하며 살아온
지난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소중한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보석 같은 사람을
똥 앞에서 발견하는 참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정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