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도죠
가라아게, 오코노미야키
도죠는 성수동 번화가에서 훌쩍 벗어난 곳에 있다. 성수동 관광객이 아니라 주민과 직장인을 상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명세를 조금씩 얻고 있다. 맛있으니까. 내가 추천하는 메뉴는 가라아게다. 웬만한 닭요리를 다 좋아하지만 메뉴판에서 ‘가라아게’ 네 글자를 보면 나는 눈이 돌아가는 편이다. K-치킨에서 느낄 수 없는 얇은 바삭함이 가라아게에 있다. 의외로 가라아게 맛집을 찾기란 쉽진 않다. 튀김옷이 너무 딱딱하거나 양이 적어서 실망한 일이 적지 않다. 도죠의 가라아게는 양이 푸짐하고 튀김옷은 질기지 않고 바삭함이 강한 편이다. 성동구 최고의 가라아게 맛집이 아닐까. 하나 더 시킨다면 오꼬노미야끼를 추천한다.
[3]
성수장
간짜장, 탕수육
성수동에서 중식당 딱 하나만 추천한다면 성수장이다. 당연히 짜장면, 짬뽕, 볶음밥, 울면, 탕수육 등 기본적인 메뉴를 다 판매하는데, 내가 추천하는 건 딱 두 가지. 간짜장과 탕수육(짜장 말고 절대 간짜장). 간짜장은 얇은 면발을 쓰는데, 이 면발이 주는 효과가 크다. 한입에 면과 소스가 들어왔을 때 면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간짜장보다 적기 때문에 헤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스 맛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서포트해주는 느낌. 메뉴판엔 적혀있지 않지만 500원을 내면 계란후라이를 추가할 수 있어서 중깐(목포식 간짜장) 스타일로 먹어볼 수 있다. 탕수육은 1년 전만 해도 볶먹 스타일로 나왔는데, 언제부턴가 볶아주지는 않는다. 따로 요청하면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탕수육은 찹쌀이 들어가지 않은 단단하고 바삭한 옛날 탕수육 스타일이다. 배달 앱에 등록되지 있지 않아서 전화 주문을 해야 한다. 철가방에 넣어 배달을 하고 그릇을 수거하는 문화 유산과도 같은 식당이다.
[4]
오뚜기식품
김치찌개, 계란말이
오뚜기식품은 성수동에서 보기 드문 가맥집이다. 가맥집은 ‘가게 맥주집’의 줄임말로 전주에서 유래한 식당의 형태. 슈퍼마켓의 형태에서 간단한 요리를 판매하는 하이브리드형 술집이랄까. 슈퍼마켓이 베이스이기 때문에 자갈치, 양파링, 천하장사 등 각종 과자를 판매하고 휴지 같은 생필품도 있다. 술 마시다가 빠다코코낫 하고 먹고 싶으면 바로 뜯어서 먹고 계산하면 된다. 오뚜기식품의 시그니처 메뉴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푸짐한 양이 매력이다. ‘왕’이라고 적혀있지 않지만 왕계란말이처럼 나오는 계란말이의 가격은 겨우 만 원, 김치찌개는 7,000원이다. 야장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곳이라 요즘 같은 날씨에 방문하기에 딱이다.
[5]
닭한마리
닭한마리
직장이 성수동이라고 하면 으레 보이는 반응. “맛있는 거 많이 드시겠네요?” 입사 초기엔 그랬다. 유명한 식당이 많으니 점심때마다 투어하듯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은 입에 쉽게 물렸다. 그래서 닭한마리 같은 무난한 음식이 성수동 직장인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더없이 정직한 상호명이 인상적이다. 이름이 ‘닭한마리’라니. 간판에는 마찬가지로 닭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귀여운 닭이 웃으면서 닭을 서빙하는 기괴한 K-식당 스타일도 아니고, 한글 파일에 있는 무료 닭 이미지를 쓴 것처럼 보였다. 닭한마리의 가격은 2만 원. 닭개장, 닭곰탕, 닭칼국수는 7,000원. 어디에서도 못 먹어본 맛은 아니지만, 기본 이상을 하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소문난 감자탕이 스탠다드한 감자탕의 맛을 제공하듯, 여기 또한 그렇다.
[8]
번아웃버거
치즈버거, 푸틴
번아웃버거는 푸틴을 파는 버거집이다. 러시아의 그 푸틴(Putin) 말고 음식 푸틴(Poutine). 푸틴은 캐나다 고유의 음식이다. 감자튀김에 치즈를 올리고, 그레이비소스를 뿌린 아주 간단한 음식. 푸틴을 맛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아서 반가웠다. 우선 버거에 대해 말하자면, 오리지널 치즈버거를 먹었는데 번이 폭신폭신해서 좋았고 볶은 양파의 맛이 다른 곳의 치즈버거보다 좀 더 강하게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사이드로는 푸틴 외에 수비드한 돼지고기와 김치가 올라가는 김치 로디드 프라이도 있으니 성수동에 간다면 한번 방문해 보면 좋겠다. 이태원에는 푸틴 전문점 베스푸틴이라는 식당도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가보시길.
[9]
우리마키
후토마키
후토마키는 일본식 김밥이다. 한국 김밥보다 사이즈가 두 배 정도로 크고, 밥을 제외한 속재료의 비중도 크다. 한입에 넣기 힘들 정도로 크지만, 한입에 넣어야 입 안에서 재료가 섞이며 펼치는 황홀경을 느낄 수 있다. 우리마키는 부산에 본점이 있고 최근에 성수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햄, 크래미, 우엉조림, 맛살튀김, 오징어튀김, 오이, 당근, 양파 등이 들어간 기본 후토마키의 가격은 1만 1,000원. 생참치마키, 텐동마키, 후라이마키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간장을 쓱쓱 바르고 와사비 살짝 올려서 먹으면 입 안 가득 행복이다. 웨이팅이 많은 편이니 참고하자.
[10]
외가집
갈매기살, 김치말이국수
성수동에서 일한 지 4년이 되어서야 외가집에 방문했다. 유명한 곳이라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월요일 7시에 방문했는데 웨이팅이 11팀이었고 내 차례가 오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월요일에 누가 약속을 잡는담). 테이블 개수가 여섯 개 정도로 많지 않아서 회전율이 그리 좋지는 않다. 시그니처는 갈매기살. 특이하게도 매운 갈매기살이 있어서 두 가지를 다 먹어보았는데, 매운 갈매기살은 맵찔이가 먹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감동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순수하게 맛을 따지면 갈매기살을 추천한다. 전체적으로 고기의 질이 좋아서 누가 먹어도 만족할 만한 곳이긴 하다. 퀄리티 좋은 고기를 강한 연탄불에 굽는데 맛이 없을 리가 없지. 사이드를 하나 시킨다면 김치말이국수 추천. 다른 테이블에서는 삼겹살을 먹던데 제주산이었다. 두툼하니 맛있어 보이던데 다음에는 삼겹살을 먹어봐야겠다.
[11]
꿉당
목살, 고쿠미 쌀밥, 물회
“성수동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이 어디에요?” 웨이팅, 가격 등 부차적인 요소를 따지지 않는다면 꿉당이다. 꿉당의 본점은 신사동에 있지만 본점이 궁금하지 않을만큼 성수점 역시 훌륭하다. 대표 메뉴는 꿉살, 목살, 삽겹살. 꿉살은 돼지등갈비에 붙은 특수부위인데 한정 판매하기 때문에 오픈런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다. 지금까지 다섯 번 정도 방문했는데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15일간 숙성한 목살은 어떤 고깃집에서 먹은 목살보다 육즙이 풍부하고 살결이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숙성의 힘이다. 꿉당에 가면 일단 고쿠미 쌀밥을 시키자. 가쓰오부시 다시를 넣고 일본의 고쿠미쌀로 지은 밥인데,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밥에서 어떻게 이런 말이 날까 싶어서 눈이 땡그래진다. 그외 고추장 파스타, 강변 외할머니 된장찌개도 맛있고, 최근에 새롭게 선보인 ‘1987년생 김우준씨가 고성산 문어를 올려만든 시원한 이나니와 물회’도 고기랑 먹기에 좋다. 고기를 더 먹을 수 있도록 새로고침 해주는 역할을 한다.
첫댓글 한번가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