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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楚汉志) 1-063
始皇帝가 도착할 날짜가 가까워 오자, 궁녀들 간에는 투기가 점점 노골화 해졌다.
이제는 화장품 도난이 문제가 아니라 정체 불명의 복면 괴한이 한밤중에 궁녀들의 침실을
습격하여, 칼로 얼굴을 긁어 버리는 伤害事件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嫦娥는 다행히 평소에 인심을 얻은 덕택에 그런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동료들의 무지막지한
妬忌에는 정나미가 떨어지고 말았다. (가엾은 인생들! 하룻밤쯤 皇帝의 총애를 받아 보았자
몸만 더럽힐 뿐이지 한평생 불행하기는 모두가 마찬가진데, 왜들 그것을 모르고
서로 잡아 먹지 못해 야단들일까.) 嫦娥는 투기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아, 어느날 많은 동료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선포해 버렸다. "나는 皇帝가 오시더라도 现身을 아니하고
숨어 버릴 생각이니, 그러니까 내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말아요"
다른 궁녀들은 그 말을 듣고, 얼굴에 환희의 빛이 넘쳐 올랐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지게 된 것이 그처럼 기뻤던 모양이었다. "상아 아가씨!. 아가씨가 현신을 아니 하겠다는 것이
정말이유?" "나는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이니까, 내 말을 그대로 믿어 주세요."
상아는 그 한 마디를 남기고, 그 날부터는 숫제 뒷방에 숨어 버리고 말았다. 설사 始皇帝를 죽이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총애를 받기 혈안이 되어 있는 가엾은 궁녀들과 경쟁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그로부터 이틀 후, 마침내 시황제가 平原津别宫에 도착하는 날이 왔다.
그날 천 명의 궁녀들은 시황제를 영접하기 위해, 저마다 단장을 하고 아침부터 별궁 내정에
좌우로 도열해 있었다. 넓고 넓은 내정이지만 천 명의 선녀같은 궁녀들이 단장을 하고 늘어서 있어서,
마치 별궁 내정에는 때아닌 백화가 만발해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嫦娥만은 이미 약속한 대로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궁녀들은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보이려고, 始皇帝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연지를 찍고 분칠을 하기에 정신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룻밤쯤 총애를 받아 보았자 별 것이 아니련만, 그래도 총애를 받고 싶은 마음에서, 궁녀들 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기가 더욱 맹렬하게 감돌고 있었다.
이윽고 멀리서부터 풍악 소리가 아련히 울려 오기 시작하자, 궁녀들은 무언중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화려한 辒辌车가 별궁 대문 앞에 머무르더니
, 始皇帝가 온량차 안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나온다.
비서장 趙高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황제 폐하께서 납신다. 모두들 부복하여라!" 하고 외치자,
궁녀들은 한결같이 땅에 엎드려 큰절을 올린다. 아름다움을 다투던 궁녀들도 황제 앞에서는
버러지 같은 존재에 불과하였다.시황제는 좌우의 부액을 받으며 정문 안으로 들어서다가,
수많은 궁녀들이 땅에 엎드려 있음을 보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허허..... ,
저 아이들이 얼마전에 새로 뽑았다는 궁녀들이냐?"별궁 도감이 얼른 옆으로 다가서며 대답한다.
"그러하옵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궁녀들은, 5만여 명의 미녀들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선발한 절세의 미녀들 뿐이옵니다." "5만여 명의 미녀들 중에서 선발한 절세의 미인들이라고?.
하하하." 그러자 이번에는 조고가 황제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면 속삭임 하듯이 아뢴다.
"폐하! 平原津美女들도蘇州美女들에게 손색이 없을 것이옵니다. 天下의美女들은 모두가 폐하의
소유물이오니, 이번에도 마음껏 즐겨 주시옵소서."
"하하하, 어느 정도로 아름다운가 한번 점검을 해보기로 할까." 시황제는 그렇게 말하고,
궁녀들 앞으로 걸음을 옮겨 나오며, "얼굴을 보고 싶으니, 모두들 일어나 얼굴을 들어라."
조고와 별궁 도감이 앞으로 달려 나오며 궁녀들을 모두 일으켜 세웠다. 궁녀들은 일어서기가
무섭게 옷 매무새를 고치고 얼굴을 매만지기에 바빴다.
일생의 운명이 이 순간에 달렸기에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보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것이다.
시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궁녀들의 얼굴을 한 사람씩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열 명 스무 명.....
궁녀들의 얼굴을 점검하는 동안에 황제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니, 미소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불평의 빛이 역력하게 나타나 보였다.
蘇州美女들을 수 없이 보아 온 그의 눈에는 平原津美女들은 시골뜨기 촌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조고와 별궁 도감은 그러한 눈치를 재빠르게 알아채고 안절부절 못한다.
始皇帝는宫女들을 한차례 둘러보고 크게 실망한 듯, 正殿으로 올라와, 용상 위에 털썩 주저 앉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 놓는다.
"蘇州 아이들은 얼굴에 生气가 약동했었는데, 이곳 아이들은 어쩌면 얼굴이 저렇듯 죽어 있느냐?"
그 말에, 별궁 도감은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얼굴에 생기가 부족한 것은
어쩌면 어전이라서 지나치게 긴장한 탓이 아닌가 하옵나이다?" 별궁 도감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저마다 총애를 받아 보려고 극도로 긴장해 있었기 때문에, 얼굴 근육이 굳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평원진 궁녀들이 매력이 없어 보이는 중대한 원인은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시황제 자신이 그동안 너무도 과색을하여 몸이 몹시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욕 생활을 오래 해 온 사람에게는 추물이 없는 반면에, 주색에 지친 사람에게는 어떤 미인도
신통치 않아 보이는 법이 아니던가.이러나저러나, 눈에 드는 궁녀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사태가 그렇게 되자, 누구보다도 당황해 하는 사람은 조고였다.
조고는 별궁 도감을 꾸짖듯이 말한다. "별궁 도감은 궁녀들을 어떻게 뽑았기에, 쓸 만한 여인이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오?" 별궁 도감은 사색이 되어 허리를 굽신거리며, "소신이 불민하오나
죄상 백사 하옵나이다. 평원진은 워낙 시골인지라, 色郷인蘇州美女들에 비기면
다소간의 손색이 있음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었사옵니다." 그러자 조고는 한 술 더 떠서,
"아무리 그렇기로, 폐하께서 총애하실 미녀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요."
시황제는 피로에 지쳐서 만사가 귀찮은 듯 선 하품을 하면서, " 저 애들은 꼴도 보기 싫다.
모두들 물러가게 하여라."
그 한마디로, 천 명의 궁녀들은 어전에서 자치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날 하루를 위해 몇 해를 두고 몸치장과 얼굴 치장을 결사적으로 해 왔던 궁녀들이었다.
이날 밤에 총애를 받아 보려고 오랫동안 피비린내 나는 경쟁을 계속해 왔던 궁녀들이었다.
그처럼 애타는 소망을 품고 고독을 씹어 삼키며 살아온 궁녀 들이었건만, 피로에 지친 시황제는
얼굴을 제대로 살펴 볼 생각조차 아니 하고, 말 한마디로 무자비하게 쫓아내 버렸던 것이다.
절망에 빠진 궁녀들은 제각기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 목을 놓아 통곡하였다.
이제는 영원히 구제 받을 수 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황제는 하룻밤을
푹 쉬고 나서 원기가 회복되자 마음이 크게 달라졌다. 시황제는 별궁 도감을 불러 가만히 물어 본다.
"여기 있는 아이들 중에서 어떤 아이가 가장 쓸 만한 아이라고 생각하느냐?"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별궁 도감은 불현듯 嫦娥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라 보여서, "별궁에는
<상아>라는 궁녀가 있사옵니다. 상아 아가씨만은 蘇州美女들과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을 줄로
아뢰옵니다.""상아? ..... 상아란, 月中仙女라는 뜻이 아니냐. 이름이 매우 아름답구나.
그 아이를 한번 불러 보아라."이윽고 후당에 깊숙이 숨어있던 상아가 어전에 불려 나왔다.
만사를 포기하고 숨어 있던 상아로서는 너무나 뜻밖의 召命이었다.
始皇帝는嫦娥의 얼굴을 보는 순간, 皇帝의 동안에는 경악과 환희의 빛이 넘쳐 흐른다.
화장도 아니한 청초한 아름다움이기에 생동감이 더욱 넘쳐 보였던 것이다. "아니! 이처럼 아름다운
아이가 있는 것을 어제는 어찌하여 알아보지 못했던고. 네 이름을 <嫦娥>라고 했것다!"
"예, 그러하옵니다. 폐하" "음..... , 名不虚传이라, 너는 과연 월중 선녀임이 분명하구나.
짐은 너를 만나니 기쁘기 한량없구나." 始皇帝는嫦娥에게 첫눈에 반하여, 사족을 못 쓸 지경이 되었다.
1-064편에 계속
초한지(楚汉志) 1-064
* 죽음의 对决
옛글에<尽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나서는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소리다.嫦娥는始皇帝의召命을 받자 불현듯 <진인사 대천명> 이라는 말이
연상 되었다. 애시당초 상아가 궁녀를 자원한 목적은 始皇帝를 죽이려는데 있었다.
그러나 궁녀들 간에 야비한 경쟁이 벌어지지, 상아는 환멸의 비애가 느껴져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부러 숨어 버리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시황제의 총애를 그처럼 갈망하던 궁녀들은 모조리 낙방이 되고,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던
자기가 소명을 받게 되자, 그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게된 것이었다.
(하늘은 나로 하여금 시황제를 죽이게 하려는 뜻임이 분명하구나.) 상아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시황제를 정성스럽게 받들어 모셔야 기회가 오겠다고 생각했다.시황제는 상아에게 첫눈에 반하여
대뜸 이렇게 명한다. "오늘부터 너는 짐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말거라.
너는 짐의 최후의 애인이로다." 始皇帝가 무슨 생각에서 상아를 <최후의 애인>이라고 부르는지
상아는 헤아릴 길이 없었다. 그러나 <최후의 애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상아는 마음속 비밀이
탄로된 것 같아 가슴이 철렁하였다.시황제는 결코 한 사람의 애인만으로 만족할 인물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수천 명의 미인들이 우글거리고 있지 않던가. 그러한 시황제의 입에서
<최후의 애인>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은 본인도 모르게 시황제에게 죽음에 대한 계시를 내려 주신 것이 아닐까?) 嫦娥는 생각이
거기에 미치다, 始皇帝를 살해할 결심을 더욱 굳게 다졌다.
이윽고 밤이 오자 상아는 시황제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상아는 색마에게 몸을 더럽힌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그러나 가슴속에 간직한 커다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희생은 피할 길이 없었다. (시황제를 살해하기 위해 아버지까지 희생시켜 온 내가 아닌가. 나 하나
제물이 됨으로써 만천하의 불우한 여성과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할 수 있다면 나의 희생은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닐 것이다.)상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옷을 벗었다.
휘황찬란한 촛불 아래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아니한 숫처녀의 풍만한 몸매와 눈부시는 백옥같은
순결한 피부는 글자 그대로 성녀와 같이 거룩한 인상을 주었다.
"오~오... , 너야말로 월궁 선녀임이 분명하구나!" 시황제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며 능글맞은 미소를 짓는다.
시황제의 능글맞은 미소! 그것은 마치 포악한 이리가 한 마리의 토끼를 집어 삼키기 직전의 웃음처럼
음흉스러워 보여서 상아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어차피 희생의 제물이 되기로 각오하고 나선 몸.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난이라도 참고 견디자.)
상아는 숫제 눈을 감고, 시황제가 접근해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황제는 상아를 이불 속으로
끌어들일 생각은 아니하고 백옥같은 肢体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져 보기만 하면서,
"네 몸은 너무나 아름답구나.
짐은 일찍이 수천 계집을 대해 왔건만, 너처럼 아름다운 육체를 대하기는 이 밤이 처음이로다!"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다.
그러자 그때, 저편 구석에서 누군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 폐하께서 그처럼 감탄하시기는
오늘 밤이 처음 이시옵니다. 상아 아가씨는 이름 그대로 월세계에서 하강하신 선녀임이 분명하신가
보옵나이다." 하고 조그맣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가.
상아는 소스라치게 놀라 이불 속으로 뛰어들며, "거기 서있는 사람이 누구요?" 설마 황제의 침실에
外人이 잠입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시황제는 웃으며 상아를 달랜다.
"아가! 너무 놀라지 말거라. 저 구석에 서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宦官이로다.
宦官趙高는 밤이면 언제든지 불침번을 서기로 되어 있느니라." 상아는 그 말에 또한번 놀랐다.
<환관이란 사람이 아니다> 는 말도 놀랍거니와, 남녀가 동침하는 침실에 불침번이 서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궁중의 법도가 그렇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아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치욕이었다.
더구나 상아는 기회를 보아 시황제에게 사약을 먹여야 할 판인데, 옆에 사람이 있어서는
사약을 먹일 기회가 오지않을 것이 아닌가.상아는 이불속에서 얼굴을 살며시 내밀어 환관을 찾아 보았다.
저편 어두 컴컴한 구석에 한사람이 짐승처럼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상아는 용기를 내어 始皇帝를 불렀다. "폐하!" "왜 그러느냐." "사람이 옆에 서 있으면 신첩은 부끄러워서
폐하를 모실 수 없사옵니다. 바라옵건데 환관을 밖으로 물러가게 해주시옵소서." 그러자, 조고가
저편 구석에서 얼른 시황제를 대신하여 대답한다. "소인이 폐하의 침실에서 불침번을 서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궁중 법도인 것이옵니다. 소인은 사람이 아니옵고, 단지 宦官일 뿐이오니,
마음놓고 폐하를 모시옵소서." 상아는 조고의 말에 또 한번 등골이 오싹해 왔다.
조금 전에는 시황제가 <환관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 하더니, 이번에는 조고 자신도 똑 같은 말을 되풀이
하면서 <마음놓고 정을 나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조고가 사람이 아니면 도대체 뭐라는 말인가.
内侍가 성 불구자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러나 성 불구자도 사람 임에는 틀림 없지 않던가.
설사 유령이라 치더라도 사람이 동물이 아닌 이상 제 삼자가 보는 앞에서 어떻게 남녀가 정을 나눌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조고가 보는 앞에서는 시황제에게 사약을 먹일 수 없지 않던가.)
상아는 어떤 일이 있어도 조고를 침실에서 쫓아내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시황제는 조고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채, "아가야. 환관은 사람이 아니고 불침번일 뿐이라는데 그러는구나.
그러니까 마음놓고 이 밤을 즐기자꾸나." 하고 말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와 허리를 끌어 당기려 하는
것이었다. 상아는 시황제의 손길을 매정스럽게 뿌리치며 단호하게 말하였다.
"신첩은 폐하와 단둘이 되기 전에는 결단코 폐하를 모시지 못하겠사옵나이다." 그 말에 시황제는
노기를 띠며, "에끼 이것아! 너는 결벽성이 지나치게 강한 계집이로구나. 지금까지 수많은 계집들이
환관을 옆에두고도 짐과 더불어 아무 말 없이 밤을 즐겨 왔거늘,
너만이 그렇게 못 하겠다는 것은 무슨 소리냐."
"다른 궁녀들이 어떻게 해 왔는지는 모르겠사옵니다. 매우 외람된 말씀이오나 신첩만은,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 하겠사옵니다." "뭐야? .....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너는 짐이 누구인 줄이나 알고서
그런 소리를 하느냐?"그 소리에 상아는 가슴이 철렁하였다. 그러나 이 판국에 와서 비겁하게 물러선다면
목적을 이룰 수 없기에 황제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폐하께서는 백성들의 生杀舆夺权을 갖고 계시는
황제 폐하이신 줄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아무리 폐하의 어명이라도, 여자로 태어난 몸이
부끄러움을모른 채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몸을 하락할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환관을 옆에 두고서는
죽어도 짐의 애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말이냐?" "부끄러움을 아는것은 여자의 부덕인 줄로 알고
있사옵니다. 신첩을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계집으로 취급하시려거든 차라리 폐하의 손으로
죽여 주시옵소서.신첩은 폐하의 손에 죽음을 당하는 것을 다시없는 영광으로 알겠사옵나이다."
1-065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