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 처벌법' 만들더니…민주당,이번엔'위안부 왜곡 처벌법'
"위안부 허위사실 땐 5년 징역 또는 5000만원"… 인재근 대표발의, 윤미향 공동발의 김용민은 "일제 찬양·고무 땐 10년 징역 또는 2억 벌금" 역사왜곡방지법 대표발의 "위헌적" 민변도 반대… 학계 "전체주의" "역사 획일화" "표현자유 침해" 강력 반발 '위안부 새 사실' 특종보도 하면 처벌?... 이러다 아프간 되겠군
더불어민주당이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을 발의해 또 다시 '역사의 사법화' 논쟁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5·18왜곡처벌법에 이어 여당이 역사를 획일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대표 발의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국회 소관위인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개정안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역사 왜곡과 피해자를 향한 명예훼손에 대해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인 의원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피해자들의 인격과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해 방송이나 기타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학문 연구나 예술적 창작 목적을 위한 행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툭하면 내놓는 역사왜곡처벌법
여당의 역사왜곡처벌법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5·18역사왜곡처벌법)'이 대표적이다. 올 1월부터 시행된 법에 따라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 허위사실을 근거로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폄훼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김용민 의원도 지난 5월 '역사왜곡방지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일본제국주의를 찬양·고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진보성향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반발하고 나섰다. 민변은 논평을 통해 "위헌적 역사왜곡방지법 발의에 우려를 표한다"며 "민주주의에서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은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 매커니즘에 따라 1차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 획일화, 표현의 자유 침해"
학계에서는 잇따른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역사를 획일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역사적 진실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극우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역사는 복잡하고 다양한 면모가 있다"며 "새롭게 발견된 역사적 사실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처벌하는 것은 전체주의적이고 역사의 획일화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건을 연구하다 보면 학계 주류 담론이나 통념과 다른 사실 나올 수 있는데, 이걸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알리면 처벌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사 영역의 문제를 입법을 통해 사회적 처벌을 가하는 것은 자유의 본질적 내용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처벌을 유예하는 예외 조항에 대해서도 "반대로 해석하면 그 외 모든 것은 처벌하겠다는 뜻"이라며 "학문 연구나 예술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목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를 싸잡아서 중범죄로 처벌하겠다는 접근이기 때문에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野 "의견 다르다고 처벌하는 것은 과해"
'위안부왜곡처벌법'을 심의하는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개정안에 난색을 표했다.
양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을 만드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 의원은 "사회에서 똑같은 목소리로 의견이 통일되어야 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도 있기 때문에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인 의원 외에도 여당 의원 8명(김민기·서영석·소병훈·윤관석·이규민·이장섭·최혜영·허종식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이지성 기자 2021-08-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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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만을 말하면 명예훼손이 아니다?
명예훼손은 말, 글, 언론, 출판물, 인터넷 등을 통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타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을 적시하면 성립하는 죄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실'은 진실과 거짓 모두 포함한다.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또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나 글을 사용했고 그것이 진실이었다고 치자.
"A는 부정한 행동을 해서 이혼을 당했고 현재 혼자 살고 있다." "B는 알고 보니 동성연애자이다. 그 사실을 숨겨왔다."
경우에 따라 이런 말은 명예훼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에서 이혼과 동성연애는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명예훼손은 진실과 거짓 모두 대상이 된다. 차이가 있다면 허위사실이 더 무겁게 처벌받을 뿐이다. 참고로 명예훼손은 법률용어로 추상적 위험범이라고 한다. 쉽게 설명하면 실제로 명예가 훼손되지 않았더라도 그런 상태에 놓이게 되면 성립하는 범죄다.
다만 명예훼손적인 표현이라도 진실한 사실로써 공공의 이익에 관한 내용일 경우 처벌을 하지 않는다. 판례는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도 해석한다.
사이버 모욕죄는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 못한다?
어떤 이들은 이른바 '사이버 모욕죄'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 상의 모욕은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사이버 상의 모욕행위는 수도 없이 처벌받고 있다. 다만 사이버 상의 모욕행위를 가중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모욕죄와 똑같은 법령(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뿐이다. 다시 말해 명예훼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별해서 각기 다른 법률을 적용하지만, 모욕은 둘을 구분하지 않고 형법으로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사이버 모욕은 일반 모욕보다 전파성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처벌 수위가 높은 경향이 있다.
피해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명예훼손(또는 모욕)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사람의 이름을 명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할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A 경찰서에서 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돈을 밝힌다"고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면 명예훼손이 되고도 남는다.
명예훼손은 벌금 몇 만원 내면 끝이다?
명예훼손을 저지르면 주로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인격살인'이라 불릴 정도로 죄질이 나쁠 경우 징역형을 받기도 한다. 그걸로 끝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불법행위는 형사처벌과 동시에 민사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민사소송까지 제기한다면 벌금 액수보다 훨씬 큰 금액을 피해자에게 위자료로 지급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개인이 아닌 단체는 명예훼손 대상이 아니다? 명예에 관한 죄는 사람의 명예를 보호하고 존중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원칙으로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성립하지 않는다. 비난의 내용이 특정 개개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기 어렵고, 개인에게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비난 내용이 해당 집단에 속한 특정 개개인에게까지 미쳐 그 개개인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까지 이른 경우"라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인정된다. 구성원 개인의 사회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소규모 단체나 집단의 명예는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서울 시민들은 모두들 이기주의자이다"라는 표현은 특정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삼기 어렵다. 이와 달리 "B 구청 건축과 직원들은 썩었다"라고 표현했다면 그 구성원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도 명예훼손의 대상일까. 판례는 국가기관 또는 정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직자 개인을 매우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