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 동식과 분당 보바스요양병원에 뇌경색으로 입원해 있는 친구 영수를 보러가자고 며칠전 약속을 했다. 오미크론이 심해지고 해서 어떨지 동식과 다시 상의해 보니 코로나가 나아질 기미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더 어려워 질것 같으니 오늘 갔다 오자고 한다.
오후 1시에 서울대입구에서 만나 2호선 지하철을 타고 강남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탔다. 미금역에서 내려 7번출구로 나가 보바스요양병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니 곧 내렸다. 입구를 못 찾아 헤매다 간병인 아주머니가 휠체어로 영수를 밀고 와 기다리는 실외 면회실에서 영수를 본다.
쓰러져서 입원한 지 약 7개월만에 본다. 그 동안 통화만 한번 하고 처음 보는 셈이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은 전과 별 차이가 없으나 말이 어눌하다. 간단한 말은 알아듣겠으나 조금 말이 길어지니 잘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환자와 방문객 사이를 비닐막으로 쳐 놓아 악수는 하지못하지만 얼굴을 보면서 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친구들이 오니 반가운 모양이다. 서 있기는 가능한데 발걸음을 떼지는 못한다. 도중에 친구 창궁한테서 오늘아침에 처음으로 전화가 왔다고 하는 걸 보면 기억력은 양호한 것 같다.
나의 어머니가 약 20년가까이 중풍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는 수술후 얼마 안돼 화장실정도는 조심해서 다니고 가끔 아버지와 바깥 산책도 조금씩 하셨는데 친구는 상태가 더 못한 것 같다. 화장실 가고 오는것만 가능하면 아마도 집으로 갔을텐데. 15분정도 얘기를 하다가 인제 가라 하는걸 보면 피곤기가 오는 모양이다.
고등학교동기 등산모임의 대장으로 산에 갈 때는 항상 제일 먼저 정상에 올라 기다리기도 하던 체격 좋고 건강해 보이는 친구인데 물론 부정맥이 좀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밤에 화장실 가다가 마루에서 넘어져 머리를 마루에 심하게 부딪쳐 병원 응급실로 바로 실려갔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회복을 못하고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상태다.
친구를 만나고 내려오는 길에 앞산을 보니 하늘에 희미한 낮달이 걸려있다. 내려 오는 길이 쓸쓸하기도 하고 참담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금 80을 바라보는 우리 나이또래는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다.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게 가장 큰 소망 아니겠나.
매일 뒷산 오솔길 걷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2021.12.12 (일)
|
첫댓글 노년의 쓸쓸함을 느낌입니다 .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아프네요.일초님도 건강 꼭 챙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