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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곡곡팜포도
안녕 여시들!!!
내가 방금 꿈을 꿨는데 이런 경우도 있나 싶고 내딴엔 무서워서 글 써봐
처음에 눈떴을 때 한 엄청나게 크고 좋은 호텔 앞이었는데 가끔 살다보면 하늘이 진짜 짙고 새파란색일 때가 있잖아. 그때 날씨가 그랬어. 건물 보자마자 한국은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확 들면서 여길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더라고. 근데 내가 시력이 진짜 안좋거든? 난시에 안경이랑 렌즈 안 끼면 눈앞에 있는 사람 이목구비도 안 보일 정도로,, 근데 그 꿈속에서도 내 시력이 적용이 되어 있는거야 ㅅㅂ 나는 순간적으로 ‘여길 나가려면 눈이 좋아야 할 텐데, 시력이 좋았음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고 동시에 정말로 뿌얬던 앞이 잘보였어. 그리고 그때 내가 깨달아버린 거야. 여기가 꿈이라는 걸.
나는 꿈에서 꿈을 자각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어서 진짜 거의 본능적으로 ‘여길 나가고 싶어’라고 생각했고, 웃긴 게 그 생각을 하자마자 내 몸이 막 자기 멋대로 움직이더라?? 난 자각몽 깨려면 높은 데서 뛰어내리고 뭐 그런 얘기를 자주 들었어서.. 설마 죽으러 가는건가 하고 개쫄아있었거든. 좀 걷다보니까 관상용 나무 너머에 어떤 공간이 있었어. 호텔 앞을 그렇게 뒤지고 다녔을땐 눈에 띄지도 않던 곳이 갑자기 생기니까 좀 어이가 없었거든.. 아무튼 그 공간은 (말이 공간이지 야외였음) 미드에 나오는 늦은 밤 놀이공원처럼 으스스하고 불빛도 드문드문 있고 건물 몇채가 있었는데 그중 한 건물에서 진짜 엄청 왁자지껄한..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내가 좀 의문인 게, 자각몽인데도 내가 꿈의 주인이 아닐 수가 있나? 왜냐면 나 분명히 그 소리 듣고 저기 가면 좆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그 건물 안에 들어가서 주변을 막 두리번거리고 있었거든;
그 안에 졸라 큰 강당이 있었는데 거기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 그 사람들이 전부 한 곳을 쳐다보고 있었거든? 강당 벽을 꽉 채울 정도로 큰 창문. 머리로는 가기 싫다고 하는데 내 몸은 당연히 지 멋대로 그앞까지 갔고, 난 그 창 너머에서 약간 수영장 같은?... 작은 워터 파크처럼 생긴 어떤 공간에서 어떤 남자가 피를 흘리면서 익사하는 모습을 봤어.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아 좆같은 꿈이다. 이거 꿈에서 꿈인거 알아채면 그 꿈속 사람들이 쫓아오고 동시에 막 쳐다보고 그러지 않나?’ 이거였는데, 그 생각을 하면서 뒤를 도니까 진짜 그 강당에 있는 사람들 전부가 날 노려보고 있는 거야 ㅅㅂ 근데 막상 진짜 그 장면을 보니까 별로 무섭진 않고 화가 나더라고..? 그래서 욕을 하려고 딱 입을 여는데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유일하게 날 쳐다보지 않는 사람 몇 명이 있었어. 막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메고 있는 가방을 살피거나 표정이 혼란스럽거나, 아무튼 자기 혼자만의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
난 진짜 자기장 이끌리듯 그중 한 양남한테 다가갔고 걔한테 짧은 영어 굴려가면서 '난 한국에서 왔다. 여길 나가고 싶다.' 여기까지 말한 다음에 '우리가 지금 꿈속에 있는 것 같다' 라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목이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 거야. 내가 막 당황하니까 그 남자가 괜찮냐고 걱정해주고; 그 찰나에 어떤 한국인 여자를 만났어. 그 여자는 외국어에 능통했고 자기를 32살 중학교 선생님이라고 소개했어. 이제 생각해보면 그 사람도 꿈속 사람이었던 것 같아. 타이밍이 너무 말도 안 되니까.. 그리고 그 강당 벗어나고나선 어디서도 본 기억이 없거든.
아무튼 그 여자가 자기가 이상한 곳을 발견했는데 우리같은 사람들이 모두 거기에 모여있다면서 나랑 양남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나 안 노려보던 새끼들) 어디론가 데려갔어. 엄청 큰 건물이었거든. 수영장이 딸릴 정도로. 25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웅성거리고 있었어. 외국인은 일곱명 정도에 나머지가 한국인 아니면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다 성인이었어. 초반엔 다들 어리둥절해하고 무서워하고 그런 분위기였는데 서로 인사하고 자기소개하고 어쨌든 나랑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분위기도 많이 풀어지고 금세 화기애애해지더라. 웃긴 게 그 사람들이랑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까 그 32살 중학교 교사라는 여자분이 까맣게 잊혀지는 거야. 정말 딱 길잡이처럼 나랑 다른 사람들을 그 건물까지 인도한 다음에 아예 종적을 감췄어.
아무튼 그 안에서 그 사람들이랑 동거 비스무리한 단체 생활을 했는데 걱정했던거랑 달리 진짜 화목하고 재밌었어. 언어의 장벽이 좀 있긴 했는데 나랑 같이 다니는 한국인 언니가 영어를 잘하더라구. 암튼 밥도 잘 나오고 잠은 커다란 거실 같은데서 다같이 모여서 잤는데 이따금 수영도 하고, 티비나 게임이나 스마트폰 같은 건 없어서 못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어도 많은 사람들과 모여 있으니까 나름 엠티 온 것처럼 재밌었던 것 같아.
한 2주 정도 지났나? 진짜 아무 사건 없이 시간이 흘렀어. 그러다 보니까 그 안에서도 약간 무리 같은 게 생기더라. 그니까 다들 두루두루 잘 지내고 친한데 그중에도 특히나 가까운 사람들. 나는 첫날 강당에서 만난 양남이랑 다른 멕시코계 여자, 나 포함한 한국인 두명(방금 말한 영어 잘하는 언니), 남자 중국인 한명이랑 같이 밥먹고 얘기하고 유독 친해졌는데 그 사람들한테 영어랑 중국어도 배우고 나랑 언니는 한국어 가르쳐주고 아무튼 제법 긴 시간동안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아갔어.
어느날은 같이 동그란 식탁에 앉아서 배급된 밥을 먹고 있는데 내가 무심결에 ‘내가 스마트폰을 왜 안가져왔을까’ 라고 말을 했거든? 근데 그 말 하자마자 다들 눈을 땡그랗게 뜨더니 스마트폰이 뭐냐고 묻는 거야. 그 한국인 언니까지도.. 난 순간 너무 당황해서 스마트폰에 대해 막 설명을 했는데 다들 뭔지 이해를 못하는 거야. 진짜 그런 게 있냐면서. 그날부터 난 만약 이 사람들이 진짜로, 나처럼 꿈속에 갇힌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과거에 사는 사람을 데려온 거지? 아니 애초에 내가 이 꿈의 주인이긴 한가? 이런 심오한 생각들을 하게 됐고 그러다 사건 하나가 터졌어.
어떤 한국인 남자였는데 오며가며 자주 이야기나눴던 남자야.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은 뭔지 나이까지 기억해. 아무튼 그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우리가 밥 먹는 테이블로 오더니 나한테 ‘나도 스마트폰이란 걸 알아!’ 하면서 막 우는 거야. 진짜 거의 오열하면서.. 너무 무섭다고. 자기가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여자친구 이름 부르면서 다신 못 만나면 어떡하냐고 미친듯이 우는데 내가 그 사람 말 듣다가 웃기게도 잠깐 정신을 잃었거든. 원래 공황장애가 있긴 해.. 앞에서 누가 시끄럽게 소리지르고 울면 정신 아득해지면서 쓰러지는.. 근데 깨어보니 주변에서 난리가 난 거야. 사람이 죽었다면서.. 난 너무 놀라서 막 달려갔는데 야외에 있는 수영장에서 그 남자가 피 흘리면서 죽어있더라고. 첫날 강당에서 내가 내려다본 그 모습 그대로.
그날부터 너무 우울하고 하루하루가 무섭고 여기는 뭘까, 내가 이 꿈의 주인은 맞나, 나가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제법 암울하게 지냈는데 그런 와중에도 나랑 같이 남겨진 사람들을 의심하진 않았어. 왜냐하면 여전히 여기가 꿈이란 걸 다른 사람들한테 알릴 순 없었지만, 내 생각에 나랑 같은 사람들, 그니까 여기가 꿈이란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거든. 왜냐하면 그 25명 중에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이 길고 우리랑 말도 안 섞던 어떤 일본인 여자가 어느날 벽에 편지를 쓰고 사라져버린 거야. 난 일본어를 몰라서 뭐라고 쓰여있는지 몰랐는데 어떤 미국인 여자 하나가 그 일본어 중 한 단어를 짚으면서 ‘나 이거 알아. 꿈.’ 하더라고. 같이 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증발해버리니 그 안은 난리가 났지. 심지어 그 편지를 제대로 이해한 어떤 일본인 남자가 투신자살을 하기까지 했으니까.. 분위기가 말도 못하게 우울하고 어두워졌어.
그날 밤 잠을 자려는데 이상하게 잠이 안 오는 거야. 여기 와서 이정도로 잠을 설친 적이 없었거든. 다들 불만 꺼지면 1분 내로 잠들었거든, 날 포함해서. 암튼 잠도 안 오고 심란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말똥말똥하게 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라. 우리 사이를 누군가 사박사박 걷고 있었어. 그러다가 내 머리맡에 딱 멈춰서더니 ‘왜 안 자지?’ 하면서 털썩 앉는 거야. 근데 그 목소리가.. 아직도 안 잊혀지는데... 암튼 뭔가 실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독특한 목소리였어. 그 안에서 같이 생활하던 사람 중 한명이 아니라는 확신이 딱 드니까 미친듯이 무서운 거야. 그 사람은 내 머리맡에 앉아서 ‘이럴리가 없는데. 왜 안 자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는데 그제서야 진짜 대가리 얻어맞은 것처럼 딱 뭔가가 생각나더라. 나 그날 심란해서 저녁을 안 먹었거든. 아마 거기에 수면유도제를 탄 거겠지.
암튼 그 남자는 계속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국어로 했어. 어눌한 것같으면서도 정확한 발음이었어.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지내고 사고 안 만들면 나가게 해준다. 왜 다들 한달을 못 버티느냐. 여기서 나가면 너만 손해다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조곤조곤 날 질책했는데 난 그 상황이 너무 무서운 거야. 그래서 머릿속으로 미친듯이 주문을 욌어. 나가게 해달라고. 꿈에서 깨게 해달라고. 그러다보니까 갑자기 전구 불 꺼지는 것처럼 정신이 서서히 흐려지더라. 내가 막 현실에서 눈을 뜨기 직전에 머릿속에서 그 남자 목소리가 선명하게 울렸어. ‘이번에도 실패했네’
나 살면서 악몽도 몇번 안 꿔보고 꿈 자체를 잘 안꾸는데다 자각몽은 절대 팔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꾸고 나니까 한참동안 몸이 으슬거리고 막 춥더라. 아직 그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지도 걱정되고.... 그 일본인 여자도 나처럼 그 꿈에서 벗어났나 싶고... 애초에 그냥 잘 만들어진 꿈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같이 있을 때 웃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진심으로 걱정해줬던 게 생각나서 마음이 되게 안 좋아.. 잠은 4시간 정도 잤는데 꿈속에선 3주가 막 끝나려던 시간이었어. 진짜 다신 꾸고 싶지 않은 꿈이야.. 암튼... 홍콩감 아니면 어쩌지....
문제 있음 꼭 알려줘!
여시들은 이런 꿈 꾸지 말길....... 끝...
첫댓글 한달 채웠으면 어떻게 됐을까? 진짜 흥미돋이다 잘봤어 여샤!!!
헐뭐야 개신기해
깨서 다행이다ㅠㅠㅠ 근데 내용 진짜 흥미돋네...! 글써죠서 고마워!
뭘까 진짜 다른 세계관 같은 게 있는 걸까?? 한달 채우면 어떻게 됐을까? 너무 궁금하다ㅠ
이번에도 실패했네 라고 말한 이유가. 이미 여시한테 몇번 시도를 했는데 이번에도 여시가 깼다 이 말이지?
꿈인 걸 확실히 자각하고 있으면 깰 수 있나보다... 스마트폰이 뭔지 모르는 거 보면 다양한 시간대의 사람들이 모이나보네
아니면 이전에 일본인이나 자살한 사람처럼 한달 못 채우고 또 사람이 꿈에서 깨버린걸 얘기하는걸지도
그 공포이야기 하는 유튭에 자각몽에 대한거 들어서 엄청 무서웠는데 ㅠㅠ 홍시 이야기 읽으니깐 생각났어 ㅠㅠ
헐....잠에서 깨고 나서고 엄청 피곤했겠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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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혹시 꿈에서도 진짜 현실에서 3주흐르는것처럼 느껴졌어? 난 꿈에서 며칠지나도 막상생각해보면 쓸데없는시간?들은 훅훅 지나가더라고 약간 3일을 몇분으로 요약한느낌??? 암튼 너무 귱금하다....맘같아서 이런 꿈 꾼사람있내고 일본어로 써서 트위터에 올랴서 퍼트리고싶다ㅠㅠㅠㅠ진짜 혹시 일본여자가 실존할수도잇으니까ㅜㅜㅜ
와 너무 재밌다
와 진짜 꿈속을 지배하는 존재가 있는걸까?
나는 가끔 꿈을 꾸면 몇년전의 꿈, 그동안 잊고있던 꿈의 조각들이 팟! 하고 기억나
깨어나면 그동안 꾸었던 꿈이 다 기억이 남... 그게 넘 신기해
워.....
와 무서운데 재밌어 꿈에서 3주가 지났다니 언제 깰 수 있는거지 하면서 절망할듯..
와 영화같아!!! 대박…
헉 너무 신기하고.... 소름 돋아....
글쓴여시 탈퇴한건가?ㅜㅜ
와 흥미돋
와 진짜 재밌고 묘하다...
한달 채웠으면 점점 여기가 꿈이고 현실은 따로 있다는 생각 자체가 흐려지면서 꿈 속이 진짜 본인의 세계가 됐을듯 남아있는 사람들처럼.
와ㅅㅂ,,,,개쩐다
위에 비뎃 글쓴여시 꿈에서 만난 언니 아니야? 그래서 탈퇴했고??? (상상)
와 짱이다
글쓴 여시 혹시 왜 안자지? 한 그 목소리 좀 젊은 남자 목소리였어?왠지 내가 전에 꾼 꿈이랑 비슷한 거 같어....
와 도랏다
와 흥미돋
쩔어
우와
대박 신기한 꿈이다 영화보는거같아 나도 예전에 꿈에서 한달동안 도망다닌 꿈 꿨었는데 일어났을때 개피곤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