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제저녁에 피난을 갔다 / 흰 수정
저녁을 먹고
아버지는
책가방만을 가지고
며칠만
큰집으로 가
있어야 한다고 하시며
등 떠밀다시피 해서 집을 나섰다
24 일 저녁이다
우리 큰집은
아들만 6 명이다
오라버니라도 좀 어색해하며
잠자리에 들어 자려는데
왁자지껄 사람 소리가 나며
어머니 아버지 오빠 동생 이
새까만 새벽에 이불 보따리
둘러메시고 들여 닥쳤다
한강이 끊어진 것이다
새벽 2시였다 했다
이것이 오늘 6 월 25일 새벽이었다
며칠이라는 말씀들 만해서
아버지 형제가 5 형제나 되니
안양쯤에서 피난길에 다 모여
밥 한 끼를 해결하려 해도
가마솥 밥에 고추장 작은 항아리
하나가 있어야 하니
이렇게는 안되겠다며
뿔뿔이 헤여 지기로 작정들을 하고
아버지는 직장 따라가시고
어머니 친정 (외갓집으로)
피난을 가는도중
손이 모자라니 내 등에도
여동생을 업고
오라버니는
이불 보따리 위에 동생을 언 고
어머니는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큰길을 피해 산길로 안양 산길을
다니는데
왜 그때는 산에 나무가 없어서
발은 디딜 때마다 모래흙이
와그르르 와그르르 흘러내려
내가 깜짝놀라 하면
등에서는 장난하는줄 아는지
동생은 깔깔하며 웃는다
얄미워 죽겠고
미워죽겠다
무서워서 등에 땀이 배고 어린 나이에
저를 업고 가는데 ~~~
며칠 전에도 만나서 또 그 얘기를 했다
세월이 무섭다
그 3살짜리가 지금 70대 중반
이렇게 해서 우리는 6 .25가 시작되었다
민족이 반 토막이 되고 여기저기서
사상자가 나고 아비규환으로
세상은 뒤집어진 것이 오늘 아침이다 (아침에 갑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