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의 과외
'딸랑' 매장 유리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났다. 나는 다음 주 출시되는 신 형 휴대폰 정보를 외우다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백발을 정갈하게 쓸어 올린 왜소한 체구의 어르신이 매장으로 쭈뼛쭈뼛 발걸음을 들여놓았다.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매 대에 눈길을 주기에 휴대폰을 바꾸려나 싶었다. "어르신, 폴더 폰 찾으세요?" 어르신은 내 말에 고개를 들고 말없이 미 소 지었다. "폴더 폰은 요새 없어요." 메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고 머뭇 거리는 어르신을 보며 잘 안 들렸나 싶어 목소리를 더 크게 내려는 찰 나, 어르신이 나지막이 말했다. "요즘 애들이 쓰는 휴대폰을 써 보고싶은데.….," 어르신이 손에 쥔 낡은 폴더 폰을 보니 5년은 더 된 기종이었다. 판매 자인 나조차 해마다 빠르게 변하는 스마트폰을 따라가기가 벅찬데, 백 발의 어르신이 폴더 폰에서 최신 스마트폰으로 훌쩍 건너뛰겠다니. "한번 배워 보고 싶은데, 많이 어려울까요?" 어르신이 멋쩍게 웃으며 물었다. 자녀들이 사준 스마트폰을 도저히 못 쓰겠다며 매장으로 가져 온 여러 어르신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만류하고 싶어 목구멍 이 간질거렸다. 한데 나를 쳐다보는 어르신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여기 선생님이 제일 쉽게 알려 준다고 해서 왔어요. 고장 난 휴대폰도 뚝딱 고치고 읍내에서 제일 친절하다고 소문났길래……." 실은 휴대폰 이 고장난 게 아니라, 버튼을 잘못 눌러 화면이 어두워지거나 연락처를 못 찾겠다고 찾아오는 어르신이 대다수였다. 하나 그 소문에 용기를 냈 다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삼십 대 선생님과 칠십 대 학생의 스마트폰 과외가 시작됐다. 초반에 어르신은 화면을 켜는 것도 어렵다며 나를 찾았다. 터치하다 손 이 떨리는 바람에 다른 곳을 눌러 애먼 화면이 나온다며 찾아오기도 했다. 아침에 매장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들어와 밤새 고민한 문제를 적 은 수첩을 보여 주었고, 다른 손님을 응대할 때면 한 바퀴 돌고 올 테 니 나중에 봐 달라며 배려해 주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매장에 출석한 어르신이 처음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 날이었다. "누구한테 보내 볼까요?"라는 물음에 어르신은 주저 없 이 큰딸 연락처를 누르더니 느리지만 힘주어 한 글자씩 써 내려 갔다. "정희야 잘 있느냐" 숨을 멈추고 곁에서 지켜보다 코끝이 찡해졌다. "우리 딸이 메시지 보 고 깜짝 놀라겠어." 어르신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르신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보내긴, 특별 과외를 받았지!"
한새누리 | 전남 진도군 제17회 생활문예대상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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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새벽 님 !
고우신 걸음으로
다녀가신 흔적
감사드립니다~
삶의 여유와 미소,,
편안하고 여유있는
행복한 저녁시간되세요
^♡^
삶의 흔적이 그대로 담긴 고운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지랑이20 님!!
소중한 댓글로
고운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교차 큰 계절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한주되세요
🙏🙏
배움은
끝이 없는것 같아요
일흔의 과외..
가슴찡한 글에 감사히 머뭅니다
고맙습니다..망실봉님.^^
핑크하트 님
반갑습니다
고운 걸음
소중한 멘트주심
감사 드리며~~
싸늘해지는 날씨
건강 잘 살피시고..
아름다운 가을 향기
만끽하시길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