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정치Q] 시민사회수석 이강철 부적절한 대구행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노무현 사람들' 중 최장기 복역(7년4개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민청학련 사건이었다. 수형(受刑)뿐 아니라 이력으로도 이 수석은 정권의 대표적 풍운아다.
그는 어엿한 대졸(경북대 정외과)이지만 넥타이 매는 직업을 거의 가져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첫째 부인은 재야투사 남편 때문에 사직 압력에 시달렸다. 부인은 암으로 죽었다. 둘째 부인이 대구 시내서 횟집을 운영해 한때 형편이 피었지만 이 수석은 아직도 집이 없다고 한다. 서울에선 월세 30만원짜리 연립주택에 산다. 선거에는 네 번 떨어졌다.
그런 그가 연초에 권부 청와대로 들어가니 화제가 많았다. 그는 난생 처음 국립암센터에서 번듯한 건강검진을 받기도 했다. 당.정.청 핵심 11인회의 멤버가 되면서 정치적 위상도 격상됐다.
기자는 최근 그에게 "청와대에 들어가니 무엇이 달라졌나"고 물었다. 그는 "재야 시절엔 어떤 얘기도 할 수 있었는데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와 보니 그게 아니다"고 했다. 일부의 요구보다 나라 전체의 예산.정책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감옥에 보낸 건 박정희 정권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나라일을 해보니 박정희가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는 말도 했다.
그런 이 수석이 '대구 개발공약 사건'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2일 대구 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경제발전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이 자리엔 재경.산자부 차관과 건교부 기획관리실장 등 고위 공무원들도 참석했다. 이 수석은 "지역경제가 너무 어려워 도울 일을 찾던 중 상공회의소 초청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뿐 아니라 광주에도 갔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지난 5월의 광주 간담회는 다르다. 광주민주화 운동 등을 다룬 것이었으니 시민사회수석의 업무였다. 반면 대구 경제개발은 예산과 정책평가 작업이 필요하니 경제정책수석이 관여할 문제다. 정부에서도 경제 3부처가 간 것 아닌가.
대구상공회의소 조사홍보팀장은 "왜 경제정책수석이 아니라 시민사회수석을 불렀나"는 질문에 "고향 출신 인사가 더 잘 도와줄 것 같아"라고 답했다.
이는 정상적인 시스템을 제쳐놓고 노 대통령이 제일 싫어한다는 지역구도를 찾아간 것이다. 이 수석이 경제에 관여한 것은 인사수석이 호남 출신이라고 서해안 개발을 다룬 것과 비슷하다. 더군다나 이 수석은 재.보선의 대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풍운의 무게만큼, 이 수석은 옷매무새를 더 추슬러야 한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중앙일보
첫댓글 부적절한 것이 어디 하두 가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