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황자체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습니다. 아우디우카 위주로 소식을 전합니다.
1. 아우디우카 함락
2월 17일 아우디우카가 러시아에 넘어갔습니다. 2월 10일 정도에 이미 우크라이나군은 철수명령이 내려진 것 같고 국내에서는 저번주부터 해서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2014년 유로마이단 사태와 돈바스 전쟁 이후 10년간을 방어해 오던 아우디우카가 드디어 함락되었습니다.
도네츠크 시티를 목전에 두고 돈바스 전역의 러시아의 목줄을 위협하던 곳이었고 바흐무트와 더불어 러시아에게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었던 만큼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작년 11월경부터 시작된 공세에서는 3개 야전군을 로테이션 해가며 파상공세를 퍼부었고 결국 버티지 못한 우크라이나군은 철수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최전선 장병들 사이에서는 철수 결정이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 많이 제기되었고 바흐무트에서도 싸운 적이 있으며 이번 아우디우카 방어전 막바지에 투입된 제3강습여단 병사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러시아의 인육분쇄방식의 파상공세에 질려버린 모습입니다. 3~4명으로 구성된 분대단위의 제파돌격에 낫으로 벼 베듯 쓰러뜨리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함락은 3월 17일 러시아 대선 전까지 아우디우카를 점령하겠다는 푸틴의 의지가 확고했던만큼 정치적으로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바흐무트, 마린카와의 차이점
작년 바흐무트 함락은 당시 작성했던 게시글들에서도 다뤘듯이 러시아에게 정치적 상징성 이외에 전략적인 이점은 크게 없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대한 러시아군을 묶어두고 병력손실을 강요하고 성공적으로 철수했습니다. 마린카 역시 마찬가지로 이 두 곳모두 도시는 이미 폐허나 다름없었고 실질적인 방어선은 도시가 아닌 배후의 자연지형이었습니다.
반면, 아우디우카는 조금 다른 양상입니다. 철수시에 부상병 수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포위섬멸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러시아군을 뚫고 탈주한 모습입니다. 잔존병력도 수습이 안되어 아우디우카 점령 이후 아직까지도 러시아군은 잔당소탕 중입니다.
더욱이 아우디우카 이서 지역으로는 마땅한 방어거점 설정이 어려워 현재로서는 보차(?)강 쪽으로 방어선을 물리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써먹을만한 자연지형물이 그곳인 것이죠.
3. 러시아 UMPK 활강유도탄
이번 아우디우카 공방전이 러시아의 우세로 전환된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러시아의 활강유도탄 활용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군의 JDAM 개념의 UMPK는 기존 멍텅구리 폭탄에 유도키트를 달아 사거리와 정확도를 높인 물건입니다. 물론, 미군의 JDAM처럼 정교하지는 않지만 정밀타격 개념이 미군과는 사뭇(?) 다른 러시아군에게 이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기존 항공폭격 사거리가 20km에서 60km까지 대폭 늘어나 버렸는데 이는 최전선인 아우디우카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망이 통제하지 못하는 거리입니다.
러시아 공군은 아측 점령지 내에서 안전하게 폭탄 투발 후 돌아가고 이 폭탄은 아우디우카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군 주요 거점에 떨어집니다. UMPK는 그 단순성에 의해 생산에도 무리가 없는 만큼 아우디우카의 우크라이나군은 밤낮으로 이런 항공폭격에 시달렸습니다. 활강폭탄이 떨어진 직후 어김없이 러시아의 3~4인으로 구성된 분대단위 공격이 있었고 이는 결국 전선붕괴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4. 러시아의 인해전술
인해전술이라고 쓰고 고기분쇄라고 읽어야 될 판입니다. 바흐무트에서는 바그너 용병부대의 죄수부대로 이를 시행 했다지만 아우디우카에서는 돈바스 반군과 러시아 징집병들로 이를 실행해 버립니다. 그리고 이쯤에서 저나 기타 우크라이나 전황 분석하던 사람들은 계산에 실수가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기간 내내 병력손실율은 우크라이나가 우세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이 비율이 떨어지긴 했으나 바흐무트, 마린카, 아우디우카와 같은 방어전에서는 러시아군의 손실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이게 결국 러시아군의 발목 잡을 것이지만 그 한도를 잘못 계산했습니다.
러시아는 다를것이라고 내심 생각했으나 저 역시 서방기준의 전략평가를 해왔던 것 입니다.
'러시아는 점령하고 싶으면 어떤 손실을 입더라도 결국 점령할 것 입니다. 점령 못해도 결국 시도는 할 것입니다. 수만 명이 죽던 수십만이 갈려나가던 결국 푸틴의 의지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그것이 그들의 3~50년 미래를 갉아먹는다 할지라도 게의치 않을 것 입니다.'
이걸 간과했던 것이죠. 이번 아우디우카 점령에만 3개 야전군이 갈려나갔습니다. 지금 공세확대가 안되는 이유도 이들을 정비하고 원래 소속지역으로 복귀시키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 그렇습니다.
5. 우크라이나의 기로
우크라이나는 작년 하계공세 실패로 사실상 공세역량을 잃었습니다. 병력문제와 물자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는 전선 방어에 급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서방측 전문기관들에서는 24년은 우크라이나가 잔뜩 움츠리고 버텨야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 지도부 입니다. 정치적, 외교적 사안은 이 시리즈의 주 쟁점이 아니기에 크게 다루지는 안아왔습니다만 젤렌스키 행정부의 가시적인 변화가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결국 내부적으로 무너질 것입니다. 이는 1차 세계대전의 독일제국도 마찬가지였고 강력한 외부세력에 저항하던 대다수의 약소국이 맞닿아뜨린 운명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젤렌스키 정부가 실각한다면 현재 전선을 유지한채 협상 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6. 러시아의 공세
러시아는 작년 우크라이나의 하계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 후 10월경 부터 전 전선의 공세능력을 극대화하여 전방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돈바스 전선의 마린카, 아우디우카에 집중하여 이 두 곳 모두 결국 얻어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의 대선일정에 맞춰 성과를 쥐어짠 것으로 보입니다. 곧 라스푸티차가 다시 시작되니 공세는 이것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고 이제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하던 방어를 굳건히 하던 봄철은 지나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참고자료 : 네이버블로그 sundin13, 보리나무 성환
첫댓글 감정적인 생각이지만 올해 안으로 전쟁이 끝날 것만 같아요 ㅠㅠ
목숨은 갔다 버리는것을 진짜 하고 있지요ㅡㅡ;
물론 이정도 맨파워를 소모하면 러시아의 미래는 나락가는거지만. 뭐 러시아가 나락가는거지 푸틴이 나락가는거 아니니께요.
21세기판 독소전이 되어가는군요
독소전도 42.6말 ~ 45.5 3년이면 끝낫는데 이건 그것을 넘을 것인지...
이번 우크라이나 대선이 분기점이 되려나… 한국전 때 다른 나라들이 바라보던 시점이겠지요?… 남일 같지 않음.. 정말..
옴마나. 요즘 관심 떨어져 안 보고 있었는데, 결국 아브데예프카가 따였네요. 저기가 돈바스 내전때부터 도네츠크 일대 우크라이나군 전진기지였죠.
끝이야 러-우 슬라브 형제의 동반자살로 맺어질 듯 합니다. 양쪽 다 전쟁 사상자와 인구 엑소더스가 극심한데 이어 경제까지 꼴아박았으니. 푸틴 ㅂㅅ
글만 읽어도 참혹하네요.. 언제쯤 평화가 오련지..
야전군 3개가 갈렸다면...병력손실이 어마어마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