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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방은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갤러리에 캡쳐해둔 거 있길래... 근데 왜 있지..?)
막생 처음이라 떨린다는 말 걍 인사치레인 줄 알았는데 진짜 떨리네;; 후....
안녕 우선 난 2020년 2월 13일 오후 12시에 라섹 수술을 받고 이틀 동안 요단강에서 허우적대다가 이제 겨우 난간 짚고 숨 몰아쉬는 중인 라섹인임ㅇㅇ
내가 이걸 쓰는 이유는 라식 라섹 기타 등등의 시력교정술 후기를 보면 대략적으로 이래서 이렇게 좋아졌다~~ 가 대부분이고 회복기간의 고통에 대해 집중적으로 쓴 글이 (내가 찾아봤을 땐) 많이 없었기 때문임. 물론 눈알을 유리파편에 굴리는 것 같다... 와 같은 섬뜩한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인간이란 종족은 참으로 간사해서 지가 보고 싶은 것만 보잖아? 바로 밑에 광명 찾은 부분이 나오니까 자동 흐린눈 하게 되더라고^^... 무튼 그래서 내가 ^고통^에 대한 부분만! 존나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들려준다.
참고로 이 글은 추천, 혹은 비추천에 대한 글이 아닌 점, 괜한 공포를 조장할 생각이 1도 없다는 점(최대한 감정 빼고.. 객관적인 상황 묘사만 해보겠음), 뭐든지 사바사라 난 이랬지만 넌 또 다를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 글에는 단 1퍼센트의 뻥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솔직히 이걸로 뻥카치면... 진짜 개씌앙놈임;;;;) 미리 명시하고 시작한다.
그리고 이미 느꼈다시피... 나 존나 tmt니까 알아서 요점만 걸러 들어..ㅎ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최대한 진지하게 써보겠다.
아, 내가 한 시술은 >무통 라섹<임!
그럼 진짜 시작.
아무리 그래도 말머리가 후기인지라.. 대충 구색은 맞춰야 하니 수술 계기 정도는 밝히고 시작할게.
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드림렌즈(잘 때 끼고 다음날 아침에 빼면 시력이 교정되어 있는 꿈의 렌즈 있음)를 쭉 껴오다가 작년 12월 말에 실수로 하수구 속으로 보내버렸음...ㅋ 근데 어차피 성인 되면 시력교정술을 받으려고 했었고, 수험생 할인 될 때 빨리 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바로 예약 잡고 수술함.
이 정도면 후기 구색은 갖춘 것 같고...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갈게.
워낙 사람마다 고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지라... 우선 내 설명부터 하자면
난 태생적으로 고통에 무딘 인간임.
남들 다 도수치료 받으면서 소리지르고 울고 난리칠 때 세상 덤덤히게 치료사분이랑 수다 떨고, 피어싱 뚫은 지 한 시간만에 아무 느낌도 없어저서 뚫은 것도 까먹기 일쑤고(심지어 살성도 강해서 귓볼 쪽은 3일 만에 스스로 간 적도 있음), 엽떡 매운맛 정도는 먹어야 겨우 맵다고 느끼는 수준(매운맛도 통감이니까...)
그러니까 정리하면 살면서 고통에 굴복해본 기억이 거의 없는 인간이라는 거.
보통 이런 인간들 특징이 안전불감증이 은은하게 깔려 있고 뭐 이번에도 별거 있겠냐 남들 다 하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하도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너무 성급한 일반화인가... 우선 난 그랬음.
그래서 수술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카톡 확인하다가 엄마한테 혼나고ㅋㅋㅋㅋㅋ 아침부터 병원 가니까 너무 졸려서... 빨리 끝내고 자야지... 이 생각밖에 없고ㅋㅋ... 수슬대 누워서도 간호사분들이 일부러 안심하라고 별 소리 다 하는데 네... 넹... 아... 하하... 이러면서 흘려 듣고... 진짜 빨리 끝내고 잘 생각밖에 없었음.
그리고 의사쌤이 들어오심.
수술은 당연히 마취하니까 아플 수가 없음. 그냥 레이저로 다 깎아내고 마지막에 눈 씻어주는데 그때 존나 차가운 거 빼곤 ㄱㅊ. 안 그래도 15-20분 정도면 끝나는 수술인데 내가 하도 아무렇지 않게 미동도 없으니까... 진짜 빨리 끝났음. 나처럼 협조도 높은 환자는 처음이라고... ㅋㅋㅋㅋㅋ
무튼 수술이 끝나고 나서도 마취는 완전히 안 풀렸으니까... 핸드폰 보는 것도 가능함. 그렇게 차타고 다시 집 가면서 좀 자고... 정신 차리니까 집이더라고.
이때부터가 지옥 시작이다 얘들아.
마취가 풀리는 순간부터 엄청난 고통이 나를 후려치기 시작함. 눈물이 줄줄 흐르고.... 눈이 부시고.... 니네가 아는 그거 맞음.
내가 이 고통에 대해 최대한 상상하기 쉽게 묘사해준다.
>화장품(선크림 같은 거)이 눈에 들어간 느낌+하드렌즈가 돌아간 느낌<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ㅋ.. 근데 여기에 추가로 하도 눈물을 많이 흘리니까 눈이 팅팅 부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안압이 존나 센 느낌... 그리고 하도 울어서 머리도 지끈거림.
그니까 걍 총체적 난국.
빛을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됨. 일회용 인공눈물과 휴지를 미친듯이 쓰게 되고... 웅녀가 100일 동안 쓱과 마늘을 먹는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썬글라스는 내 피부가 되고, 냉장고도 맘대로 못 엶. 불빛;;
화장실 들어갈 때도 불 못 켬. 완전 어둠의 자식... 드라큘라 간접체험... 뭔지 알지.
잠은 정확히 2시간에 한 번씩 깸. 이따가 뒤에서 말할 거지만 눈에 넣는 진통제가 있는데 내 기준 그거 약효가 정확히 2시간이더라고. 그니까 약효 끝나면 아파서 저절로 깸. 그럼 다시 약 넣고 자고... 밤새 그 짓의 반복.
솔직히 무통 라섹이 이정도면 그냥 라섹은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음;;;; 상상도 하기 싫다 진짜...
이쯤 되면 밥은 어떻게 먹었나 궁금해질텐데 난 첫날은 세끼 다 두유로 떼웠음ㅋㅋㅋㅋ 지금 밥이 생각나고 그럴 상황이 아님ㅋㅋㅋ일단 약 먹으려면 뭐라도 배에 넣긴 해야하니까... 겨우 뭐라도 먹는 수준... 둘쨋날 저녁에 겨우 김볶밥 먹었으나 그마저도 체해서... 바로 소화제 먹었다.
무튼 이렇게 지옥 같은 이틀을 보내고 셋째날이 되면 놀라울 정도로 괜찮아짐. 물론 여전히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는 필수지만... 우선 눈물이 급 멎음.(그래서 인공눈물 엄청 넣어야 함) 그리고 렌즈 돌아간 느낌도 사라짐. 이제서야 세상이 좀 세상답게 보이고 아, 신은 아직 날 버리지 않았구나 하며 감격하게 됨. 선글라스 끼면 핸드폰도 가능. 참고로 라섹은 바로 시력이 급상승하는 게 아니라서 엄청 잘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술 전에 비하면 광명 찾은 거지...
이렇게 해피 엔딩... 으로 마무리하고 이제 실질적인 꿀팁 들어간다. 다들 뇌에 박아둬라.
우선 니가 준비해둬야 할 것
: 선글라스(최대한 어두운 거), 인공눈물(존나 많이), 물, 곽티슈(최대한 많이), 이틀 동안 들을 것, 주전부리, 검은색 배경화면, 아이스팩, 먹는 진통제(비상용), 수면 유도제(비상용), 안대
밑에서 다시 설명할 건 제외하고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1. 이틀 동안 들을 것
: 알다시피 최소 이틀은 아무것도 볼 수 없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그 엉겹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니까 뭐든 들을 걸 준비해둬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노래보다는 팟캐스트나 라디오 같은 걸 추천. 물론 덕질하는 사람들... 니네 언니오빠들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해 죽겠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팟캐스트나 라디오도 괜히 고상하게 정치 강의, 지대넓얕, 93.1 이런 것도 뭐... 듣겠다면 말리지는 않지만
솔직히 내 생각엔 그냥 다 필요 없고 웃긴 게 최고다. 당장 아파 죽겠는데 그런 게 귀에 들어올 리가 없음;;
난 개인적으로 팟캐스트 ‘비밀보장’이랑 ‘컬투쇼 레전드 사연’ 들었다. 눈물은 줄줄 흘리면서 입은 웃는 괴상한 생김새가 되니까 방문은 잘 닫고 듣자.
2. 검은색 배경화면
: 아까도 말했듯 빛을 최대한 보지 않는 게 좋다. 화면 밝기도 최대로 낮추고, 아이폰이라면 다크모드로 바꾸자.
귀찮게 찾지 말라고 내가 만든 배경화면 첨부한다. 잠금, 홈, 카톡 배경, 다음카페 홈까지 설정할 수 있는 모든 곳은 전부 까맣게 맞춰두자.
3. 주전부리
: 눈을 뜨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것들.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4. 인공눈물과 곽티슈
: 얼마나 준비해둬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확실하게 정해준다.
우선 인공눈물은 하루에 한 통 생각하고, 곽티슈는 1/2는 기본 비울 생각 하고 있어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무한테 존나 미안하긴 한데... 그땐 그런 거 따질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휴지 뽑고 있을 것...
5. 먹는 진통제
: 하도 울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소염진통제를 처방해주긴 하지만 너무 죽을 것 같으면 진통제 추가로 먹어도 괜찮다고 했음. (병원 피셜임)
6. 수면 유도제
: 조금이나마 덜 아프려면 최대한 자는 게 최고임. 자는 동안에는 일단 아픈 걸 못 느끼니까... 근데 너무 아파서... 잠이 안 와.... 그리고 낮에 하도 많이 자면 밤에 잠이 잘 안 옴. 그럴 때 먹는 거임. 어떻게든 자야 하니까... 난 진짜 수면제를 먹은 건 아니고 멜라토닉이라고 시차적응약 있는데 그걸 1/4 조각으로 나눠서 조금씩 먹었음. 아프다고 과복용하면 큰일나는 거 알지? 상태 봐가면서 진짜 필요할 때만 드삼.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함.
라섹하러 병원 가면 약을 엄청 많이 처방해줄 거임. 딴 건 그냥 하란 대로 잘 눈에 넣고 입에 넣으면 되고, 니가 무조건 손에 쥐고 있어야 할 건 바로
눈에 넣는 진통제
아이스팩
그리고 안대.
1. 우선 안대는 (당연한 소리지만) 잘 때 필요한 건데, 병원에서 잘 때 눈 비비거나 하는 거 방지하려고
이렇게 생긴ㅋㅋㅋㅋ고글을 줄 거임ㅋㅋㅋㅋ
그럼 저거 끼고 그 위에 안대로 덮어버리면 됨.
아까도 말했지만 무조건 자는 게 최고이므로... 낮에 잘 때 쓰는 건 물론이고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햇빛 보이면 오 마이 아이즈..! 각이니까 밤에도 잊지 말고 끼고 자자.
2. 눈에 넣는 진통제.
잘 기억해. 뇌에 박아. 저게 실질적인 네 동아줄이야. 널 고통에서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아이라고.
아마 병원에서 눈에 넣는 항셍제를 처방해줄 건데, 그걸 초반 3일 동안은 2시간에 한 번씩 총 6회 넣어줘야 함.
인공눈물 먼저 넣고, 3-5분 뒤에 항생제 넣고, 그 뒤에 저 진통제 넣으면 됨.
저거 넣으면 진짜 고통이 1/5로 줄어. 진짜 저건... 마지막으로 내게 주어진 히든키 같은 거야. 진짜... 저거 없었음 나 못 버텼다;;;;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아파 뒤지겠다고 많이씩 짜넣고 그래봤자 의미 없어. 흡수되는 양은 정해져 있고 나머진 다 흘러내려. 그러니까 한 방울씩만 넣자. 안 그래도 아까우니까...알겠지?
난 너무 자주 넣어도 또 안 될 것 같아서 버티고 버티다 2-3시간애 한 번씩 넣었음.
3. 아이스팩.
어차피 첫째날에는 진통제 빼곤 뭘 해도 소용이 없고... 둘쨋날부터 빛을 발하는 게 이 아이스팩.
우선 퉁퉁 부은 눈을 가라앉혀줘서 눈을 뜰 수 있게 해줌. 안압을 낮춰줌. 그리고 고통이 좀 가라앉은 둘쨋날 밤은 냉찜질만 해도 확실히 고통이 덜함. 진통제+아이스팩이면 고통 거의 안 느껴짐ㅠㅠㅜ
아이스팩은 가능하면 여러 개 챙거두자. 녹으면 바로 새 거 꺼내서 눈에 대야 하니까...
그 외 소소한 기타 꿀팁.
1. 너무 많이 우니까 탈수 현상이 올 수 있음. 그래서 물은 수시로 먹는 게 좋은데 일반 물컵은 쏟을 수 있으니 가능하면 텀블러에 담아 먹자. 빨대 있는 텀블러를 추천한다.
2. 약 4일 가량 씻는 건 불가능하니까 수술 당일에 샤워 하고 가자. 클렌징 워터 있으면 얼굴은 눈 주위 피해서 살살 닦는 거 가능.
3. 하도 코 풀어서 피부가 다 헐 테니까 보습제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바르자.
4. 시간이 지날 수록 눈이 더 부어서 안압이 존나 세지는데, 그럴 땐 앉아서 자면 좀 낫더라.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일단 난 그랬음.
5. 이건 꿀팁이 아니라 당연한 거지만 약은 넣으란 대로 꼬박꼬박 잘 넣어야 함. 알람 맞춰두는 게 훨씬 편할 거야.
이상 끝. 해산.
이 외에 질문 사항은 (내가 답변 가능한 것들에 한해) 답글로 알려주겠음.
혹시라도 문제 시... 뭐하지... 냉찜질 한 번 더 할게..
그럼 안녕
혹시..나 각막얇아서 재수술 불가능ㅇ인데 그래도 하는거 추천해? (렌삽은 넘 비싸고 거부감들어서ㅜㅜ)
ㄱㅆ 어떤 시술을 할 건지에 대한 문제는 내가 전문지식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전문의와 상의를 하는 게 맞을 것 같고... 그치만 나는 시력교정술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정말 커서 뭐든 가장 잘 맞는 수술법으로 하는 걸 추천하긴 해
물론 (완전히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안구건조증이라든가 알러지 때문에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렌즈 끼고 안경 끼던 때의 불편함을 생각하면 정말... 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수술 할 것 같아
물론 모든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한다는 거 알지?? 의사 선생님이랑 꼭 충분히 상담해보고 합리적인 결정하길 바라!
고민중인데 서치하다 도움얻고 간다 ㅠㅠ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