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소와 중국 지름신 ◈
일본의 초저가 유통 업체 다이소의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80)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났어요
다이소는 ‘크게 번창한다’는 뜻의 회사이름 대창(大創)의 일본어 발음이지요
브랜드명은 일본에서 건너왔는데 한국 다이소는 더 진화해
‘다이소족(族)’ ‘다이소 팬덤’ ‘다이소 VIP’ 같은
온갖 유행어와 함께 독특한 소비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탕진잼의 성지’
‘미친 물가 속 만만하게 사치하는 곳’으로 불리고 있지요
돈을 펑펑 쓰는 즐거움을 누린다는 뜻의 유행어가
‘탕진잼(탕진+재미)’이지요
백화점 VIP가 되려면 연간 소비액이 수천만원은 되어야 하는데
‘다이소 VIP’ ‘다이소 만수르’들은 “10만원 질렀습니다”
“저도 15만원이나 구매한 적 있어요”라면서
수십가지 물건 산 영수증을 띄우고 있어요
판매 제품 3만여 종 가운데 80%가 1000원, 2000원짜리이지요
제일 비싼 게 5000원인데
가격표 안 보고 이것저것 사도 2만~3만원을 넘지 않아요
미국의 달러숍, 일본의 100엔숍 같은 균일가 소매점은
불황 산업으로도 불리고 있어요
1879년 프랭크 올워스가 뉴욕에 5센트 균일가 매장을 연 게 효시이지요
국내에 1000원숍은 한국 다이소 박정부 회장이 1997년 처음 선보였어요
45세에 늦깎이 창업을 해 원래는 일본 다이소에 납품하던 무역회사였지요
‘아스코’라는 1000원숍을 시작했는데
2001년 일본 다이소에서 4억엔(지분 34%) 투자를 받으면서
이름을 바꿨어요
“다 있소”를 연상시켜 받아들인 이름인데
일본 기업으로 오해도 받았지요
지난해 일본 다이소 지분을 몽땅 사들여 100% 한국 기업이 됐어요
미모의 여배우 한소희가 생일 파티 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보석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한 사진을 올렸지요
값비싼 보석이 아니라 다이소의 1000원짜리 장난감 액세서리였어요
‘공주 놀이’ 하는 여아용 제품인데 젊은이들 사이에 생일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용으로 불티나게 팔렸어요
초저가 생활용품 매장이어서 알뜰한 40~50대 주부들이
많이 찾을 것 같지만 의외로 최대 고객층은 20대(30%)이지요
50대 이상은 5%에 불과하고 10~30대가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어요
온갖 생활용품에, 애완동물용품, 가드닝용품, 와인용품까지 구비하고
부담 없는 가격에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젊은 소비자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지요
그런데 최근 지인이 “결혼 30년 되도록 쇼핑 가는 것도 싫어하고,
집 인테리어는 관심조차 없던 남편이 갑자기 욕실 용품 등
온갖 싼 생활용품을 사들이고 있어 황당했는데
알고 봤더니 중국 초저가 직구(직접 구매) 앱에 꽂혀 그런 것”이라고 했어요
그 자리에 있던 남성이
“실은 지금 내가 찬 시계도 그 앱에서 산 초저가 제품”이라며
그간 사들인 물품 목록과 가격을 죽 읊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요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쇼핑하러 가서 이것저것 사들이면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하지요
‘지르다’에 신(神) 내리다”를 붙여 만든 유행어인데
소비 욕구가 자기 의지로 억제하기 힘들 만큼 강하다는 뜻이지요
중국의 초저가 직구 앱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평소 쇼핑 다니기를 귀찮아하던 중년 남성들에게도 지름신이 강림했어요
국내에서 파는 가격의 절반 이하나 4분의 1, 심하게는 10분의 1까지 있지요
싸도 너무 싸니 호기심에 이것저것 구매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초저가를 내세운 중국 직구 앱의 성장세가 거세지고 있어요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세 업체,
이른바 ‘알·테·쉬’의 사용자 수를 다 합하면 1509만명으로,
국내 1위 쿠팡(2982만명)의 50%가 넘지요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 익스프레스는
1년 새 사용자가 2배 늘었어요
작년 8월 뒤늦게 상륙했는데도 테무는 5개월 만에 사용자가 11배 늘었지요
쉬인도 1년 새 4배 늘었어요
알리나 테무에서 산 제품을 개봉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을
‘알리깡’ ‘테무깡’이라고 하지요
1000원, 2000원짜리까지 해외 직구를 하게 됐으니
초등학생들까지 ‘알리깡’ 동영상을 틱톡에 올릴 정도이지요
발 빠른 소비자들은 저가 제품도 더 합리적으로 쇼핑하려고
손가락 검색이 바빠졌어요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후기가 좋은 제품을 사진 캡처한 뒤
알리에서 검색하면 동일한 제품이 거의 다 나오던데요.
어차피 쿠팡이나 알리나 다 중국산 아닌가요.”
”알리에서는 불량이거나 좀 쓰다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것만 삽니다.”
그런데 ”저 어쩌죠? 직장 그만두고 쇼핑몰 창업했는데
중국 직구 앱 때문에 망할 판입니다.”
국내 온라인 유통 업체도 비상이지만 중국산 생활용품, 패션 잡화 등을
수입해서 쿠팡 네이버 등에서 팔던 국내 1인 사업자들이 울상이지요
반도체 등을 둘러싼 미·중 패권 전쟁이 공중전이라면,
중국 초저가 직구 앱의 세계 공습은 개미 사업자들까지 유탄 맞는 육탄전이지요
어느 쪽이 최후 승리자일지 예측하기 힘든
세계 유통 대전이 벌어지고 있어요
아무튼 ‘다이소족’ 덕에 1000원짜리 파는 회사가 매출 3조원을 넘는
‘유통 공룡’으로 놀라운 성공을 거뒀지요
거기다 중국 초저가 회사들이 한국을 공략하고 있으니
초저가 물류 대란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어요
초등학생들까지 이것저것 사서 영상 찍어 올리는
‘다이소깡’이나 30~40대의 지름신 강림은 문제랄수 있지요
알뜰 소비가 아니라 1000원, 2000원의 ‘소소한 낭비’를
습관처럼 즐기다가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주머니 돈은 슬금슬금 새고
집안에는 필요 없는 물건들만 잔뜩 쌓일수도 있어요
물론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소비촉진도 좋지만
소비촉진과 낭비문화는 엄연히 다르지요
요즘처럼 어려울때는 가장 경계해야 할것이
바로 "낭비문화"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첫댓글 좋은글 다녀갑니다
그래요 감사해요 ~~
올리신 글 현대인 에게 표범이 되며
감사함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낭비문화가 너무 지나치고 있어요 ~~
음악소리에 글을 일기기가 좀 그러네유
음악 없는게 집중이 ㅎㅎㅎㅎ
산만해서 글이 반감?..
허허 그런가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원하시니 ~~
@녹림거사 보륨을 작게 은은하게
크면 음악이 목적인지 글이 목적인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서 ㅎㅎㅎ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