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계율을 청정하게 지켜야 한다. 말하자면 업장을 없애는 것이다. 만약에 청정하지 않는 자라면 반드시 참회를 해야 한다.
참선에 임하는 조건을 말하고 있다. 두 번째가 계율이다. 계율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남을 울렸거나 남에게 못된 짓을 했거나 남의 물건을 가져 왔거나 하는 자들은 바로 참선에 들어갈 수 없다.
그가 언제 찾아와서 나에게 달려들지 모른다. 그런 불안한 마음으로는 참선에 임할 수 없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죄많은 사람은 죄부터 참회해야 한다. 삭발할 때도 머리가 길면 그 긴 머리부터 가위로 먼저 자른다. 기름이 잔뜩 묻은 빨래라면 애벌세탁부터 먼저 하고 세탁기에 넣는다.
마찬가지로 죄업이 두꺼운 자는 일단 큰 죄업부터 털어내어야 한다. 그러므로 처음 참선에 임하는 자는 반드시 참회 기도하는 기간을 두어야 한다. 거기서 엉키고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하는 것이다. 그래야 앉아 있어도 큰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
해제를 하고 결제에 임하는 수좌들도 마찬가지다. 결제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참선에 임하는 것보다 세속에서 묻혀온 거친 번뇌를 털어내는 준비기간을 먼저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제 때 담아 온 세속의 여러 잔영들이 결제기간 내내 분분하게 일어나 아까운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
□해동소□ 三者衣食具足
셋째는 의식이 구족해야 한다.
성사는 이 대목을 세 번째에 넣으셨지마는 나같으면 첫 번째에 넣는다. 참선을 하는데 사실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먹고 입는 것이 해결되지 않는데 참선을 한다?! 이런 사람은 형체만 참선 모습이지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사람이다. 결코 참선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
참선에 임하는 사람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우선적으로 충분해야 한다. 땟거리를 걱정하고 입을 옷을 걱정하는 사람은 참선할 수 없다.
먹을 것이 충분해도 먹도록 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것도 안된다. 혼자서 수행한다는 토굴스님들의 일과를 보면 잘 알 것이다. 그 스님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한가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너무나 바쁜 사람들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쁘고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바쁘다. 계절이 오면 계절에 대비하기 바쁘고 계절이 가면 가는 대로 바쁘다. 쉴 새 없이 마을과 산속을 오르내리며 생활용품을 져다 나르고 채전을 가꾼다. 정말 공부할 시간이 없다. 토굴을 지키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신선도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신선을 시봉하는 동자다. 그 동자가 빠지면 신선도가 완성되지 않는다. 신선이 밥해먹고 빨래한다면 그는 신선이 아니라 그냥 삶에 쫓기는 한 명의 장발노인과 같기 때문이다.
"빨래하고 밥해먹는 것도 도 닦는 일입니다." "쓸데없는 소리!"
□해동소□ 四者得善知識
넷째는 선지식이 있어야 한다.
선지식에게서 정법을 듣는다. 악지식에게서 사법을 배운다. 정법으로 깨달음을 얻으려 하면 선지식을 모셔야 한다. 성실론에 보면 선지식을 모시면 네 가지 이익을 얻는다고 했다. 그것을 보통 사덕처라고 부른다.
1. 정법을 배워서 큰 지혜를 낸다. 2. 큰 지혜로써 일체법의 실체를 본다. 3. 육진의 세상에 마음이 부동해진다. 4. 번뇌를 끊고 공적한 이치를 깨닫는다.
마하지관에는 세 분의 선지식이 있다고 했다. 교수선지식 동행선지식 외호선지식이다. 교수선지식은 직접 가르침을 내리는 분이고 동행선지식은 공부하도록 만들어 주는 분이며 마지막 외호선지식은 공부를 하도록 북돋아주는 분이다.
이 세 분이 주어지면 그 수행은 나날이 일진하고 다달이 상향할 수 있다. 하지만 복 없는 자들은 이 분들이 입이 닳도록 이끌고 손발이 붓도록 받치고 몸이 으스러지도록 밀어주어도 먼 산만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유교경에
又如善導 導人善道 聞而不行 非導過也
나는 길잡이와 같다. 사람을 좋은 세계로 데리고 가려는데 듣고도 따라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길잡이의 잘못이 아니다 라고 하셨다.
첫댓글 시봉하는 동자없는 신선은 그냥 삶에 쫓기는 한 명의 장발노인과 같다 라는 말씀이 가슴 뭉클합니다.
참선의 핵심은 선지식아닐까요? 지도하는 선지식 없이 모여서 하는 참선은 그냥 친선도모를 위한 계모임에 불과하니까요.
고요한 곳에서 계율을 지키며 옷과 양식을 제공하는 신자와 선지식을 모시고 해야하는 참선. 한 개가 더 남았네요. 미리 저는 완전 항복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부처님의 약상자에는 수많은 약이 있다고 하셨으니.
감사합니다 _()_
좋은글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