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음악 좀 듣는 사람이라면 브릿팝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브릿팝은 매니아층이 정말 두터운 장르다.
팬이 아니더라도 오아시스, 블러의 노래는 다들 들어보지 않았는가.
유튜브에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플레이리스트들이 브릿팝 플리들이다.
대부분 그런 플리들을 장식하는 밴드는 Oasis, Blur, 혹은 그 시대에 데뷔한 非브릿팝 밴드들이다.
간혹 가다 스웨이드도 보이고...(스웨이드는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브릿팝 밴드이다.)
근데 펄프에 대한 설명이나 노래를 담은 영상은 눈을 씻어도 찾기 힘들다.
도대체 왜일까...? 브릿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반을 남긴 레전드인데...
암튼 이러한 슬픔을 뒤로한 채로 글을 써본다.
P U L P
사실 4집 <His 'n' Hers>의 성공 이전엔 빛을 보지 못한 밴드라서 생계를 위해 해체된 적도 두 번 정도 있었다.
프런트맨이자 보컬인 자비스 코커가 (뒤에 중요하게 언급될) 예술 학교에 입학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자비스 코커는 기존 멤버들 + 학교에서 만난 세션을 모아
다시 밴드를 결성하게 되고 이후 발표한 4집이 영국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성공을 거둔다.
물론 4집 <His 'n' Hers>도 좋은 앨범이지만...
1995년 그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앨범을 발표한다.
PULP <Different Class>
NME 선정 500대 명반 6위
롤링스톤 선정 500대 명반 162위
1996년 머큐리 프라이즈 수상
이 시절 나온 가장 영국적인 앨범을 꼽으라면 이 앨범이 아닐까 싶다.
성, 관음증, 마약과 같은 민감한 주제도 다뤘지만
그 무엇보다 영국의 뿌리깊은 계급 갈등을 신랄하게 비판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이 앨범에 영국 사회에 끼친 임팩트는 실로 지대했다.
모든 곡이 좋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곡을 꼽으라면
<Disco 2000>, <Common People>일 것이다.
<Disco 2000>
자비스 코커가 펄프 활동 잠정 중단했을 시기에
고백했던 여성에게 차이고 건물에서 뛰어내렸는데(다행히 구사일생했다)
그때 고백했던 여성이 바로 곡에서 언급된 Deborah Bone이라는 여성이었다.
실제로 자비스의 동네 친구기도 했다고.
(데보라 본은 소아청소년 정신병동의 간호사였고, 2014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간호사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사후 영국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했다.)
곡의 내용은 짝사랑했던 동네 친구에게 과거에 2000년이 되면 만나자고 말했던 것을 곱씹으며
짝사랑했던 친구가 결혼한 것을 알고 씁쓸해하는 그런 내용이다.
자비스 코커가 왜 최고의 프런트맨으로 꼽히는 지는 몇가지 라이브 영상을 보고 오면 알 수 있다.
위는 2011년 레딩 페스티벌에서 한 Disco 2000 라이브.
(특히 강력히 추천하는 영상은 1995년 글라스톤베리 축제 라이브이다. 축제 역사상 최고의 라이브 중 하나로 꼽힌다.)
<Common People>
펄프가 낳은 최고의 곡이자, 내가 브릿팝 전체를 통틀어 최고로 꼽는 곡.
롤링스톤 선정 500대 명곡 75위
타임지 선정 100대 명곡
NME 선정 500대 명곡 6위
피치포크 선정 1990년대 최고의 노래 2위
Paste지 선정 역대 최고의 브릿팝 50곡 中 1위
누군가에게 브릿팝이 무엇이냐 단 한 곡으로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곡을 택할 것이다.
그야말로 상징적인 곡이다.
영국에 대한 신랄한 사회 풍자를 담는 동시에 "보통 사람들"을 대변하는 곡.
앞서 언급했던, 자비스 코커가 펄프 해체 당시 다녔던 예술학교에서 만난
금수저 그리스인 유학생을 신랄하게 까는 내용이다.
돈이 많다고 밝힌 유학생이 "나는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라고 말했지만
정작 서민처럼 행동하라니까 웃어넘겨버리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인 여학생을 풍자하는 곡이다.
(실제로는 코커에게 노동자가 많이 사는 런던의 이스트엔드에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여학생이 누굴까하고 영국에서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리스의 전 재무장관의 부인이 유력하게 꼽힌 적이 있었다.
그 시기에 영국 유학을 다녀왔으며, 전공 또한 곡 중 가사와 겹쳤기 떄문이다.
물론 자비스 코커는 아니라며 체면을 지켜주었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음원 버전
2011 레딩 페스티벌에서
앞서 언급했던 1995년 글라스톤베리 버전의 Common People.
바이올린의 소리가 너무 강하게 믹싱된 게 흠이긴 하지만... 역사적인 무대이다.
신랄한 가사로도 유명하지만
부드러운 키보드 연주와 에너지 넘치는 기타 연주,
록에는 생소할지도 모르는 바이올린 연주가 훌륭하게 어우러져 있는 곡이다. (빌보드 평가 발췌))
물론 화룡점정은 그 가사겠지만.
언젠간 우리나라에서 브릿팝하면 펄프가 가장 먼저 떠오르길 기원하며 마지막 요약과 함께 글을 마친다.
"브릿팝이라는 장르를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정의해야 한다면 그 앨범은 단연코 <Different Class>."
말 그대로 브릿팝의 Different Class를 보여준 앨범.
첫댓글 제 블로그에서 그대로 퍼온 글이라 어투가 딱딱합니다... 재밌게 봐주세용 ㅎㅎ 저번에도 펄프 추천글은 올렸었는데 다시한번 제대로 써봤습니다!
스웨이드 브릿팝 밴드 중에
젤로 좋아합니다.
브렛 특성상 라이브가 극과극을
달리는게 흠이지만
퇴폐미의 정점을 찍는 퍼포먼스와
보컬!!
정작 주인공인 펄프는 나중에야
알게됐는데… 빅밴드 + 브릭팝의
독특한 밴드 더군요,
두 밴드다 이젠 쉽게 나오기 힘든
음악들을 해서인지 그립네요~
그 시절…
저에게 최고는 블러, 정점도 블러! 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 앨범이 최고라는 데에는 이견 없습니다. 데이먼 알반 갤러거 자비스코커는 동시대에 다시 나오기 힘든 천재들 같아요 셋이 함께 출몰한 시대에 살았던 게 축복.
저에게 최고는 verve입니다. 라디오헤드는 논외로 하고요
아 근데 this is hardcore는 아직도 즐겨듣습니다 ㅎㅎ
버브3집은 브릿팝의 최고 정수라 생각합니다
명반 추천 넘 좋습니다!! 올만에 좋아하는 곡인 I SPY 듣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