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멋진 보물창고를 만들라~!!!!
1782년 조선 22대왕 정조의 명령입니다
임진왜란으로 불에 타 없어졌던 경복궁의 역사를 잘 알고 있던 정조 왕은
창덕궁에 역대 왕들의 글씨와 의궤(뒤에 부연설명)를 보관할 목적으로
보물 창고 - 규장각 건설을 지시합니다.
다만 1592년 임진왜란때 경복궁이 불타면서
창덕궁의 규장각이 불안하다고 느꼈는지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서울과 가까운 강화도에
외규장각(규장각의 부속도서관)을 짓고
그곳에 왕실의 많은 서적들과 어람의궤(!!!)를 보관합니다.
여기서 잠깐~!! 의궤란?
조선시대에 왕실이나 국가에 큰 행사가 있을 때 후세에 참고할 수 있도록 일체의 관련 사실을 그림과 문자로 기록한 책을 지칭하는 용어.
(출처 - 다음백과사전)
nba로 치면 nba.com/stats ALL TIME 쯤?
조선의 큰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을 도감이라고 하고
도감에서 진행한 행사를 잘 기억하기 위해
준비과정과 행사장면, 사용된 도구, 음식, 인원, 출처, 만드는 방법 등등까지
아주 세세하고 기록하고 심지어 그림으로 남긴 책을 의궤라고 합니다~!!
의궤도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왕이 볼 수 있도록 특별한 방법으로 만드는 한권의 어람의궤와
일반인(혹은 관원)이 보는 최대 9권의 분상용의궤 등등이 있지만 복잡한 부분은 생략~!!
어람의궤는 나머지 다른 의궤들과 만드는 방법부터 매우 다릅니다.
당연한 필사본이었던 의궤의 표지부터 최고 비단에 최고급 안료를 사용하고
책 안의 그림은 왕실 대표 화원이 그리고 조선 최고 장인이 만든 못과 놋쇠물림으로 고정하고
종이도 최고급 두꺼운 재질로 만들어 성인남성이 혼자 쉽게 들지 못하는
무거운 무게의 책이 바로 어람의궤입니다.
이 어람의궤를 강화도의 외규장각에 보관하면 참 안전할거라 믿었는데..
보관한지 80여년 뒤 1866년
병인양요 때 하필 프랑스 군인들이 강화도로 쳐들어오면서
외규장각이 털립니다.
이놈들이 좋아보였던 어람의궤를 왕창 가져가는데
무거웠는지 절반인 300여권만 챙기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남은 절반과 건물을 불태워버립니다.
(귀한 왕실의 책 5,000여권과 함께 ㅜㅠ)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 먼 거리 배를 타고 서양으로 물건너간
우리의 보물 어람의궤는 100여년간의 시간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 창고에 보관됩니다.
(심지어 한자로 써있어서 중국책으로 분류됨)
세상에서 잊혀질뻔했던 어람의궤는
서울대 사회교육과 출신 박병선 박사님에 의해 세상에 존재를 알리게 되는데
대학교 스승님이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어람의궤를 찾아보라는 특명 주셨고
프랑스 유학 이후 우리의 유산을 열심히 찾다가
결국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베르사유 분관 폐지 창고에서 발견했습니다.
*. 어람의궤를 찾다가 먼저 발견한 것도 아주 대단한데 바로 직지심체요절입니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 인쇄본 - 다만 이 이야기는 너무 멀리 가서 제외 ^^)
199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TGV 고속철도 수주를 위해 방한하면서
한권의 어람의궤를 선물로 가져옵니다. (이자식들.. 선물이라니..)
그리고 박병선박사와 여러 단체(프랑스 정부와 소송까지 불사)들의 수고로
마침내 2011년 어람의궤를 포함한 외규장각의 모든 문서는 우리나라로 영구 환수됩니다.
하지만 열받는 것은 반환이 아닌 5년 갱신 영구임대!!!!
결국 소유권이 우리나라에 있지 않아 우리 문화재로 등록할수도 없고
국보 OR 보물 등록도 불가합니다.
돌아온 어람의궤 중에는 사본이 없는 국내외에 한점 뿐인 유일본들이 다수 있어
아주 아주 중요한 우리의 역사 유물입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으로 3월 19일까지
어람의궤를 비롯한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니
관심있으면 한번 가보셔도 좋을것 같네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다녀온 저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 현재 전시:국립중앙박물관 (museum.go.kr)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다보니 그분께서 다녀오셨더군요
[뉴스1 PICK] 김건희 여사, '외규장각 의궤' 관람…"문화재 반환 노력해야" (daum.net)
어제까지 벅찬 가슴으로 남아있던 좋은 마음이
이상하게 싱숭생숭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전시회 하나 비스게 여러분들께 추천합니다~!!!
첫댓글 외국인의 손에 문화재를 뺏긴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이지만 저 책 자체로 보자면 국내의 문화재 관리능력(해방직후 혼돈이나 전주제지공장 사건같은…)을 감안해보면 그나마 머나먼 이국땅에 있었던 게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지지율 40%이상이 되면 보이시는 여사님
어떻게 국내로 반입됐는지는 뉴스 등을 통해 본 적 있는데 어람의궤라는 게 이런 의미가 있었군요. 전시까지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다시 한 번 가봐야지 가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동력 하나를 더 얻어 갑니다. 고맙습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2.22 14:1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2.22 14:1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2.22 14:17
1월에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보고 왔습니다. 기술자, 일반 노동자 품삯도 디테일하게 다 나와있더라구요. 아이와 동반하시면 꼭 시간 맞춰 해설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예전에 한창 외규장각 도서 반환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가 있었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