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 까비의 옛날 옛적에 - 산돼지와 머슴
옛날 옛적에 마음씨 착한 머슴이 살았습니다
머슴은 추운 겨울날 밥도 못 먹은 채
나무를 하러 왔습니다
그때 산이 흔들리며 무언가 뛰어옵니다
바로 산돼지였죠
산돼지를 보고 얼어붙은 머슴 총각
산돼지는 불안한 듯 자꾸 뒤를 돌아보는데
산돼지
여보시오 총각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어 그러니
날 좀 숨겨 주시오
제발, 제발 날 좀 숨겨 주시오
부탁이오
마음씨 착한 머슴 총각은
말하는(?) 산돼지를 숨겨 줍니다
산돼지의 발자국을 지우고
눈을 굴려 산돼지가
지나간 자국도 만들어 줍니다
사냥꾼
이봐 총각!
큰 산돼지 하나 못 봤나?
분명히 이쪽으로 왔는데
내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거다
사냥꾼
오? 이 녀석 골짜기로 굴러 내려갔군
사냥꾼
으랏차 내가 놓칠 거 같으냐!!
게 섰거라!!
머슴 총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사냥꾼 혼자 지레짐작으로 뛰어갑니다
산돼지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머슴 총각
고맙긴 그만 가봐
난 몹시 배가 고파 그만 내려가봐야겠어
산돼지
그럼 가실 때 윗마을로 돌아서 가세요
머슴 총각?
응? 아침 아침밥을 못 먹어서
배가 고파서 안 되겠는데
산돼지
잠깐만 기다리세요
저도 은혜를 갚고 싶으니
꼭 윗마을을 거쳐서 가주세요
머슴 총각
어? 어어 아.. 알았어
산돼지
그 길로 쭉 가면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저를 찾아오세요
머슴 총각
아이고 배는 더 고파가는데
괜히 윗마을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
와 황소가 미쳤다 잡아라 잡아!!
돌아가는 윗마을에서 갑자기 황소가
미쳐 날뜁니다
황소는 온 동네를 미쳐 날뛰다
머슴 총각 앞에서 얌전하게 앉습니다
혹시 이 건 산돼지가 황소한테 부탁한 일?
참 희한하네 그려
맞아 보통 총각이 아닌가 봐
그 모습을 지켜본 윗마을 양반 최진사는
머슴 총각을 집으로 초대해 술을 대접합니다
최진사
내 자네를 보니 보통 총각이 아닌 것 같으니
불문곡직하고
내 큰 딸을 자네에게 주겠네
불문곡직 -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아니함
머슴 총각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같이 미천한 것에게
어찌 따님을.. 아 안됩니다요
최진사
아 그만 거절하지 말게
부탁이네
집안 머슴들
마님께서 기어이 큰 아가씨를
시집보낼 모양이야
지네에게 잡혀가면 어쩌시려 그러나
최 씨 집안 선조 한분이
왕지네를 죽인 후부터
원수를 갚겠다고
최 씨 문중에 큰 딸들만 첫 날밤
물어 간다네
아이고 불쌍도 하시지
그 예쁜 아기씨께 여직 청혼하는
집안이 없으니 원..
결혼 첫날 물려가 버릴 처자한테 누가..
최진사
그렇다네 저들의 말은 전부 사실이네
허나 강요하지는 않겠네
좀 전에 황소 다루를 솜씨를 보아
자네에게 청을 하는 것이니
생각해 보게나
머슴 총각은 산돼지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산돼지
룰룰룰룰룰
(산돼지의 웃음소리)
걱정하지 마시고
최진사 따님과 혼인하세요
머슴 총각
하지만 커다란 왕지네라 하던데?
산돼지
글쎄 걱정 마시라니까요
첫 날밤 지네가 와서
신부를 데려가려 할 테니
밤에 자지 말고 기다렸다가
내가 부르면 뛰쳐나오세요
아셨죠?
머슴 총각
응응 알았어
산돼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잠을 자지 말고 저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건 흔한 플래그?
그렇게 산돼지의 말을 믿고
혼례를 치르는 머슴 총각과
최진사댁 큰 딸
집안 머슴들
여보게들 졸지 말고 신방을 잘 지키게
영감마님의 특별 지시일세
이제 자정인데 벌썬 눈 풀린 머슴 총각
그때 등장한 괴생명체
집안 전체에 이상한 공기가 흐르고
산돼지는 특유의 후각으로 냄새를 맡더니
킁킁.. 왔구나
산돼지
총각! 총각! 자면 안 돼요!!
총각! 자면 안 돼!! 총각!!
산돼지의 다급한 저 앞발이 너무 귀엽네요ㅋㅋ
그때 뒤에서 번쩍이는 불빛이
신부를 납치해 갑니다
잠에서 깬 총각
기.. 기다려 가면 안 돼!! 각시야!!
산돼지
빨리 타요!!
말하는 산돼지가 타라는데 안 탈 사람 없겠죠?
산돼지와 총각은 불빛을 따라갑니다
산돼지
자 이 요술 깃털을 받으세요
머슴 총각
정말 각시가 저 집에 있을까?
산돼지
아 불덩이가 저 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셨잖아요
아무튼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요
자자 빨리 그 걸 머리에 꽂으세요
그 걸 빼면 본색이 드러나니까
특히 주의하세요
머슴 총각
응
산돼지
꼭 내가 일러준 대로 하세요
먼저 대문 앞으로 가서
너희들 뭣 하고 있느냐!! 고
소리를 쳐야 합니다
머슴 총각
너희들 뭣 하고 있느냐!!
지네
뉘시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하느님 오셨습니까?
지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머슴 총각
어.. 어험 어험
지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어젯밤 최진사네 딸년을
잡아 왔습죠
하하하하하하
보시면 좋아하실 겁니다
절세미인이라니깐요
아하하하하
그다음 장기 한 판 두자고 하세요
(산돼지)
머슴 총각
장기나 한 판 두세
지네
암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일부러 져주어야 합니다
그럼 지네는 신이 나서
보물 부채를 들고
부채질을 할 겁니다
(산돼지)
산돼지가 시킨 대로 장기를 져주는 머슴 총각
지네
자 포장이요!!
외통수입니다 외통수!!
아 어서 두시라니까요 어서
지네
아 저 진땀 좀 봐
자자자자 이 부채로다가
부처드리지요
그럼 부채 손잡이에 달려있는
빨강, 파랑, 노랑의 세 주머니를
빼앗에 내게로 오세요
(산돼지)
그때 지네의 부채 바람에
요술 깃털이 날아가고
지네
응? 사.. 사람이었잖아?
머슴 총각은 재빨리 세 주머니를
빼앗다 달아납니다
지네
게 섰거라 날 속이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산돼지와 머슴 총각을 따라온 지네
머슴 총각
따라왔다!!
산돼지
빨리 노랑 주머니를 던지세요!!
노랑 주머니가 가시덤불로 바뀌어
지네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지네는 잠시 주춤 하지만
피지컬로 가시덤불을 뚫고 지나갑니다
다시 추격을 시작하는 지네
산돼지
빨리 파랑 주머니를 던지세요!!
순식간에 물바다 되었지만
지네는 갸라도스 모드로 다시 따라갑니다
머슴 총각
또 쫓아온다!!
산돼지
마지막 빨강 주머니!!!!!
머슴 총각의 극적인 제구력으로
빨강 주머니가 지네 입속으로 들어가
불로 변합니다
고통스러워하던 지네는
낭떠러지로 떨어집니다
머슴 총각
고맙다 정말 고맙다
산돼지
뭘요 그만 돌아가 색시를 구해야지요
머슴 총각은 색시도 구하고
지네가 가지고 있던 보물도 얻어
그야말로 금의환향을 합니다
머슴 총각과 색시를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
산돼지
자 나도 그만 여기서 헤어져야겠어요
머슴 총각
아!! 나랑 같이 가야지 많은 은혜를 입었는데..
산돼지
은혜는 무슨 목숨을 구해준 은혜 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 있겠습니까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사세요
머슴 총각
잘 가!! 고마워!!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산돼지는 산으로 돌아갑니다
산돼지도 사냥꾼을 만나지 않고
오래오래 살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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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정도면 사냥꾼도 그냥 때려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 근데 재밌네요ㅋㅋ
황희찬 볼때마다 저 지네 대감이 생각나더라고요..
옛날 만화는 왜케 재밌죠ㅋㅋㅋ
저정도 지략이면 사냥꾼 함정에 빠뜨리기 쉬울거 같은데ㅋㅋㅋ
화질 왜이렇게 좋죠
재밌네요 어렸을때 많이 봤는데 기억나는건 호랑이 밖에 없네요. 효도도 못해드렸는데 하면서 울었던
어려서 재밌던게 아니고 지금봐도 그냥 재밌네요 ㅋ
와 진짜 개꿀 대존젬이었네요 ㅋㅋㅋㅋㅋ
아 스펙터클하다 ㅎㅎ
와 재미있어요~~^^
전래동화 몇개를 콜라보한거냐. ㅎㅎㅎ
그런거죠?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ㅎㅎㅎ
@SenesQ 대충세봐도 3~4개는 보이네요
@SenesQ 주머니 세개 던지는 건 다른 곳에서도 쓰이던 소재죠ㅋㅋ
아 저런 90년대 감성…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