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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 1952 제작
미국 | 뮤지컬 | 2022.09.21 (재) | 전체관람가 | 103분
감독 진 켈리, 스탠리 도넌
출연 진 켈리, 데비 레이놀즈, 도날드 오코너, 시드 채리스
스탠리 도넌과 진 켈리 공동 연출, 진 켈리가 주연까지 맡은 <사랑은 비를 타고>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발전하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노래와 춤으로 유쾌하고 아름답게 풍자한 '영화로 보는 영화 역사’이며 뮤지컬 영화 중 최고의 평가를 받는 작품이자 영화사를 대표하는 걸작중 하나입니다.
아마츄어 쇼 코미디언인 돈 록우드(진 켈리 분)와 코스모(도날드 오코너 분)는 공연을 하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뜻대로 되지않자 새 일자리를 얻기위해 헐리우드로 온다. 그런데 우연찮게 돈 록우드는 마뉴멘탈 영화사의 스턴트맨역을 따내게 되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여배우인 리나 레이먼트(쟌 하겐 분)와 함께 다수의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단연 스타로 급부상하게 된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도 잠시, 헐리웃 영화계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체제로 전환됨으로써 목소리 연기가 너무나 형편없는 리나 레이먼트 때문에 영화를 완전히 망치게 되는데...
고전 뮤지컬의 정수, 예술성과 대중성이 만나는 지점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1920년대 중반의 할리우드, 스턴트맨과 단역을 거쳐서 현재는 누구나 알아주는 대스타가 된 남자주인공은 단짝인 여배우와 함께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관계와는 달리 실제 두 사람은 그다지 어울리는 커플은 아닌데 어느날 목소리가 특이했던 그녀를 대신해서 참신하고 재능 넘치는 한 신인 여배우가 목소리대역으로 캐스팅이 되고, 남자주인공은 이 신인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춤, 노래, 퍼포먼스 등 뮤지컬 영화가 보여줄수 있는 건 모조리 보여주며, 세 명의 남녀주인공이 함께 추는 탭댄스나, '진 켈리' 혼자 빗속에서 춤추며 노래부르는 장면같은 경우에는 70년이 흐른 지금에 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박수가 절로 쳐지고 어느새 마음속에서 주인공들과 같이 춤을 추고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가막힌 장면들의 향연이며 유쾌함과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1927년, <The Jazz Singer>를 필두로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급속히 변화하던 할리우드의 제작 환경을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 속 주요 갈등인 ‘배우의 목소리’ 문제는 실제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변화의 시기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반영적 구조(meta-cinema)를 통해 영화가 영화 그 자체를 어떻게 말하는지를 탐구합니다.
특히 영화 제작 과정, 스타 시스템, 마케팅 전략 등은 익살스러운 코미디로 포장되어 있으나, 그 이면에는 영화 산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녹아 있습니다. 이 점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는 단순한 뮤지컬이 아닌, 영화 매체에 대한 성찰을 담은 복합 텍스트로도 읽힙니다.
공동 연출을 맡은 진 켈리와 스탠리 도넌은 무대 공연 중심의 뮤지컬을 영화 매체에 맞게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특히 카메라의 움직임과 무대의 동선, 배우의 동작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안무 장면들은 뮤지컬 영화 연출의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장면인 “Singin’ in the Rain” 씬에서 진 켈리는 실제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이 장면은 단지 사랑에 빠진 남자의 기쁨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몸 전체로 감정을 전달하는 '신체 언어'의 극치이며, 영화적 감정 전달 방식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습니다.
영화 속 뮤지컬 넘버들은 각각 극의 전개와 감정선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독립된 쇼 넘버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Make ‘Em Laugh”에서 도널드 오코너가 보여주는 코믹 퍼포먼스는 유머와 육체적 표현의 극단을 넘나들며,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과 같은 무성영화 코미디의 유산을 뮤지컬 안무로 승화시킨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이처럼 《사랑은 비를 타고》는 음악, 안무, 유머, 로맨스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뮤지컬 영화가 지향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균형과 조화를 구현하였습니다.
진 켈리는 연기, 노래, 춤, 연출을 모두 소화하며 당시 헐리우드 남성 스타상(像)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데비 레이놀즈는 당시 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에너지와 정확한 타이밍의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진 하겐은 다소 과장된 캐릭터인 리나 라몬트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극에 희극성과 극적 긴장을 동시에 부여했습니다.
이들의 앙상블은 캐릭터 간의 화학 반응을 극대화하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할리우드 뮤지컬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며 2006년 미국 영화 연구소(AFI) 위대한 뮤지컬 영화 1위 선정, 2007년 미국 영화 연구소(AFI) 100대 영화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치고 5위로 꼽히는 기염을 토했고 250만 달러로 제작하여 당시 북미 흥행은 77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1989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의 미 국립영화등기부가 영구 보존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은 1920년대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무성영화의 특징이라면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목소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이후 1950년대는 칼라 TV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게 되면서 배우들의 부족한 점은 대역을 쓰거나 립싱크를 통해서 영화의 수준을 높였습니다.
1930, 1940년대에도 뮤지컬 영화가 황금기를 구가했지만 1950년대는 본격적으로 컬러 뮤지컬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화려하고 환상적인 세계가 스크린에 펼쳐졌는데 이 시기에 가장 빛나는 작품이 <사랑은 비를 타고>이며 무성영화가 사라져 갈 당시 1927년의 할리우드가 배경인 <사랑은 비를 타고>는
MGM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이용해 유성영화 도입기의 미숙했던 기술적 결함과 뮤지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급’ 엘리트 예술과 ‘저급’ 대중 예술(고급 음악과 서민 음악, 정통 연극과 보드빌) 사이의 갈등을 장난스럽게 드러내는 등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를 세 상징적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려냈습니다.
지금은 뮤지컬의 대명사이지만, 바로 전 해에 진 켈리와 제작사 MGM이 <파리의 미국인>으로 아카데미를 휩쓸었고 개봉 당시 이 영화는 비교적 반응이 냉담했기 때문에 아카데미에서도 외면 당했다는 사실이 커다란 이슈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영화의 명장면들과 함께 주인공들의 매력과 연기가 재조명되었고 현재의 엄청난 평가가 뒤를 잇게 됩니다.
이 작품은 베티 콤든과 아돌프 그린이 각본을 담당했고 이 작품 이후에 이 두 사람이 각본을 쓴 빈센트 미넬리의 <악대차>는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은데 <사랑은 비를 타고>가 1950년대 뮤지컬의 전성기를 대표한다면 <악대차>는 최후의 걸작으로 남았다고 평가됩니다.
주인공 진 켈리는 AFI 선정 가장 위대한 남배우 15위에 선정된 전설적인 할리우드 배우이자, 훌륭한 댄서이며 할리우드의 황금기인 1950년대에 주로 활약했고,특히 굉장히 직업의식이 투철해서 <사랑은 비를 타고>에 출연한 데비 레이놀즈에게 굉장히 엄격하게 했는데 한 번은 진 켈리에게 혹독한 비판을 들은 레이놀즈가 구석에서 우는 걸 발견한 프레드 아스테어가 춤에 대한 조언을 해줘서 이후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고도 합니다.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 배우중 하나로 평가받는 프레드 아스테어와 자주 비교되었고 진 켈리도 이걸 부담스러워 했는 데,
켈리는 "아스테어는 귀족을 대표하고, 나는 프롤레티아를 대표한다. 그가 춤의 캐리 그랜트라면, 나는 춤의 말론 브란도이다. 내가 연미복을 입고 춤을 춰도 나는 여전히 트럭 운전수처럼 보일 것이다"고 말했으며 나이 차이도 있고, 라이벌 의식도 있어서 둘이 같이 공연한 작품은 <지그펠드 폴리스 (Ziegfeld Follies)> (1945) 뿐인데 댄서로는 아스테어가, 배우이자 감독으로는 켈리가 우위라고 평가 됩니다.
원제 번역이 잘 된 영화 중 하나로 뽑히며 원제대로라면 'Singin' in the Rain (빗속에서 노래하다)'인데 국내 개봉명은 '사랑은 비를 타고'라고 초월번역을 하여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평가받습니다.
뮤지컬 영화이기에 좋은 음악들이 영화 시간 내내 귀를 즐겁게 해주지만 영화 내부에서 사용된 주요 곡들 중 이 영화의 오리지널 곡은 단 한 곡이며 당시 뮤지컬 영화들이 기존 유행가를 짜깁기 재활용하는 건 관행이었다고 초창기 뮤지컬 영화를 다루는 내용이니만큼 과거 MGM 영화의 히트곡들을 재사용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저작재산권 보호기간(공표 후 50년)이 지났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 개봉한 데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이 <사랑은 비를 타고>의 많은 부분을 오마주했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화려하고 끊임없는 볼거리에 비해 서사와 마무리가 아쉬운 작품입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 최고의 명장면 1
주인공의 사랑을 멋진 춤과 노래로 경쾌하게 표현한, 영화는 보지 않았어도 사랑에 빠진 진 켈리가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singin in the rain'을 부르는 장면은 누구나 아는 영화사 불멸의 명장면이며 이 영화를 본 이들에게 비가 오면 생각나는 장면입니다.
캐시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진 켈리가 쏟아지는 비 내리는 밤거리에서 노란 우산을 들고 춤을 추는 진 켈리의 모습은 아직도 뮤지컬 영화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뽑히며 그는 가로등 기둥에 매달려 빙그레 돌고, 실성한 사람처럼 보도의 빗물 웅덩이에서 첨벙대며 물을 튀기고, 넋을 잃고 뛰어다니며, 빗속에서 황홀하게 도약하는 등 세련된 춤의 스텝을 보여 줌으로써 조금 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그는 그 무엇으로도 캐시를 향한 사랑의 환희를 누를 수 없는 감정을 기가 막히게 연기했습니다.
원곡은 브로드웨이의 뮤직 박스 극장에서 공연한 '할리우드 뮤직 박스 레뷰'에서 등장했고, MGM 스튜디오의 두 번째 뮤지컬 유성 영화인 <할리우드 리뷰 오브 1929>(1929)에 실렸는데 MGM의 뮤지컬 영화의 히트곡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며 이 곡은 마치 MGM 주제가와 같은 취급을 받아 MGM 뮤지컬 영화에 여러 번 재사용되었는데, 마침내 이 영화와 진 켈리의 우중 댄스로 불멸의 명성을 얻게됩니다.
이 곡은 1971년에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에 쓰였고 영화속 알렉스 일당이 작가의 집에 쳐들어가 폭력을 행사할 때 알렉스가 부르게 되며 충격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는데 그래서인지 진 켈리는 한 영화제에서 만난 큐브릭을 보고도 인사조차 하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 최고의 명장면 2
도널드 오코너가 펼치는 슬랩스틱 댄싱의 완결판 ‘Make Me Laugh’를 3분 반 동안 부르며 춤추며 연기하는 장면은 뛰어난 아크로바틱 댄스의 진수를 맛볼 수 있으며 롱 테이크로 촬영된 이 장면은 오코너의 춤 솜씨를 보여주는데, 만화 주인공처럼 움직이며 관절이 없는 마네킹 흉내를 내는 부분은 곡예에 가까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단순히 "잘 만든 뮤지컬 영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대중적 서사, 시각적 미학, 영화사적 맥락, 그리고 형식 실험이 절묘하게 결합된 예술 작품입니다.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뮤지컬’ 1위, 로튼토마토 100% 만점 등은 이 영화가 단지 향수에 기대는 고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해석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동시대적 고전임을 방증합니다.
첫댓글 바빌론은 봤는데 이 영화를 아직 못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