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개봉한 영화 '기적'입니다.
코시국이 겹치며 흥행에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만, 주조연 가릴거 없이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에 빈틈이 보이지 않으며, 꽉 채우면서도 담백한 연출도 충분히 괜찮은 수작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주연급 배우 4명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와 평가를 담아봤습니다. 스포일러는 없으니 편하게 읽고 영화를 꼭 보셨으면 합니다.
박정민의 연기는 담담하다.
박정민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이랄까 선입견이랄까, 폭발적이고 격정적인 연기를 보여줄거란 예상과는 달리, 박정민은 아주 차분하고 투명하다.
마치 물을 담뿍 머금은 수성 물감으로 붓질을 한 그림에 도화지의 달뜬 질감마저 느껴지듯이, 담백하고 가볍다.
연기의 무게감이 부족하다는게 아니라 그만큼 부담없이 과잉없이 100% 그의 연기에 물들 수 있다.
극중 동갑내기 썸(?) 관계로 나오는 임윤아와의 나이 차이는 그의 어수룩하고 순박한 연기로 충분히 상쇄된다.
임윤아의 연기는 뻔뻔하다.
극중 캐릭터부터 능청스럽고 능글맞고 뻔뻔하다. 썸타는(?) 박정민을 능수능란하게 쥐락펴락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
보통 폭발적인 연기력을 가진 베테랑과 그렇지 못한 배우가 극중 콤비를 이루게 되면, 알게 모르게 베테랑에 의해 상대방은 기가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윤아는 뻔뻔하다. 박정민을 쥐잡듯 하는 극중 그녀를 보노라면 더이상 '아이돌 출신' 이라는 꼬리표는 무의미하다.
이성민의 연기는 담백하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는 명불허전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만 폭발한다. 그 외에는 힘을 쪽 빼고 슴슴하고 담백하게, 하지만 절절하게 부정을 연기한다.
마치 잘 우려난 쇠고기 육수의 평양냉면 국물을 슴슴하게 맛보다가, 진하고 톡쏘는 회무침을 한입 곁들이며 화룡정점을 찍듯이. 그의 연기는 꼭 필요한 순간에 깊숙히 폐부를 찌르며 들어온다.
이수경의 연기는 향기롭다.
마치 길거리에서 스친 모르는 사람의 향수 냄새가 너무 좋으면, 그 향기가 오래도록 기억되며 코끝에 아른거리는 느낌이 들듯이 그녀의 연기는 깊은 향기를 남긴다.
그 향기로운 연기는, 극 중반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반전에 충분한 정당성과 설득력을 실어준다. 그리고 계속 관객 주변을 맴돌면서 오래도록 자신의 매력 속에 관객을 잡아둔다.
P.S : 극중 배경은 경상북도 북부 산골지역의 작은 마을입니다. 때문에 배우들은 모두 경북 사투리를 구사하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부산 경남 사투리와는 결이 달라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티브 경북 북부 출신들은 배우들의 사투리에 어색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구사율이 좋다고 평합니다.(ex: 우리 아버지)
첫댓글 저도 재밋게 봤어요
이번주 볼것
넷플릭스에 있어서.. 볼 때는 괜찮게 봤는데, 보고나서 복기해보니 다 어디서 한번쯤은 본 듯한 내용들로 채워진 영화.
그래도 다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연기도 다 좋았어서 나쁘진 않았음. 다만 실화 기반이라는 말은 안해야 맞다고 생각함.
ㄷㄱ
경북 영주가 배경인 걸로 아는데, 네이티브인 제 귀에는 윤아랑 누나역할 연기자 사투리가 거슬리고, 박정민 선방, 이성민은 완벽한 네이티브입니다. 제 어릴적 옆동네 아저씨들처럼 말해요.
정확히는 영주보다 더 위쪽 봉화가 배경이긴 해요.
재미있게 봤음
재밌었음 윤아연기도 괜찮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