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비밀의숲이 시즌2 6화에서 막을 열었습니다
이글은 비밀의숲2 스포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의해주세요
시즌1부터 시즌2에 이르기까지 한여진의 상사는 모두 남자들 뿐이었다.
온통 남초밭인 경찰과. 그중에서도 본청 간부들은 어떠하랴. 전부 백이면 백 남자지.
그런데 여자가 있었다. 그것도, 아무도 무시 못할 자리에 콕 박혀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거기 있었다. 이름마저 빛이었다. 최빛.
살벌하게 구는 감이 있지만, 최빛 단장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럼에도 상사인 재용이가 먹자고 하면 결단있게 네, 하고 대답한다.
어떡해요... 옆에서 울상인 여진에게는 여유롭게 괜찮아, 하고 한 방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괜찮기는 개뿔........... 아니나 껍딱이다...........
매워죽으려는 최빛을 보면서, 한여진은 밥을 코로 마시는 중이다. 최빛 스탠딩 1열에서 워터셔틀 노릇을 해야 했으므로.
물론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다. 한여진은 최빛을 좋아한다.
일년동안 최빛 밑에 있으면서 한여진은 많이 배웠고 성장했고, 롤모델이라는 존재가 생겼다. 여자 선배. 귀하디 귀한 여자선배. 반짝반짝 빛나는 최빛 선배.
매운 걸 너무너무 못 먹지만, 다 먹고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 하면 된다. 혹자는 그녀가 매운 걸 못 먹어서 광공 탈락이라고 했다. 그러면 어떠랴. 매운 거 못 먹는 광공도 있는 법이다.
가끔 말도 안 되는 개논리를 시전하기는 해도, 여진이 기댈 곳 하나 없는 이 경찰청에서 최빛은 유일하게 한여진의 기둥이며, 선배이자 동료가 되어주었다.
실은 미안해하고 있었다. 최빛은 한여진의 눈이 어딜 보는지 알고 있었다. 경찰대 나온 엘리트 출신. 가고 싶은 곳 골라서 갈 수도 있는 그녀가 선택한 곳은 남들 다 기피한다는 강력팀이었다. 수사반장을 보고 자랐나. 하여튼 독특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이렇게 현장 나가고 싶어 안달인 녀석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미안했다. 현장이 바다고, 용의자를 검거하는 게 헤엄치는 것만큼이나 좋아하는 아이를, 자기가 억지로 숨도 못 쉬는 뭍으로 데려다 놓은 것 같아서.
그렇지만 이 깜찍한 후배를 쉽게 돌려보내주고 싶지도 않았다.
강력팀에서 파견 온 형사. 본청에서 취급받기를, 고작 그정도인 한여진을 최빛만 유일하게 알아봤다. 물건이라고. 원석이라고. 유능하고 자부심 강한 엘리트 경찰.
그래서 최빛은 욕심이 났다. 한여진이 자꾸만.
'안은 절대로 열어보지 마.'
한여진을 못 믿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냥 물건만 받아 오라고 해도 여진은 곧이곧대로 물건만 받아 자기한테 줄 녀석이었다.
열어보게 만들고 싶었다. 열어보게 해야 했다. 한여진을 줄곧 원석으로만 둘 수 없었다.
최빛은 알고 싶었다. 한여진을.
한여진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알고 싶었다. 늘상 느껴왔던 간접적인 접촉 말고, 직접적으로.
그래서 주문을 덧붙였다. 안은 절대로 열어보지 마.
한여진은 이제 그 안을 열어볼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같은 그 안을.
봤어? 안 봤어?
내내 못 견디게 궁금했던 사실이라 답을 재촉했다. 한여진은 끝내 입을 열었다.
'마약사범 사건을 알고 있었냐고 묻는 거야? 봉투 안에 안 봤다며.'
'네. 어제 물으실 땐 안 봤습니다. 빨리 갖다 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시간 끌지 않았습니다.'
한여진이.....녀석이 대들기 시작했다.
억지로 목줄 잡혀 끌려온 개처럼 본청에서 내내 기도 못 펴고 자기 의견 소심하게 읊다가, 제 눈길 한 번이면 그마저도 사그라들던 녀석이,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 크게 부릅뜨고 최빛한테 짖기 시작했다.
'..카피했구나.'
녀석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유능했다. 똑똑한 아이다.
현장에서 굴렀다길래 몸만 날랜 줄 알았더니 웬걸, 머리는 훨씬 더 날셌다.
'경찰은 다 알고 있었고 침묵했다고? 맞아.'
숨기지도, 꾸미지도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사실을 뱉었다.
한여진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고 또한 두려웠다. 이 아이는 어떻게 할까. 처음엔 다들 그렇듯 거북한 반응을 보여도, 결국 순리대로 순응하는 결말로 향한다. 과연 한여진도 그럴까.
녀석이 울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못마땅해서 우는 걸까.
사실이 받아들이기 거북하다는 건 알겠다. 한여진이란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경찰 프라이드, 그래 그거. 그 대단한 자존심에도 상처가 됐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근데 그렇다고 녀석이 울 것 같지는 않았는데.
얘, 왜 우는 걸까.
얘는 왜 이렇게 크고 빨간 눈으로 뚝뚝 우는 걸까. 뭐가 그렇게 서러워서.
'저를 왜 끌어들이신 겁니까?'
왜 이래. 한여진. 나는 너를 끌어들인 게 아니라 끌어주고 싶은 거야.
나는 널 이 자리에 앉혀 줄 심산이야. 몇년 후면 여기가 네 자리야 한여진. 전국 3500명이나 되는 정보경찰들의 정보가 다 네 거야. 대한민국이 가진 비밀과 기밀은 전부 네 카드가 되는 거고.
혁신단이 사라져도 나는 여기 남아있겠지. 그런데 너는?
녀석이 대답했다. '사건 현장에 있겠죠.'
한여진은 아까부터 자꾸 틀린 대답만 한다.
내가 왜 그 사건 현장에서, 네 부레와도 같은 그곳에서 널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내가 왜 그랬는데. 네 숨통 막아가면서 여기서 견디고 부서지라고, 내가 왜 그래야 했는데.
여진아, 나는 너를,
끌어주고 싶었어.
'왜 굳이 이 방에서 보고서를 보세요? 패스워드도 아시겠다. 단장님 자리도 있는데.'
뭐든 쉽게 말하는 한여진이 말을 어렵게 꼬아놓는다. 내가 차기 정보국장이고, 이 틀림없는 승진에 대해 무슨 비리와 결탁이 있지 않았는지 살피는 모양새다. 녀석은 이미 나를 보는 눈이 식었다. 이젠 뭘 말하든 이전처럼 곧이 곧대로 믿지 않을 거다.
'진짜 끌어들인다는 게 뭔 줄도 모르면서. 네가 겪은 거,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너를 간 보고 떠본 거지, 끌어들이지도 않았어 한여진.
이건 끌어들인 수준도 아니지.
진짜 진창으로 발 뻗어 질척대며 가라앉는 심정조차 모르면서 끌어들인다는 소릴 하네.
지금 부당하다고 느끼는 그거, 비리라고 느끼는 그거. 그건 그저 빙산의 일부분이고 한 조각일 뿐이라는 걸, 쟤가 알까. 쟨 자기가 겪은 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모른다. 이 조그마한 흠결 조차도 대단히 큰 악일인 양 느끼는 거다.
쟨 도대체 뭘 보고 자라고 뭘 보고 살았길래 저렇게 조금만 어긋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걸까.
하긴 내가 쟤의 그점을 좋아했지. 그래서 이리로 불렀고.
한여진이 도망치듯 나갔다. 나한테 잔뜩 실망한 얼굴로.
나는 늘 똑같았는데 너는 나의 어딜 보고 혼자 구름을 탔다가 산을 올랐다가 이렇게 부질없이 무너지는 걸까.
그리고 막간 해석 첨언하자면,
한여진을 끌어주고 싶고 이 자리에 앉히고 싶다면서 최빛은 경찰 정복을 벗었음.
그리고 이걸 이 방(정보국장 방)에 걸어두었고
(최빛은 정보국장 한 자리 밑인 정보부장임. 정보국장석은 지금 공석이고. 임시로 최빛이 맡았다고는 하지만, 최빛은 자기 옷을 벗어서 이 방에 걸어두었음. 정보국장의 자리는 자기 자리란 것을 공고히 하는 연출이라고 할 수 있지.)
시즌1에서 이창준이 황시목에게 그랬던 것처럼.
저 옷걸이가 한여진의 어깨라도 되는 양, 끌어주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최빛.
그런데 말이야.
황시목은 결국 칼이었잖아. 그래서 이창준이 황시목이라는 칼로써 자기를 베게 만들었고.
강원철도 그 해석에 동의하지. 너는 필요할 때만 꺼내쓰는 칼이야. 날카롭고. 일이 끝나면 서랍에 처박히고. 그렇게 말하면서.
황시목의 소울메이트이자 공조 파트너인 한여진도 마찬가지야. 누구 하나 제대로 눈 부릅 뜨고 짖어주면 바꿀 수 있다고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던 한여진도 날카로운 칼이지.
그런 한여진에게 제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끌어주려고 작정한 최빛은, 결국 한여진한테 찔리고 말 거야.
한여진을 끌어주고 싶다고 고백하면서 최빛은 경찰 정복을 벗었어. 한여진을 그 자리에 앉히고 싶다면, 결국 최빛은 옷 벗어야 된다는 얘기야.
마지막짤은 똑 닮은 빛여진 콤비짤 ㅋㅋ
으아아아아아아ㅏ아나아아아아ㅏㅏ아아아ㅏ아아ㅏ아아아ㅏㅇ 최빛 여진 절대 사랑해!!!!!!!!!!!!!!
ㅆㅂ...지린다
미쳤다
와 해석... 도랏다...
대박.....
ㄱㅆ 어 근데 이거 첨 쓸 때부터 스크랩 막아뒀는데 어떻게 스크랩 해갔지...?
최빛 죽도록 사랑해
이쯤되면 당신이 비숲 보조작가가 아닐까 의심된다 ㅠㅠ 개천재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