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의 대안으로 제시된 사찰 음식... 정관스님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먹어야"
전남 장성군 백양사 천진암. 3평 남짓한 이 사찰의 부엌은 정관스님의 가르침을 받으려는 젊은 셰프들의 열기로 뜨겁다. 작은 암자에 웬 셰프인가 의아해할 수 있지만, 음식과 관련해 국·내외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정관스님의 명성을 고려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정관스님은 조계종 수행 승려로서 사찰음식의 대가다.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3'에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글로벌 셰프계의 BTS'란 수식어도 붙었다. 정관스님의 음식을 맛본 뉴욕 타임스 기자 제프 고디너는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음식을 먹으려면 천진암으로 가라'고 극찬한 바 있다.
세계는 지금 사찰음식에 매료되어 있다. '지속가능한 음식'이라는 이유에서다. 10년간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르 베르나르댕'의 셰프 에릭 리퍼트도 이 부분을 언급했다.
사찰음식은 땅과 조화를 이루고, 유기농이며, 동물과의 부정적인 업을 쌓지 않는 채식이자 맛있고 몸에도 좋기 때문에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가능케 합니다.
▲ 천진암 백양사 서쪽으로 500m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암자.ⓒ 서형우
환경과 동물권, 그리고 건강한 식습관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채식에 대한 인기가 늘고 있다. 한국채식협회는 국내 채식 인구가 지난 10년 간 15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완전 채식을 지향하는 비건(vegan)은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수요를 고려해 앞다퉈 비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미라클 버거를, 버거킹은 플랜트 와퍼를 출시하며 식물성 대체육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사찰음식체험 템플스테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정관스님의 모습ⓒ 서형우
얼마쯤 흘렀을까. 음식에 대한 스님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한쪽 벽면 위에 적힌 글귀를 이제야 발견한다. 그 글귀 위에 한자로 '오관게(五觀偈)'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오관게는 불교에서 식사 전에 외우는 기도문이다. 스님이 2시간 남짓 설명한 모든 내용이 집약돼 있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내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供養)을 받습니다.
스님은 2월의 싸락눈을 맞으며 한 손에 광주리를 들고 텃밭으로 걸어들어갔다. 배추를 따서 그대로 한 입 베어 물더니 “고소하다”며 감탄했다. 그는 “겨울바람을 견딘 채소는 생명력이 더 강해요. 벌레먹은 잎도 아름답고 완벽하죠. 그대로 자연이니까요. 더 빨리, 더 크게 자라도록 하는 건 인간의 욕심”이라고 했다.
한국은 비건이 살기에 척박한 곳이라고 한다. 비건 메뉴, 비건 제품이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대표적인 비건 음식 가운데 하나인 사찰음식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정관스님은 ‘한국 사찰음식의 대가’로 꼽힌다.
비건이 중시하는 ‘연결’이란 키워드를 불교에선 ‘인연법’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정관스님은 “단기간에 급격하게 살을 찌운 소를 먹으면 욕심과 탐욕으로 가득찬 에너지가 들어올 것”이라며 “이런 과도한 욕심이 인간 스스로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식은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한다”며 “식물은 생명치만큼의 햇빛과 물만 받아 생멸하는 단순한 생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첫댓글 사찰음식 진짜 좋아ㅠㅠ 속도 편하고.. 나물, 잎채소 음식 종류가 워낙 많아서 나는 우리나라만큼 맘만 먹으면 비건식단 실천할 수 있는 나라 별로 없다고 생각해
광교 근처살면 두수고방 가봐 정관스님께서 직접 담그신 장으로 만든 국이랑 반찬 먹을 수 있어 경건해지는 기분도 들어서 좋음
식사 자체도 하나의 수행으로 받아들이는 게 넘 좋아 ... 공양게 알고 나서 우리에게 주어진 음식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