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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배
“우리 착한 내 딸”
1997년, 고등학생이던 누나들에게 엄마는 늘 대바늘을 갖고 다니게 했다. 누나들은 출근길 전철을 타면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는 아저씨들이 너무 많아 힘들어 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손길이 느껴지면 송곳 같이 생긴 긴 대바늘로 그 손가락에 구멍이 날정도로 찌르라고 했다.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능청스럽게 누나 엉덩이를 만지던 아저씨 손을 바늘로 찔렀더니 악 비명을 지르며 다음 칸에서 내렸다고 했다. 누나들에겐 큰 대바늘이 성추행하는 아저씨들의 손길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무기였다.
2004년, 작은 누나가 은행 회식이 있던 날에 나는 오류2동 굴다리를 걷너 오류역 앞 택시 내리는 곳에서 누나를 기다리곤 했다. 우리 엄마는 오류1동에서 2동으로 건너오는 굴다리는 밤늦게 여자가 다니기 위험하다고 늘 말씀하곤 하셨다. 그날도 우리 누나는 부지점장이 억지로 먹이는 술을 끝까지 오기로 받아먹고 또 먹고 또 먹고....겨우 버틴 것 같았다. 누나는 택시에 내리자마자 토를 시작했다. 누나의 등을 두들겨 주고 편의점에서 꿀물을 사다먹였다. 혼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작은누나를 나는 등에 업었다. 누나를 등에 업고 오류2동 굴다리를 건너는데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작은 누나는 다음날 자신이 어떻게 집에왔는지 택시를 탄 것, 토를 한 것, 술취해서 나랑 한 이야기 한 것, 모두 기억하지 못했다.
2005년, 독서실에 갔다가 저녁 늦게 집에 들어왔다. 내방에 들어가는 중에 부엌에서 엄마와 큰 누나가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었다. 누나는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가 남아 있었다. 큰 누나는 지도교수의 은근한 성추행, 남녀를 차별하는 연구실 분위기, 그리고 여자 제자들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는 문화 때문에 힘들어 했다. 누나는 그날 부엌에서 엄마에게 지도교수 때문에 대학원 다니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 놓았다. 그리고 이듬해 누나는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포기했다. 바로 암센터에 취업을 했다. 수학과 과학을 참 잘했던 우리 큰누나는 결혼 하자마자 첫째 조카를 임신하고 직장을 그만 두었다.
2009년, 우리 누나와 남자친구(지금 매형) 그리고 내가 함께 강남에서 해물탕과 소주를 함께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작은 누나가 화장실에 갔다. 5분이 지나도 누나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음식점 화장실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었다. 낌새가 이상해서 나는 누나를 찾으로 화장실을 갔고, 내 뒤를 누나 남친이 따라왔다. 거기 살짝 술에 취한 남자가 있었고, 누나는 아연실색이 된 상태였다. 나는 한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남자가 우리 누나를 성추행한 것 이었다. 매형은 그 남자를 한번에 제압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고, 그 남자는 화장실 대변기 창구로 도망가서 문을 잠궜다. 쿵쿵쿵쿵!! 우리 매형은 그 화장실 문을 계속 부시기 위해 걷어찼다.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우리 옆에서 술을 먹고 있던 그 남자의 테이블로 가서 그 테이블 던지고 부셨다. 그리고 거기 팀장처럼 보이는 나이든 사람 멱살을 잡고 부하직원 새끼 관리도 못하냐고 입에 담지 못할 개쌍욕을 하고 바닥에 동댕이 쳤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너무 화가 나서 얼굴에 열꽃이 피어 올라 붉은 반점이 얼굴에 생기는 경험을 했다. 남자 4명이서 있던 그 테이블은 00건설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다른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도 내가 분노하며 난리를 친 덕에 모두 식당을 나갔다. 이내 경찰이 왔고, 사장은 그날 식당 문을 닫았다. 누나를 성추행한 건설사 40대 아저씨는 술이 취해 룸싸롱에 온줄 착각하고 그랬다고 경찰에게 실토했다. 그 때부터 나는 건설사 남자 직원들을 싫어 하게 되었다.
2010년, 나는 꽃다발을 들고 우리은행 본점으로 향했다. 우리 작은 누나가 우리은행 임직원 15,000명 중에서 최고 실적으로 은행장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 은행장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금일봉과 함께 감사패를 누나에게 전달했고, 나도 꽃다발을 주었다. 그날은 누나와 함께 소곱창을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우리 누나는 우리은행에서 최고의 직원이었고, 지점장의 총애를 받았다. “최연소 여자 지점장은 우리 재영이가 될거야”라면서 지점장의 칭찬을 받던 누나였다.
영리하고 일머리가 빠르고, 상대방을 침착하게 잘 설득하는 것에 능했던 최우수 은행원 작은누나는 조카를 낳고 은행을 그만 두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조카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나는 우연히도 81년생 83년생 누나들과 함께 자랐다. 지금이야 애낳고 다들 아줌마가 되어버린 누나들이지만, 정말 총명하고 꿈 많았던 "우리 착한 내 딸"이었다. 나는 아직도 누나들이 애키우면서 살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가슴이 애린다.
작은누나는 5년 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재호야 내 삶은 우리집 전기밥통 정도 수준인 것 같아. 애기 밥주는 밥통, 애키우고 살림하는 기계, 지금 내 인생도 딱 그래” 그럼에도 그 어려운 과정을 누나들은 다 이겨냈다. 이젠 현재 삶에 익숙해지고 넋살도 좋고 어려운 환경을 잘 극복해나 갈 지혜와 재력이 있는 든든한 우리 누나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누나들이 한국사회에서 39살 37살 먹기까지 여성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을지
잘 모른다..
잘 모른다.....
첫댓글 눈물난다.......
정상남이네..좋아요했다
이게 정상아닌가? 진짜 외의 한국남자들은 자기주변에 있는 현실도 눈막고귀막고 무시하고 깎아내리고..도대체 얼마나 지능이떨어지고 삶이 저질인지 가늠할수없다
눈물나.... ㅠㅠ
눈물난다.... 최고의 커리어를 가져도 결혼하고 애낳으면 집구석 전기밥솥이 되는 여자들..
마음아파ㅠㅠㅜㅠ
ㅜㅜㅜㅜ저런 반응이 정상이지 발작스위치 눌린 한남들 ㄹㅇ ㅂㅅ들임
하ㅠㅠㅠ 전기밥통 너무 맘 아프다....
ㅠㅠㅠㅠ진짜 ㅠㅠㅠ눈물
어휴.. 눈물난다
맘 아파..
눈물나....
나 왜 우냐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2...
아. 눈물나.. 다 모르면서.. 다들 모르면서
사촌언니 생각난다.... ㅠㅠ
아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아프다...
저런 반응이 정상인데 누나들 얘기 너무 마음이 아프다 진짜
눈물난다
글 잘썼다... 이게 정상적인 반응인데.. 주위를 한번이라도 관심있게 둘러봤으면 이런 반응이 무조건 나올수밖에... 그리고 이런 글이 많았으면 좋겠어 여자들이 이런 글 쓰면 빼액거리는데 같은 남자가 이런 글 쓰면 암말도 못하더라 ㅋ
내동생은 내 삶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어휴
글잘썼다 그나마 딸딸아들인 집에서 이런 생각하는 것같더라 그나마..난 오빠있는데 개노답임
좋은 동생이다 저 남자들 다 쏴버리고 싶다
눈물나 ㅠㅠ
남자는 정말 지능순,,
와.....
이런 공감을 왜 못하냐고 진짜.....
울컥했어 읽다가...
너무 슬프다
아.... 진짜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직접 페북 들어가서 보고왔어..진짜 글읽다 또 울컥
아 ㅜㅜ
진짜 울컥울컥한다.. 참남성이네...
이게 정상이지 솔직히 올려칠것도아니고 그냥 지극히 정상적인반응
잘썼네.. 에휴...
아 슬퍼 ㅅㅂ
눈물나...
언제쯤이면 이 터널을 지날수 있을까.. 우리세대에 끝이 안나더라도 그 다음 다다음을 위해서 묵묵히 가야겠다
아 눈물난다....
아 눈물나와....
글 진짜 잘쓰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