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궂은 친구들이 『너의 아버지 정치범이지! 어디 사망했느냐(사망하긴 뭘 사망했느냐)』고 놀려대 울음을 터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도 『반동의 딸인 주제에…』 라는 말이 나오면 갑자기 말문이 막히고 울음부터 나왔다. 그랬다. 나는 반동의 딸이었고, 정치범의 딸이었다. 성장해 철이 들면서 나에게는 네 살 때 보았던 아버지로 인한 어떤 암울한 장막이 처져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좋은 대학에 갈 수가 없고, 출세는 물론 배경이 좋은 집안에 시집도 갈수 없다는 사실을…
세상을 알 만큼 나이가 들어서 왜 우리 가족이 반동의 가족이 됐고, 최씨 성을 가진 모든 남자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야 했는지 어머니로부터 들어 알게 됐다.
할아버지가 최창익과 6촌지간이란 이유로 어릴때부터 연좌제에 시달렸던 여성이 탈북하고 쓴 글
87년 탈북한 김만철 씨 이분 역시 독립운동가였던 부친의 공로를 인정받아 처음엔 좋은 출신성분으로 살았으나 소련에 유학간 막내동생이 북한을 비판하고다녔다는 이유로 총살당하고 반동분자의 가족으로 몰려 탈북을 결심함
어찌어찌 8월종파사건을 피해갔다고 해도 김씨왕조한테 밉보였다가 살아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