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252만여명 중 62.7%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중증장애인(73만여명)의 경우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더 높아서 77.4%에 이른다(2019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상당수 비장애인은 이 같은 통계수치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이 ‘노동’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아니냐고 여길지 모른다. 그렇다면 ‘노동’이란 무엇인가부터 물어야 한다
■ 중증장애인은 노동할 수 없는 시민인가
장애인언론 ‘비마이너’ 발행인 김도현은 <장애학의 도전>에서 노동에 대한 (비장애인 중심의) 기존 인식을 깨부순다. 그는 ‘활동→가치→대가’의 도식을 언급하며 ‘가치가 있어 그에 대한 대가가 수반되는 인간의 활동이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김도현은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활동→가치→대가가 아니라 활동→대가→가치”인 게 문제라고 봤다. 대가가 없거나 적은 일, 즉 돈을 못 벌거나 조금 버는 일은 가치 없는 일, 돈을 많이 버는 일은 가치 있는 일로 여긴다는 것이다. 또 다른 메커니즘도 있다. 활동→이윤→대가의 도식이다. 자본을 위한 이윤을 생산하지 못하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도현은 반기를 들며 가치는 ‘사회 구성원의 물질적·정신적·정서적 삶에 대한 기여’로 해석돼야 한다고 했다. 가치 인정의 기준이 ‘돈’, 가치 인정의 주체가 ‘자본’일 수 없다는 것이다.
■ 중증장애인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대해선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거쳐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토록 했다. 2018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장애인은 9413명인데, 이들 중 대다수는 보호고용시설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이다.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주로 볼펜 조립, 신문 접기, 빨래 같은 단순 작업을 한다.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임금도 월평균 37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의 정책목표는 중증장애인들이 직업재활시설에서 훈련을 받아 경쟁고용(일반노동)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업의 특성이나 임금 등 열악한 고용여건으로 볼 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실장은 “직업재활 중심의 중증장애인 노동정책은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 중증장애인 노동권 ‘그들’만의 이슈인가
중증장애인들은 ‘노동의 기준’을 이동시킬 것을 요구한다. 시장(이윤)·경쟁·효율 위주에서 공공·협업·가치 중심으로 옮겨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수 실장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노동권 운동은 “노동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중증장애인 노동권은 “노동의 가치 다시 세우는 작업” 최저임금·비정규직·고령자 등 ‘노동의 재구성’과 직결된 문제
전장연의 변재원 활동가는 중증장애인 노동정책을 ‘한국 노동정책의 최전선’이라 표현했다. “장애인운동이 주장하는 노동권의 문제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람, 해고 위험에 노출된 비정규직의 노동권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중증장애인 노동정책은 고령 노동정책의 앞날을 예고한다”면서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일을 안 하면 ‘무임승차’라고, 일을 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공격받는데, 이제는 시각을 바꿀 때”라고 했다. ‘노동 약자’들에게 일할 수 있는 권리와 기회를 부여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공동체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라는 것이다.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시장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는 격감하고 있다. 어렵게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도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한 ‘비정형 노동’에 시달린다. 비장애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노동의 재구성’은 시대적 과제이자 요구다. 중증장애인 노동권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까닭이다.
첫댓글 나 콜센터다는데 솔직히 콜센터 장애인분들 다니기 괜찮다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진상이 너무 진장부려서 진상만 아님 괜찮을텐데 ㅠ
경증 장애인인 나도 힘든데,, 얼마나 더 힘드실까ㅠ
휴 진짜 맞는말임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