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화물차 운전을 한 김지나(45)씨는 2020년 12월 6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9기 총선거에서 부산지부장에 당선됐다. 화물연대 최초의 여성 지부장으로 노조 안에서도 화제라고 한다. 지난 15일 부산항 인근 부산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 지부장, 말은 막힘이 없고 시원시원했다. 그는 운송 외 업무 강요, 주차장 문제 등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화물연대 최초 여성지부장이다. 당선 소감은? 단독출마이긴 하지만 당선에 대한 확신은 크지 않았다. 강한 남성 중심 문화 탓도 있지만 노동조합 일이 쉬운 게 아니다. 지지하는 조합원들을 믿고 출마를 결심한 거다. 내 당선이 화물연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책임감이 크다.
-화물운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생계 때문이었다. 남편이 조선소 용접공인데 조선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가계도 어렵게 됐다. 보통 기술도 경력도 없는 여성이 쉽게 찾는 자리가 식당일 같은 단순 노동인데 내 성격엔 맞지 않았다. 기술이라곤 딱 하나 운전이 있었는데 길에서 큰 화물차를 보면 한번 몰아보고 싶단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남편은 물론 주위에서 여성에겐 힘들고 위험하다면서 반대만 하니깐 오기가 발동했다. 당시 학원에서 배워도 남성 절반 이상이 면허시험에서 떨어지는 편인데 난 한 방에 합격했다. 남성 응시자들이 부러운 눈초리로 봤다.
-일을 시작하며 고충은 없었나? 면허는 땄는데 초보에 여성이라고 아무도 날 고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 파격적으로 자리를 마련해준 분이 컨테이너위수탁지부의 이승덕 당시 지회장이다. 주차장 공터에서 3일 동안 연습시킨 후 양산에서 부산신항까지 33km 정도의 거리를 빈 컨테이너 두 개를 실어 나 혼자 보냈다. 나는 담담하게 첫 운행을 마쳤는데 그분은 손에 땀을 쥐고 덜덜 떨었다고 한다.
화물 운송 환경 자체가 남성 위주이고 휴게 공간도 없어서 기본적인 생리적 문제 해결부터 쉽지 않았다. 운송 외 업무도 많아서 힘에 부치는 때가 많다. 단거리 위주 운송을 하는 편이라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컨테이너 문을 여닫는다. 그래서 지금도 어깨가 좋지 않다. 명백한 직업병이고, 산업재해다.
-화물 운송 일이나 노조 활동에 대한 가족들의 걱정이나 반대는 없었나? 사실 남편은 가부정적인 사람이라서 일을 시작할 때부터 반대했다. 화물연대 활동을 두고도 그간 많이 싸웠다. 집에서 업무 본다고 컴퓨터를 켜면 남편이 잔소리를 해댔다. 그래서 대화를 많이 하면서 설득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집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측은하게 보더니 지금은 든든한 지지자가 됐다.
-선거 기간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화물노동자 대부분이 남성이고 연령대도 높은 편이다. 당연 보수적이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컸다. 그런 탓인지 자꾸 나를 박근혜랑 비교를 하더라. 하필 적폐로 불리는 사람과 비교하니깐 불쾌한 일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운동에 집중했고 결국 85% 찬성으로 당선됐다.
-화물차 안전운임제 시행 2년 차인데 문제나 개선점이 있다면? 현장에선 제도를 비현실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법을 어기는 운송사에 건당 500만 원, 불법리베이트는 2000만 원 벌금을 때린다지만 신고자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 신고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신고해도 처벌받았다는 운송사 이야길 들은 적이 없다. 이렇다 보니 운송사들이 편법을 쓰면서 수수료를 갈취하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물량마저 줄어든 상황이라 화물노동자는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사실 문제는 운송시장의 갑인 화주다. 택시나 버스요금이 내리는 걸 봤나?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임금도 오르지만 운송운임은 역으로 수십 년간 깎이고 있었다. 화주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화주와 운송사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화물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화물연대, 넓게는 민주노조가 어떤 의미인가? 민주노조는 날개다. 개인이 아닌 노조 직책을 달고 터미널이나 운송사에 항의하면 의식을 많이 하더라. 같은 말을 해도 실리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조, 조직된 힘을 믿고 더 열심히 활동한 이유다. 사회 초년생이었는데 날개 하나는 잘 달았다.
첫댓글 남초 직종에서 저 자리에 오르기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시다
와 노조 지부장이라니 대박 멋지다
인터뷰도 넘나 멋있게하셨다 ,,, ❤️ 최고!!!! 여성일자리가 점점 더 많아지기를!!!
응원합니다!!
진짜 대단하시다.저기는 같은 냄져한테도 자적자 오지는 곳인데 진짜 진짜 보이는거 이상으로 대단하신분이야
와 진짜 멋있으시다... 저 자리까지 가는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지 상상도 안돼
와 대박 엄청 멋있으시다
진짜 이런 얘기 좋아 재밌어
너무 멋지다.... 존경스러워.
우와....
멋졍
멋지시다
“화물노동자 대부분이 남성이고 연령대도 높은 편이다. 당연 보수적이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컸다. 그런 탓인지 자꾸 나를 박근혜랑 비교를 하더라. “
미친 거 아님.....??????
크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