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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노브렌드감자칩
ㅎㅇ
사진이나 탐미주의에 관심 있는 여시들 중에 한번쯤 이 사진을 본 여시가 있을 거임.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자화상 사진들 중 하나거든.
이 사람 이름은 레니 리펜슈탈. 무용가이자 배우, 영화 감독이자 사진 작가, 스쿠버 다이버 겸 나치 부역자임.
레니는 1902년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남. 아버지는 사업가였고, 레니가 경제학을 전공하길 원했지만 레니는 무용을 배우고 싶어했음. 부모님은 레니의 뜻을 꺾기 위해 산 속 기숙학교에 보내는 등 온갖 수단을 썼지만 레니의 뜻은 확고했고, 결국 아버지는 레니를 무용 학교에 보내 표현주의 무용을 배우게 해줌.
늦은 나이에 무용을 배웠지만 레니는 재능이 있었고,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순회 공연을 했음. 그러던 중 1924년, 프라하 공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함. 무용가의 수명이 끝날 만큼 심한 부상이었음.
이렇게 무용가로서 대성하기 전에 꿈이 꺾인 레니는 베를린으로 돌아왔고, '운명의 산'이라는 영화 포스터를 보고 영화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됨. 영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레니는 당대 유명 감독이었던 아놀드 펑크를 찾아가고, 레니에게서 배우의 재능을 본 아놀드 펑크는 레니를 위한 대본을 씀. 이때 레니는 테니스 챔피언인 오토 프로이츠하임과 약혼 중이었는데 오토가 결혼을 재촉하자 영화에 전념하기 위해 단호하게 파혼을 통보할 정도로 강렬한 열정을 드러냄.
그렇게 레니는 '성스러운 산' & '위대한 도약' 두 편을 연달아 찍으며 배우로서 성공을 거둠. 이후로도 계속 펑크의 영화에 참여하던 레니는 할리우드 진출 제안을 받지만 거절함
오른쪽이 레니, 왼쪽이 마를레네 디트리히임. 둘은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할리우드 진출 제안을 받았지만 이후 정반대의 행보를 걸었음.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할리우드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으로 떠났고, 나치당의 협력 제안을 거절한 후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완전히 망명함. 이후 마를레네는 가수로서도 탄탄한 커리어를 쌓으면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로 남음.
한편 레니는 배우를 넘어 감독의 꿈을 꾸고 있었음. 레니는 자기가 오래 전부터 구상하던 '푸른 빛'이라는 작품을 펑크와 상의하는데, 펑크와 레니는 관점이 달랐음. 펑크는 자연의 장엄한 분위기와 극한의 환경을 묘사하고 싶어했고, 레니는 예술적인 분위기에 중점을 두고 싶어했음. 결국 레니는 하얀 열정을 마지막으로 펑크의 뮤즈 생활을 끝내고 1931년 푸른 빛을 제작하게 됨
1931년의 레니는 당연하게도 돈이 없었음. 레니는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자기가 감독, 편집, 대본, 주연을 전부 맡았고 펑크를 포함해 8명의 팀원들은 반 년간 무급으로 일하며 영화를 만들었음.
이렇게 탄생한 레니의 첫 장편 연출작은 베니스 영화제 은상을 타며 대성공했고, 흥행도 잘 됨. 그리고 푸른 빛은 레니의 인생을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밀어넣게 됨
ㅇㅇ...히틀러임...
푸른 빛을 보고 레니에게 빠져든 히틀러는 1933년 레니에게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촬영해달라고 요구함. 차기작을 위해 그린란드로 떠날 예정이었던 레니는 거절하지만, 히틀러는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냄. 결국 레니는 1934년 히틀러의 요청을 수락함.
레니는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촬영해 '의지의 승리'라는 다큐 형식 영화를 만드는데, 가히 혁명에 가까운 연출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다시 한 번 성공을 거둠. 나치를 미화하는 선전 영화가 아니었다면 역사에 남을 만큼 웅장한 영상미를 뽐냄. 그도 그럴 게...
히틀러는 레니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레니는 42M짜리 기둥에 승강기를 설치해서 승강기를 타고 오르내리며 광장 전체를 촬영함;;; 나치와 히틀러의 권력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꿀 사치였음.
어쨌든 의지의 승리는 대성공했고, 히틀러는 앞으로 자기 선전 영화는 이거만 쓰라고 명령할 정도로 흡족해함. 이후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IOC는 레니에게 올림픽 촬영을 부탁함.
고민하던 레니는 스승이자 친구인 펑크가 동계올림픽 촬영을 했던 걸 떠올리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결심과 함께 IOC의 제안을 수락함. 히틀러는 이번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당대 최고의 촬영 기사들로 팀을 꾸려주고...
레니 악마의 재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피아가 탄생하게 됨. 올림피아는 클로즈업, 역동적인 촬영 각도 등 당대에는 없던 기술을 동원해가며 만들어짐. 필름 길이만 40만미터였고 편집에 18개월이 걸림.
여담으로 당시 레니가 괴벨스랑 존나 싸웠다고 함. 괴벨스가 올림픽 담당자였는데 레니가 극적인 촬영을 위해 경기장 여기저기 땅굴을 파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선수를 찾아가서 재촬영을 요구해서 존나게 싸움..;;
올림피아 역시 나치의 선전 영화인데, 아리아인의 우월함이
메인 주제이기 때문. 참고로 올림피아에 여시들이 아주 잘 아는 사람이 큰 비중으로 나오기도 함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 선수ㅇㅇ
레니는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에 심취했기 때문에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 선수에게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음. 참고로 손기정 선수도 평소에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고 생각해서 레니는 무고하다고 생각하셨다구 함. (이 사진도 년도를 보면 알겠지만 전쟁 후임. 전범 재판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난 레니가 초대했을 때 그에 응한 손기정 선수가 독일에 가서 레니 집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어쨌든 이렇게 나치의 그림자 아래서 마음껏 영화를 찍던 레니는 나치와 함께 몰락하고, 수용소에 수감됨. 레니가 히틀러와 연인이었다는 의혹이 많이 제기됐지만 레니는 죽을 때까지 부인했고, 여러 번의 재판 끝에 무죄로 풀려남. 선전 영화를 여러 번 촬영한 것과 별개로 나치당에 가입하지 않았고 나치의 수용소나 그들의 학살 작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 돼서 무죄를 받았다고 함.
하지만 어쨌든 레니는 나치의 부역자였고, 더는 영화를 촬영할 수 없었음. 작품이 엎어지고 엎어지길 반복하며 정신병원까지 입원하는 등 우울한 시기를 보내던 레니는 우연히 헤밍웨이의 소설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을 읽고, 아프리카에 매료됨. 마침 압류 당했던 재산을 돌려받은 레니는 전쟁 전에 빌려줬던 돈까지 받아 경비를 만든 다음 카메라를 들고 아프리카로 떠남. 이렇게 사진 작가의 삶을 시작하게 됨. 이게 1956년임.
사실 레니는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영화를 찍고 싶어했음. 하지만 세상은 나치의 부역자였던 레니를 용서해주지 않았고, 영화는 번번이 무산됨.
그러던 중 1963년, 아프리카의 부족 중 하나인 누바족을 연구하러 가던 인류학자 탐험대가 레니한테 '님 같이 가실? ㄱㄱ?' 하게 됨. 'ㅇㅋㅇㅋ ㄱㄱ' 하고 떠난 레니는 누바족의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탐험대가 돌아간 후에도 누바족 마을에 살며 누바족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이후 10년간 꾸준히 누바족을 방문함. 중간에 수단에 내전이 터졌는데 계속 신청해서 수단 정부가 레니한테는 출입증을 내줌ㅎ...
여담으로 레니의 아버지와 동생은 세계 2차 대전 중 사망했고, 레니는 1945년 후로 쭉 어머니와 지냈음. (동생은 독일군으로 전쟁에 참여하던 중 전사함.) 1960년대에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어머니가 사망하고 극심하게 좌절한 레니에게 동기 부여가 됐던 게 아프리카와 누바 족
누바족과 함께하던 시기의 레니.
1973년, 레니는 누바족을 주인공으로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첫 사진집을 출간하고 동시에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함. 이 당시 이미 70대였던 레니는 나이 땜에 허가 안 해줄 거 같으니까 출생연도를 1922로 속여서 함;;...여러모로 특이한 인간인듯....
이리하여 레니는 최고령 스쿠버 다이버로서 1990년 수중 사진집을 발표함.
레니는 그 후로도 계속 사진을 찍다가 2000년, 아프리카에서 헬기를 타고 촬영하던 중 헬리콥터가 추락해 갈비뼈와 폐가 나가는 큰 부상을 당함. 병상에 누운 레니는 1976년부터 2000년까지 3천번이 넘는 잠수 기록을 모아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고
2002년, <물 아래의 인상>을 발표함.
49년 만에 영화를 만든 레니는 103살 생일에 35년간 동거하던 남자친구와 혼인 신고를 하고, 2주 후 조용히 사망함.
레니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영화사에 길이 남을 시도를 한 천재적 감독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나치의 헤드 치어리더라는 평가도 있음. 전쟁 후 영화, 특히 독일의 전후 영화는 레니의 파시즘적 유산을 거부하고 레니가 신화화한 히틀러를 해체하고 비판하기 위한 예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큰 영향을 끼친 건 분명함.
참고로 레니는 죽기 직전 '히틀러를 만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 라고 말했다고 함.
위에 말했다시피 레니의 라이벌이었던 마를레네는 나치당의 요구를 피해 망명한 후 독일에 남은 유태인 영화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했고, 미군을 위해 순회공연도 돌았음. 이 때문에 전쟁 후 독일에 갔을 때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받았지만 전설적인 배우로 남음. 레니는 분명히 다재다능했지만 레니의 예술은 나치의 권력에 의존한 부분이 없지 않았고, 레니는 그 대가로 죽은 후까지 나치의 부역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치의 그림자 속에 있었기에 저 시대에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을 거침없이 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름. 푸른 빛을 찍을 때만 해도 예산이 부족해서 혼자 모든 걸 도맡아하며 팀원들에게 월급도 줄 수 없었던 레니인데, 히틀러를 만난 후로는 당대 최고의 촬영 기술자들을 지휘하고 올림픽 선수들을 배우로 쓰며 자신이 원하던 대로 인간의 육체를 탐구하는 '작품'을 찍었으니까.
올림피아 이후로 올림픽 기록 영화가 잘 나오지 않는데 레니의 위상이 한몫 하는데, 과연 레니가 나치의 부역자가 아니었어도 괴벨스한테 빅엿을 먹이고 올림픽 선수들을 배우로 활용하며 올림피아를 찍을 수 있었을까? 올림피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분명히 레니의 재능이지만 히틀러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이 없었다면 절대 세상에 나오지 못할 작품인건 확실함.
개인적으로 이런 걸 보면 사람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됨. 삶 동안의 욕망인지, 삶 이후의 명예인지...
어떻게 끝내지.....끗.....
참고로 레니 작품이 궁금한 여시들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요새 시대가 좋아서 유튜브에 다 나와
https://youtu.be/H3LOPhRq3Es - 올림피아
https://youtu.be/_6uVrO5d6KU - 의지의 승리
https://youtu.be/Hu-CK47NM8E - 의지의 승리 (전당대회) <- 짧으니까 한 번쯤 봐보는 거 추천. 1930년대 영상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웅장함. 레니가 히틀러를 신화화했다는 문장이 한 방에 이해될 정도
https://youtu.be/n2F_hQlbvBA - 유작 물아래의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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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부역자긴 하지만 완전 뼈속까지 예술인인가보다
진짜 흥미돋이다!!
뭐야 너무 흥미돋이다... 글 너무 잘봤어 여샤ㅠㅠㅠㅠㅠ
파혼 했다는 부분 인상깊다
쩌리로 ㅅㅋㄹ해갑니다
여시 진짜 글 재밌게 쓰고 탄탄하게 쓴다 고마워 물 아래의 인상 꼭 보고싶었는데 덕분에 링크 찾아서 봤어ㅠㅠㅠ
고딩때 어떤 여자인물들 나오는 책에서 봤어서 딱 나치 부역자까지 알고있었는데 그 이후 행보는 이렇구나,,
글 고마워 참...예술이 뭐고 인생이 뭔지
예술이란.... 뭘까... 예술인들의 영혼은 정말 특이해..
와 글 너무 잘 봤어 최고다
헐 .. 쩐다
진짜 흥미롭다
와 흥미돋.. 나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원하는 예술을 했고 나치를 선전하는데 도움이 됐으니 그 그림자를 벗어날 수는 없다 생각하지만 예술혼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친일파의 후손들은 본인의 의지는 1도 개입되지 않았지만 친일이었던 조상들 덕에 경험과 인생의 질이 다른 삶을 살고 있을테니까 그거랑 비교해서 생각하면 긍정적으로는 안봐질듯.. 비슷하게 생각하는 여시들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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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너무재밌다
근데 난 존나조금은 이해됨..렌즈 잡는 사람인데 내한테 뭐든 찍을수있게해준대 존나 탑에 외부엘리베이터 사십메다짜리를 오직 내영상을 위해서...? 경제적이나 사회적인 여건때문에 포기해야했던 내 머릿속의 완벽한 미장셴을 어떤 수단으로든 완성시키고자하는 열망이 만들어낸건아닐까...
근데 결국 그 열망은 욕망이고 그 미장셴을 향한 욕망은 먹고자하는것, 살고자하는 곳, 입고하자는 옷을 누리고자 하는 것과 크게 다를것 없다고 봐..결국 예술가로서 원했다고 말하는건 욕망에 졌다는 것 뿐인거지...
글 잘 읽었어!
와 진짜 흥미돋... 잘 읽었어 여샤 ♡
진짜 악마의 재능이네... 저 자본이 있었기에 저런 영상물도 나왔으니까 꼬리표가 따라붙고 힘들었겠지만 자기 선택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 책임은 져야지 어쩌겠어..
진짜 악마의재능...이다 싶다가도 시대를 잘못맞은거 같기도 하고 복잡하다..
와 너무 재밌다 잘 읽었어
진짜 악마의 재능이다... 대단한 예술가고...
와 너무흥미돋
너무 흥미로워!!! 잘읽었어 여샤! 비슷한 제안을 받았던 두 명의 여자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것도 너무 흥미롭고 레나의 인생 전부도 넘나 흥미돋….. 영화를 좀 더 찾아봐야겠어 ㅎㅎ
여샤 쩌리로 스크랩해가~ 스크랩 열어줘서 고마워!
글 잘 읽었어! 진짜 흥미롭다 생각 많이 하게 되네
와 진짜 아이러니하게 나치의 지원받아서 나치의 부역자는맞는데 또 예술의 입장에선 원하는대로 예술세계를 펼쳐나갈수 있었던거라 참.. 뭐라 단정지을슈 없는 복잡한 인생이다. 넘 재밌게 잘읽었어!!
진짜 흥미돋.. 많은 생각 하게 된다! 의지의 승리가 저 사람 작품이었다니!! 전공 수업 때 본 이후로 오랜만에 듣는군 ㅎㅎ 잘 읽었어 여샤!!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다 해도 “여자”가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간 게 신기하다
히틀러 올려치기는 절대 아닌데
히틀러조차도 능력과 결과물 위주로 보고 인재를 등용하는데..
세상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여시 고마워 잘 읽었어!!
진짜 흥미돋 너무 재밌다 와
재밋게 읽엇어~~~!!
와 너어무 흥미돋ㅠㅠ 유튜브에 작품도 한 번 보러가야겠어
진짜 흥미돋이야!!
재밌다 글 써줘서 고마워~! 이런 글 너무 좋아
진심 흥미돋....미친 재능이다...
나이들어도 감각은 여전한게 신기하고 대단하다
글 고마워! 참 재능이란게 뭘까싶다
우리나라 박정희도 생각나고ㅋㅋㅋ
흥미돋이다
여시 쩌리겟판에 다시 한번 가져가요~ 글써줘서 고마워!!
진짜 넘 흥미돋이야 글핵존잼!!! 고마웧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