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팔각이
옛날에 가난한 나무꾼이 있었음
나무꾼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나무를 하고 있으면
딸들이 번갈아 가며 식사를 가져다줬어
그 딸들과 나무꾼을 지켜보던
커다란 뱀이 있었음
어느 날 뱀은 나무꾼에게 이렇게 말해
"님아"
"?"
"제가 그쪽 딸이랑 결혼하고싶으셈."
"뭔 뱀이 사람이랑 결혼;; 개소리 ㄴㄴ"
"ㅅㅂ.... 결혼 안해주면..."
"모든 걸 삼켜버릴 블랙맘바! 로 돌변해서 님 잡아먹을거니까
셋 중 아무나 데려오셈."
나무꾼은 뱀의 위협에 목숨이 위험해져서
어쩔 수 없이 딸들에게 이 사실을 전했어
"씨바 뱀새끼가 돌았노"
첫째 딸은 매우 화를 내며 거절했어
"놔봐 내가 죽여버릴라니까"
둘째 딸 역시 펄쩍 뛰며 화를 냈지
"아이고! 그냥 뱀이 아니야
존나 큰 괴물뱀이란 말이다
어떡하노.... 딸들아 애비 뒤지게 생겼다...
느개비 죽는 꼴 보고싶냐노?
애비 좀 살리도,...(셋째를 바라본다)"
"에엣... 나?"
아버지의 목숨이 위험했기 때문에
셋째는 뱀과 결혼을 하기로 했어
"가만... 이거이거 혹시...
뱀이 존잘남으로 변하는 거 아닐까나? ~ㅎㅎ
큐피드와 프시케각이 서는데..."
셋째는 뱀의 진짜 모습이 미남이라는 걸 예상하기라도 했는지
청혼한 뱀에게 자신은 뱀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어
뱀은 기뻐서 꼬리를 흔들며
셋째를 등에 태우고 어디론가 데려갔어
뱀과 셋째가 도착하자
아무것도 없던 초원 바닥에서
순식간에 화려한 궁전이 솟아오르고
뱀은 잘생긴 남자로 변했어
"나는 하얀 양말과 빨간 양말을 신은 피오란테 경."
"헉!! 넴!!
서방님 이름은 피오란테구나..ㅎㅎ
헉헉 넘잘생겼다.."
"나의 본모습과 이름을 누군가에게 발설할 경우
그대는 영원히 나를 잃게 될 겁니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눈물로 일곱 개의 병을 채우고
쇠로 만든 신발과 지팡이, 모자가 다 닳도록
세상을 헤매어야 나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대가 나의 비밀을 지켜줄 거라 믿습니다."
셋째는 잘생긴 남편과 아름다운 궁전에서 행복하게....
지낼 것 같았지만
본가로 돌아갔을 때 언니들이 하도 캐물어서
결국 피오란테의 정체를 발설하고 말았어
설마설마하며 돌아왔을 땐
궁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어
집과 아름다운 남편을 잃게 된 거지
셋째는 도망간 남편을 찾기 위해
무쇠 신발을 신고 눈물로 병을 채워나가기 시작함
한 병을 가득 채웠을 때
어느 노파가 셋째에게 다가와서
호두를 주며 말해
"곤경에 처했을 때 깨어보렴.
도움이 될 거란다."
네 개의 병을 채웠을 때
또 어느 노파가 다가와서
헤이즐넛을 줬고
일곱 개의 병을 다 채웠을 때
역시 어느 노파가 다가와서
아몬드를 주며
곤경에 처했을 때 깨보라고 했지
눈물로 일곱 개의 병을 채우고
무쇠 신발과 지팡이, 모자가 다 닳도록 헤매고 나니
셋째는 드디어 피오란테의 성에 다다랐어
하지만 피오란테는 이미 새로운 아내를 구해 함께 살고 있었어
셋째는 곤경에 처했을 때 깨어보라고 받았던 호두가 생각이 났어
호두를 깨어보니 안에서 아름다운 드레스가 나왔어
셋째는 드레스를 들고
피오란테의 새로운 아내에게 가서 이렇게 말해
"저... 님 남편이 넘넘잘생겼는데
하룻밤만 자게 해줄 수 있어요?!
그러면 이 드레스 드릴게요..."
".....ㅇㅋ"
피오란테의 새 아내는 셋째의 말에 동의했지만
피오란테에게 아편을 먹여 깊이 잠재웠어
피오란테는 옆에 전 부인이 와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지
그렇게 하룻밤을 날려버렸어
셋째가 두 번째로 받은 헤이즐넛을 깨어봤더니
더욱 아름다운 드레스가 나왔어
그날도 피오란테의 새 아내에게 하룻밤을 매수했지만
전날 밤과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었지
"피오란테... 이 나쁜놈아...
니 말대로 눈물로 일곱 개의 병을 채우고
무쇠 신발이 닳도록 세상을 헤매고 겨우... 다시 만났는데
잠만 퍼자느라 니 조강지처도 못알아보냐...시발놈...나쁜놈...
니 현 부인이 드레스에 니를 팔아넘긴 것도 모르지..."
셋째는 미동도 않고 잠든 피오란테를 보며 엉엉 울었어
다음날 피오란테 성의 하인이 피오란테에게 말해
"밤에 마님 대신 다른 여자가 방에 들어가는 걸 봤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에서 지키고 있었더니
방에서 엄청 우는소리가 났어요.
무슨 일 있었나요?"
피오란테는 그제서야 전 부인이 자신을 찾아왔음을 직감하고
그날 밤엔 아편을 먹지 않고 잠에 들어
셋째는 아몬드를 깨서
마지막으로 피오란테의 하룻밤을 사게 돼
피오란테는 자는척하면서
셋째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듣게 되지
다시 한번 만나기 위해 얼마나 고생해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약속을 저버린 지난 일을 너무나 후회하고
아직도 피오란테를 많이 사랑한다고
밤새 울며 말하다 지쳐 잠든 셋째를 보고
피오란테 역시 심경에 변화가 생겨
결국 피오란테는 새 아내에겐 지금 살고 있는 성을 주고
다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전 아내인 셋째와 길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
위의 이야기는
마법사 피오란테 경(Sor fiorante mago)이라는
이탈리아 민담이야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니냐?!
맞아
구렁덩덩 신선비
그리고
프시케 신화와
놀랄 정도로 이야기 구조가 똑같아
고전 설화 분류체계인 아르네-톰슨 분류제에서는
큐피드와 프시케로 대표되는 이 이야기를
분류번호 425번 <잃어버린 남편 찾기>유형의 설화로 분류하고 있어
찾아보면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들이 전 세계에 엄청 많더라
그냥 신기해서 글 써봄 ㅎㅎ
안대낀건 <레오파드(1963)> 파란제복은 <사랑은 오직 한길(1958)>
@팔각이 오 고마워!!
진짜 흥미돋 짤로 쓰인 영화도 봐야겠다 ㅠ
재밋다 흥미돋....! 보면 서양에서도 삼세번을 중시하는 거 같어
와 신기해ㅋㅋㅋㅋㅋㅋㅌ보면서 프시케랑 구렁덩덩 생각났는데 만국공통스토리라닠ㅋㅋㅋㅋㅋ
그새 재혼을 했다고?? 이시키...🐍
블랙맘바 나쁜놈이네 ㅜ
존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