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bends
http://m.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682100020
영화 팬으로서 나는 드니 빌뇌브가 구축한 세계에 열광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영화들엔 분명 어떤 공통적인 색채가 있었지만, 그것이 더 큰 세계로 확장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의 영화를 단순히 장르 영화로만 치부할 수는 없었던 것이, 오락적 기능이 도드라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뚜렷한 미학이 드러나지 않는 것에 비해 다소 과대평가된 감독이 드니 빌뇌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의 그런 생각을 완벽하게 깨부순 영화가 있었으니, ‘컨택트’였다. 동시대 SF소설의 대가 테드 창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를 평가할 수 있다면, 그 평가는 ‘영화가 이야기를 형상화한 방식’에 한정돼야 할 것이다.(테드 창의 소설은 이미 그 자체로 완결적이고, 드니 빌뇌브가 이 소설의 영화화를 결정한 이유도 여기 있을 테니.) 그러나 독자가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에 이미 하나의 세계를 그리는 이상, 그 상상을 완전히 폐기하도록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관객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독자의 머릿속에 이미 자리 잡은 이미지를 감독 자신이 새롭게 구축한 이미지로 완벽하게 압도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컨택트’는 인상적인 영화였다. 어쩌면 SF야말로 드니 빌뇌브의 진짜 재능을 드러내기에 알맞은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듄’이 기대됐던 것은 그래서다. 드니 빌뇌브와 미국 SF소설의 거장 프랭크 허버트의 기념비적 고전의 만남. 그러나 ‘듄’을 관람한 지금은 드니 빌뇌브가 영화화할 작품으로 왜 이 소설을 선택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거대한 스케일과 현대적인 이미지 등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그게 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그가 관객에게 들려주고자 한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 어떻게(스타일) 그릴지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무엇을(문제의식) 그릴지는 고민하지 않았다고 할까.
(중략)
2022년, 우리는 당장 몇십 년 뒤를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유례없는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인류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 당장 2100년만 돼도 인류와 지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8000년 남짓 지난 10191년에 인류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게으른 가정이라니, 너무 손쉽고 안일한 태도 아닌가?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이 나온 것이 1960년대이고, 그는 기후위기 이전인 1980년대에 이미 사망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드니 빌뇌브는 이 소설을 영화화하기 전에 진지하게 되새겨보았어야 했다. 그 60년 사이에 인류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1965년(‘듄’ 1권이 출간된 해)에 프랭크 허버트가 상상한 우주는 이제 없다. 당연하게도, 1965년에 상상했던 방식으로 2021년에 10191년을 상상할 수는 없다.
더욱 기만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영화에 등장한 시대착오적 설정들이다. 드니 빌뇌브가 상상한 인류는 10191년에도 남성 중심적 사고를 한다. 제시카와 제시카의 시종들은 몸의 윤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드레스를, 베게 게세리트 세력은 부르카를 연상시키는 옷을 입는다.(신체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 채 지금도 고통받는 여성들이 있는데 이런 설정이라니, 당황스럽다.) 남작이 독가스를 마시고 치료받는 동안 그의 옆을 지키는 시종은 모두 ‘여자아이들’이다. 감독의 상상 속에선 10191년에도 ‘첩’이 존재하는데, 폴을 낳아준 제시카는 레토 공작의 ‘첩’이다.
동양에 대한 대상화 역시 문제적이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행성과 거주지는 과거 중국의 문화유산과 건축양식을 재현한 것으로 보이며, 배우들이 입고 있는 옷은 동양 전통 의상을 본뜬 것으로 추정된다.(레토 공작이 초반부에 입고 나온 옷은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심지어 영화에 나오는 악기의 형태와 소리마저 동양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동양은 ‘실재하는’ 세계다. 이미 지구 반대편에 그 세계에 발 딛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가져다 낯선 미래의 것으로 포장해 쓰다니. 이것이 대상화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듄’은 최첨단 기술을 손에 쥐고도 1965년에 갇혀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다. 아니, 현실조차 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인류가 아주 먼 미래에도 경쟁심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 서로를 공격하고, 힘없는 민족과 자연을 착취한다는 데 주제의식이 있지 않겠냐고. 그러나 그런 이야기라면 이미 숱하게 들어왔고, 지금도 듣고 있다. 8000년 후 미래까지 가서 그 이야기를, 그것도 전혀 새롭지 않은 방식으로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첫댓글 듄은... 확실히 클래식이라 재미가 없을 수가 없음. 이미 반백년 동안 다양한 변주로 그 가치를 증명해왔으니까. 다만 그래서 구식이고.... 2021년에 만들어진 영화 치고 차별적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띠용할 때가 많았음. 그게 안불편하거나 흐린눈 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영화가 호평만큼 씁쓸함
오 나 듄 재밌게 봤는데 기사내용 구구절절 맞는 말이네…..굉장히 흥미돋는 시각이고 새롭다!
+ 왜 남자아이여야만 하는건지?
여자들을 통해서 능력이 전해지는거라면
여자애한테 이름도 까먹었지만 암튼 그 위대한 능력을 줄 수도 있는거아닌가?
왜 남자아이여야만하는건지
오 재밌다
듄 영상미도 좋고 멋있긴한데 시대착오적인 요소도 정말 많고, 스토리 전개도 불친절해서 처음 볼 때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음ㅋㅋㅋㅋㅋ
와 듄 보기만 했을땐 여혐은 나도 보면서 눈살찢푸렸는데 동양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했네
맞아 내용 전개를 방해하지 않는 각색해도 될 법한 불편한 부분들이 많았어 블레이드 러너 최신판은 아예 원작에 없는 내용으로 찍었던 사람이 왜 시대에 맞게 적당하게 각색을 안하는지 이해 안되긴 하더라
근데 내 경우에는 원작 모르고 배경지식 없이 봐도 흐름 파악은 되던데 원래 원작이 있는 영화라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함 단편도 아니고 설정자체가 스케일이 큰 거라서
그리고 스타워즈처럼 스크린에 구구절절하게 배경 설명 띄워놓는 거도 좀 그래
ㅋㅋㅋ마자 기본적인 설명조차 안돼서 이해하기 힘들었음... 보다가 자버림
중간에 떡하니 중국어나오는데 무슨외계어 취급하는것도웃겼어ㅋㅋ
아 그니까 이 영화말로 진정한 문화전유; 백남구원서사 노잼이었어.. 원래 그 능력은 여자만 가질수있는건데 굳이굳이 백남한태 줬다는 시작부터~.~
설정에 중간에 반기계주의때문에 과거로 회귀했다 하지않았나? 여자 시종들 설정은 별로였지만
나도 영상음악만 화려하지 스토리로 발전이없어서 드니빌뇌브한테 너무 실망했어 근데 듄 평가안좋게한 평론가들이 욕먹고 영화 엄청찬양하더라
ㅋㅋㅋㅋ 씨네큐브 리뷰에서 성경 말투로 맘스터치 주문하는 격이라고 했는데 완전 ㅇㄱㄹㅇ임
여시에서 극찬하길래 봤는데 영상미랑 음악만 좋았어 난..스토리는 그저그랬고 히잡부분은 너무 구시대적이라 다른 특이설정이 있나 생각할 정도였음 그리고 뭐라도 있는양 떡밥만 던지다 끝내는 것도 별로였고
ㅁㅈ…. 그냥 오 스케일쩐다했지만 묘하게 기분나빴고 재미없다고 느꼈던 포인트가 바로 저부분이었음ㅋㅋㅋㅋㅋㅋ
나도 듄 재밌게 보긴 했는데 저 생각했음 ㅅㅂ 감독이 남자라서 바보라 각색을 못하나봐
흠 설정에서 반기계주의혁명이 일어나서 중간에 문명이 확 도태되었다가 다시 일어난거거든..? 그래서 미래에 대한 상상이 부족하다는건 동의할수없어..
여성캐릭터 표현들은 별로였긴함 근데 옛날 소설 원작이래서 흐린눈하고봤고..
구구절절 맞는말... 듄 보면서 의아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얐어 진짜
원작은 저런 묘사가 없어?? 나 듄 보고 넘 빡치다가 원작이 옛날 작품이라 어쩔수 없나 싶었는데 감독 연출 문제인거야?
너무 구달다리 영화라고 생각함. 그래서 주변에 보면 촌스러운 한남들이 존나 열광하더라
나도 유에 박사 부분이나 밤에 대모 만나러 갈 때 그 배경에서 오리엔탈리즘 극명하게 느낌 . 난 감독 전작 컨택트에서 언어가 가지는 연속성이라해야하나 그런 매력 때문에 중국어에 관심을 많이 가진 것 같은데(표의 문자) 그걸 다음 작에서 굳이 신비로운 느낌을 내기 위한 장치로 '이용', '도구화'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음
본문과 댓글에서 많이 배운다
나도 이부분이 이상해서 듄 책 리뷰한 유큐브봤는데 책에서는 보수파가 전쟁을 일으켜서 우주행성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과거 지구에있던 종교들을 하나로합쳐 새로운 종교론을 만들고 그걸 모든 우주에 적용시켰다고했음 그래서 오히려 역행한듯하게 사는걸껄 보수파는 기계를 거부하는게 신념이었다고하던데 그래서 로봇이런거 다 부쉈다고... 이런 배경을 감독이 무시했다면 오히려 원작의 세계관에서 독립하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만들엇어야 할지도.. 감독이 듄 책 덕후엿다고하니까 감독에겐 세계관을 그대로 따르는게 목표였을것같아
33 덕후라는데 그대로 따르는게 목표였을듯... 다르면 또 다르다고 원작팬들 난리났을걸
444 연어하다가 댓글 다는데… 애초에 소설 원작자가 중동문화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게 소설에 담겨있고 영화감독은 그 원작에 충실하는데 힘썼고,,, 끝내는 다 남자라 어쩔수 없는가 싶지만 지금 시대에 이슬람 문화를 생각하면 저렇게 나올수밖에 없구나 싶음 뭐 이게 흐린 눈이라면 어쩔 수 없고,,, 시대에 맞는
시대에 맞는 각색이 안 되는게 지금 시대에도 이슬람은 여성의 인권이 아예 없는 종교잖아
딱 그 시대 백인남자가 쓴 소설인거 티남ㅋㅋㅋ
ㅇㅈ 폴이 황제의 자식은 여자밖에 없으니 자기가 황제가 되겠다는 대사보고 존나 좆같았음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봤을 때 10000년 뒤인데 왜 중세시대야 ㅋㅋㅋ 이랬는데 어마어마한 전사가 있는 거더라고 ㅋㅋㅋ 세계관 설명 읽고나니까 뭔 상황인 건지 이해가 갔음.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고 기술도 문명도 진화한 미래~ 이게 아니라 오히려 신박하게 느껴지더라고 ㅋㅋㅋ
안그래도 듄 보고 왜인지 모르게 촌스럽다고 느꼈었는데 역시...
아무리 원작덕후라지만 시대에 맞게 각색은 해줘야하는거 아닌지ㅋㅋㅋ 지금 2021년이고요
22 원작덕후면 뭐 어쩌라고..? 원작 안따른다고 뭐라할 원작팬들은 솔직히 시대에 뒤떨어진거맡지. 시대가바뀌었으면 맞게 하는게 맞다고생각
나도 영화보고 본문처럼 생각함 그래서 영상미 어쩌고해도 크게 영화가 감동스럽지 않더라고
진심 다받음. 기사추천누르고싶은데 추천이없네... 배우 라인업과 영상미 말곤 너무너무 실망이었음
애플티비 파운데이션 보세요 아시모프 소설 백남주인공들 다 여자로 갈아끼워서 여자판 여성서사 SF됨
부르카같은 복장 나올때 ㄹㅇ식겁함...
대공감 존나 보면서도 띠용스러웠음
근데 영화보고빠져서 책도읽어보니까 책도 여혐이전나심함..프레멘 전투에서 지면 그남자 여자랑 아이들을 이긴남자가 갖더라고ㅋㅋ 그거보고 덮어버림 예나지금이나 남자들머리는 빻았다는걸느낌
재밌게 봤지만 다 공감ㅋㅋㅋ+동양인 스테레오 타입.
이글 읽고 생각해보니까..몇만년 후에도 여자만 임신해서 애를낳는다니..?여남 신체적능력이 지금이랑 차이가 똑같이 난다니..?군인은 남자만있고...?몇만년후라는 설정이 무색함...ㅋ한 백년후 지구라고했어도 ㅇㅋ했을설정...ㅋㅋ..
듄 재밋게 봤는데 틀린 말은 아님..계속 보면서 폴이 여자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이래서 미래배경sf 영화를 안좋아함ㅋㅋㅋ이런 설정 미스때문에 노잼임
원작 자체가 1965년 작이라서 아쉬움이 많은 설정이지만...
리예트를 여성학자로 설정하고, 시녀장 뽑을때 호위무사를 여성으로 한 부분은 그나마 노력한거라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