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터라는 걸 아니나요? 도깨비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으로 그곳에 사람에 살면 망한다는 말도 있고 부자가 된다는 말도 있는 등 다양한 말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진실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한국구비문학대계>에 도깨비터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그 내용을 한번 올려보고자 합니다.
도깨비터라는 것이 그냥 사람에서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것이지 그 땅이 어떻게 도깨비 터가 되었는지에 대한 유래는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아무튼 도깨비가 터를 집자리로 가지고 있으면 10년을 살 때까지는 사업도 성공하고 장사도 대박나고, 농사도 풍년이 오는 등 그 집이 아주 흥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10년만 지나면 눈 깜짝할 사이에 폭삭 망한다고 합니다. 어느 날 집에 불이나 모든 걸 잃고 망해버린 사람이 있었는데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니까 도깨비 터라는 데 가서 살자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터에 작은 움막을 짓고서 그 터에서 농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논에 갈 때마다 누가 갖다 두는 건지 논에 말똥이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소나 말이 전부 순전히 풀만 먹기 때문에 누는 똥이 거름 중에서도 최상급 거름이었기 때문에 기가 막히게 농사가 잘되어 한 5년 만에 부자가 되어 큰 집도 짖고 도깨비 터 외의 땅도 사는 등 완전 대박이 났습니다. 그렇게 10년 정도 지났으면 있는 거나 챙겨서 도깨비 터를 떠나야 하는데 사람이 욕심이 생겨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기만 하면 뭐 던지 잘 되서 부자가 되는데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떠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면 제일 먼저 없애는 것은 바로 도깨비 터를 제외한 모든 땅입니다. 멀쩡하게 그동안 착실하게 잘 살아 온 사람이 살만 해지고 하는 일마다 대박이 터지니 도박에 손을 대게하고 도박으로 땅을 다 잃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집을 없앤다고 합니다. 하룻저녁에 웬 시커멓고 구척의 커다란 놈 한 놈이 나타나 횃불을 들고 집 추녀마다 뺑 돌면서 불을 지르기 때문에 조금만 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전부 태워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불이 났으니까 달려들어서 불을 끄지만 이미 불이 구석구석에 붙었기 때문에 집은 못쓰게끔 망가진 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립니다. 불을 완전히 진압한 동네 사람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면 도깨비 터에는 또 시커먼 놈이 나타나 아직 덜 탄 곳에 또 불을 지른다고 합니다. 불을 끈다고 이미 많은 물을 끼얹었기 때문에 불이 안 붙을 건데 도깨비 불은물이 묵은 나무에도 불이 잘 붙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깨비불은 불의 색깔이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마을 사람들이 몇 번을 불을 끄더라도 도깨비는 주춧돌만 남을 때까지 계속해서 불을 지른다고 합니다. 그렇게 땅은 도박으로 집은 불을 질러 다 태워버리기 때문에 도깨비 터에 살던 사람은 완전히 망해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다 잃고 나서도 미련을 버리지 않고 거기에 움막을 짓는 식으로 끝까지 버티면서 살면 매일 매일 그 덩치가 움막을 태우러 오며, 그것마저 버티고 계속 움막을 지어 버틸 경우에는 아예 농사를 뭇 짓게 한다고 합니다. 그 전 같으면 거름으로 말똥이 수북수북 쌓이던 것이 이번에는 논에 자갈이 조끔씩 섞이는 정도가 아니라 수북수북 쌓인다고 합니다. 논에 가서, 하룻밤 자구 나가면 자갈이 수북히 쌓여 논에다가 한 포기 모도 심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심을 땅이라곤 그것 밖에는 없는데 그곳에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결국은 살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1979년 충청남도 당진군 당진읍에서 홍선기 구연자가 이야기한 도깨비 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연자는 도깨비 터란 사람이 들어와서 살면 10년은 흥하다가 그 뒤에는 폭삭 망하는 곳이라고 하였는데 실제로 풍수지리에서도 도깨비 터를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확실히 존재하는데 도깨비 터에서 잘 살거나 잘 못살게 되는 것에는 이유와 조건이 있다는 것입니다.
풍수지리와 음양오행에서는 도깨비 터는 도깨비가 사는 터로 습하고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이나 땅의 기운이 강한 곳으로 길흉화복의 조화가 변화무쌍하니 사람이 오래 살지 못하거나 변이 겹치고 사업이나 장사를 할 때 쉽게 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면 그 주인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데 그 제대로 된 주인이란 터의 그 강한 기운을 잘 누르고 다스리면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반대로 그 기운에 밀려버리면 망해버리겠지요 자신이 그 기운을 다스릴 정도의 힘과 기운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기운의 주인과 친해지는 것으로 그 기운은 다스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기운의 주인은 당연히 도깨비죠.
위 이야기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자신의 기운으로 10년간 터의 기운을 누를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기운이 약해졌고 결국에는 터의 기운에 밀려버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깨비랑 친해지려고 하지도 않았으니 기운에 밀린 사람의 집에 도깨비는 끈질기게 불을 붙인 것이겠고요. 아니면 도와준 것도 망하게 한 것도 단순한 변덕이나 장난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에게는 망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겠지만 도깨비 입장에서는 그것도 하나의 유흥일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10년 동안 잘 살게 해주면 나에게 제사를 올려 음식을 대접해주지 않겠어? 같은 자신만의 룰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도깨비의 성향이 다양해 어떤 이유로 흥하거나 망하게 하는지는 몰라도 제사를 올려 그 터의 도깨비 특히 괴수(魁帥) 도깨비에게 도깨비가 좋아하는 술과 고기, 메밀묵 등의 음식을 바쳐 배불리 먹게 해준다면 의리 있고 사고가 단순한 도깨비라면 자신의 터에 사는 사람의 일이 잘 되도록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까닭 모르게 재산이 부쩍부쩍 늘어난 사람을 이르러 ‘도깨비를 사귀었나?’라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평화적인 도깨비가 아닌 악령 성향의 도깨비가 그 터의 주인이라면 협상이 성립되기도 힘들 것이고 인간이 도깨비의 힘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 무었을 하든지 반드시 망해 버릴 것이니 그 땅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집에 한남 하나보다 도깨비 하나 들어오는게 더 낫겠다야 잘해줄게
우리집에도 와주라..
우리집에 와주라 ㅠ
우리집도 들러줘
봐도 봐도 재밌어 ㅠㅠ
와 지금 미래의 골동품 가게에서 도깨비터 관련 화 보고 왔는데…! 신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