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youtu.be/v5pQ7Ied4eI
각 대학 익명 게시판을 중심으로 인문학과 인문학 전공자에 대한 혐오의 목소리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쓸데없는 학문을 배운다’, ‘사회에 나가 할 일이 없다’, ‘관련 전공자들은 여성이 많아 학과 전체가 페미니즘에 물들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문돌이’, ‘문과충’, ‘문레기’ 등의 단어와 섞인다. 한겨레와 허프포스트는 이런 담론이 어디서 비롯됐으며, 실체는 있는지, 어떤 양상으로 퍼지며 무슨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봤다.
우선 ‘문사철’은 단어의 함의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주로 ‘국문(또는 어문)·사학·철학’을 줄인 순수학문을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쓸데없는 학문’으로 비하하는 데 주로 쓰인다. 특히 취업 관련된 단어들이 자주 같이 쓰이며 해당 학문 전공자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취약하다는 점이 주 표적이 된 경향을 보인다. 빈도분석 상위 50개 단어 가운데 문사철에는 문과충이나 문레기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입결’(입시 결과), ‘취직’, ‘학벌’, ‘간판’, ‘로스쿨’ 등이 눈에 띈다. 이런 단어가 쓰인 실제 표현을 보면 "문사철은 로스쿨 아니면 답이 없다"거나"법학, 경영 같은데 말고 문사철, 어학 이런 덴 왜 감? 진짜로 취직도 안 된다며?"라는 식이다. 이렇게 ‘문사철’이라는 단어가 취업의 구도 안에서 소비되는 모습은 온라인 공간에서 추락한 인문학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레기’ 말뭉치에선 문과 출신을 '공부 못하는 놈'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학 수학능력 시험에서 이과와 문과가 다르게 치르는 ‘가형', '나형' 등의 유형 표현과 '기출' 등의 문과생에서 만 등장하는 단어가 이런 경향을 반영하는 대표어다. 구체적인 표현을 보면 "하여간 문레기 병신새끼들은 가형 3등급이랑 나형 3등급이랑 같은 줄 아네"따위로 무시하는 내용이 보인다. 최근 수능을 본 대학 신입생들이나 재수생 같은 그룹에서 이 단어가 특히 많이 쓰였을 가능성도 짐작게 한다.
‘문과충’ 말뭉치에는 비하적인 표현이 가장 많이 쓰였다. ‘문과충 새끼’ 식으로 낮춰 불러 ‘새끼’가 단어가 가장 자주 등장했으며, ‘병신’, ‘시발’ 등의 비하적 표현 역시 순위권 내에 있었다. 경멸적인 의미의 이 단어는 세 단어 가운데 디시인사이드에서 사용 빈도가 가장 높기도 하다. 또한 ‘문레기’와 마찬가지로 ‘수학’, ‘수능’ 등 입시 관련한 단어도 자주 등장했다.
인터넷의 글을 바탕으로 현상을 살펴볼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 ‘허수아비 후려치기’다. 허수아비 후려치기란 비판하기 쉬운 소수의 의견이나 허위의 담론을 널리 퍼진 문제처럼 내세워 그 대상 전체가 같은 문제를 지닌 것처럼 보이게 하고 이를 공격하는 형태를 말한다. 일베의 게시글이나 태극기 부대의 발언을 가시화해 보수 전체를 공격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디시인사이드에 나타난 글에 한정할 경우 소수 인터넷 트롤들에 의해 만들어진 ‘허수아비’에 속을 위험이 있으므로 실제 대학생들의 내밀한 생각을 살필 수 있는 다른 공간도 찾았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학생증 사진을 찍어 보내야 소속 학교 게시판 접근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 비교적 철저한 회원제 게시판으로 동시에 모든 게시물을 익명으로 올릴 수 있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취재팀은 서울 시내 3개 대학의 에브리타임 게시판을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일과 7일 서울 소재 4개 대학의 거리 인터뷰를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실제 대학생들이 느끼는 문과 비하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먼저 각 대학 익명 게시판에서도 인문학 비하 게시물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문사철은 근데 전과 왜 안 하지?”, “난 문관데 이과가 최고다. 문과는 축소되어야 하고. 상경 거르고 다른 문과는 솔직히 학문 계속할 것 아니면 배우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음”, “문레기과 축소 좀 : 노답(답이 없다)이네” 등 인문학 자체를 비하하는 게시물이 다수 있었다. “역시 문레기는 상경대 빼고 희망이 없나”, “제발 이과애들한테 깝치지 좀 마라 문레기들아”, “문과는 문과 간 거 자체가 멍청한 걸 입증함” 등의 말에서는 경제와 경영 계열을 제외한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을 깔보는 정서를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문사철 미친 페미새끼들”, “인문대가 유독 페미가 많은 이유가 뭘까? 인문대가 학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그쪽 사상과 겹쳐서 그런 걸까? 힘든 취업에 현실을 뒤로할만한 뭔가가 필요해서 그런 걸까?” 등의 발언에서는 인문대학과 페미니즘을 엮어 공격하는 양상도 눈에 띄었다.
ㅅ대학 영문과 2학년 정대진(가명)씨는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곳이 아니라 학문을 하는 곳이라 필요 없는 전공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인문대생으로서 (그런 글을 보면) 화가 난다”라며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문대생이 기술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어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인문계열 학과생은 여성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여성 혐오의 범주와 겹치는 발언을 접하는 일도 흔하다. ㅈ대학교 독문과 4학년 신수혜씨는 “페미니즘과 인문대를 향한 비난이 매우 비슷한 양상을 띠는 것 같다”라며 “(학내 성희롱 관련한 대자보가 자주 올라온다는 이유로) ‘대자보학과’, 따옴표를 쳐서 ‘그 학과’라는 표현을 쓰는데 무척 모욕적”이라고 밝혔다. 같은 대학의 장선호 씨 역시 “‘문레기’·’문과충’ 등의 단어 중 가장 저열하다고 느꼈던 건 ‘그 학과’라는 말이었다”라며 “문과대에 여학우가 더 많다는 점을 들어 페미니즘을 비하하면서 동시에 문과를 비하하는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일부 기업에서 문제 제기한다는 이유로 특정 학과의 학생들을 ‘골치 아픈 학과’로 낙인 찍는 경우가 있다. 인문대에 쏟아지는 공격은 여성이 다수인 인문대를 대상으로 타과 학생들이 이런 ‘낙인 찍기’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그런 흐름에는 ‘옆에 있는 똑똑한 여성이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곽덕주 교수는 “‘교육=취업’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과 태도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인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리고 특히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인문대 여학생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입학 성적이나 취업률이 더 높다는 것을 근거로 공격하는 일부 학생들은 무의식중에 잘못된 우월의식을 내면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6607.html
첫댓글 무식한 것들.
딴 말인데 올해부터 여성학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주제도 다양하고.다들 츄라이~.
스크앱 풀아줄수있을까?
풀었어~~
나 이과인데 ㅈㄴ 문송하다, 문레기 예전부터 개싫어했음. 나만해도 내 전공 아니면 말뽄새 개남루한데 문과 사람들 입터는거 ㅈㄴ 멋있단 말야... 아는것도 많고 사람에 대해서도 잘 알고 좋은 쪽이든 나쁜쪽이든 잘 이용함.
그지같은 이과 새끼들 지금 취직 잘되고 돈 잘버는척 하는데 그거 얼마 못감. ㅅㅂ 기술 발달 개빨라서 다들 교수 하려고 하는거임. 어디 취직해봐야 얼마못가 딸려서 뒤쳐지거나 악착같이 공부해야 겨우 먹고 살음.
읽어보니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과 출신들인가 보네…
인문학적 소양 결핍이 사람을 얼마나 부족하게 만드는지 본인들이 몸소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어리석고 한심해 보여… ㅉㅉ…
잘 읽었어 미래가 참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