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취업을 25살에 했고 지금 40살이니 올해로 15년차네요 오늘부로 퇴사하고 나왔습니다 허무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여러 감정이 드네요 처음 퇴사한다고 했을때 부모님도 친구들도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다들 부러워하기도 하더라고요 퇴사 이유는 어느정도 쉬어가고싶기도 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되지 않을거 같아 결정하게 되었고 너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다보니 제 인생이 망가지는거 같아 그만두게 되었네요
일기장처럼 그동안에 힘들었던것들 적어볼게요 아마 은행원분들 지나가다 이 글 보신다면 공감이 많이 될지도..? ㅎㅎ
1. 쉴새없이 사람 응대 직업 특성상 하루종일 수십명의 고객을 상대하다보면 기가 빨리고 진이 빠집니다. 또 말꼬리 잡고 늘어지거나 화내는 고객이라도 걸리면 정말 힘들어요
2. 민원 1번의 연장이지만 민원에 1년 내내 시달립니다. 물론 은행원이 불친절할때도 있죠. 그러나 본인이 원하는대로 업무가 흘러가지 않으면 (신분증 없이 체크카드 발급해달라고 떼쓰기, 비밀번호 뭔지 알려달라고 대뜸 물어보기 등등) 집에 돌아가서 바로 민원글 올립니다 그러면 죄 없는 행원은 책임자에게, 고객에게 마냥 죄송하다고 해야하고요 누가 잘했고 못했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고객님을 언짢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려야 하거든요
3. 여초집단 남직원도 있지만 대부분 창구에서 여직원들이 일하기에 기싸움, 텃세가 말도 못합니다 그렇지 않은 좋은 분들도 계시지만 신입이 들어오면 업무 제대로 안가르쳐주기, 전화받는거 시키기 등등 아직 텃세가 남아있습니다 은연 중에 왕따 시키고 편가르기도 심하고 심지어는 여자지점장이 앞장서서 여직원들 이간질시키고 막내 괴롭히는 것도 목격했네요
4. 월말이나 25일 휴가 사용 불가 연금, 공과금으로 가장 바쁜 날이기때문에 이때는 무슨일이 생겨도 휴가를 낼 수 없는 분위기고 만약 피치 못해 사용한다 해도 제일 바쁜날 자리를 비운 죄지은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다음날은 저 없이 고생한 직원들이 힘들었다는 내색이라도 하면 내 휴가 내가 쓴건데도 미안한 마음에 커피 돌리기도 해요
5. 생리적 문제 바쁜날 쉼없이 호번을 해야하기에 식사도 제때 못할때가 많고 가끔 생리대를 갈아야하는데도 타이밍이 생기지 않습니다 다음 손님 호번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왜 나 처리 안해주고 어딜 내빼는거지?” 하는 눈빛으로 죽일것마냥 쳐다보거든요 한번은 생리혈이 넘쳐서 바지로 좀 묻었는데 얼마나 서럽던지..
6. 꼰대 상사들 어딜 가나 있겠지만 유독 은행이 심한거 같습니다 회식때 여직원들은 남자 상사 근처에 앉히기, 뭔 말만 하면 라떼는 시전 심지어 출산휴가 이야기가 나와도 “나때는 애 낳고 3개월만에 퉁퉁 부은 상태로 나왔어~ 감사한 줄 알아.” 라는 명언을 남기더라고요
7. 실적 압박 반은 사무직, 반은 영업직이라고 보면 됩니다. 고객이 해달라는 업무는 최대한 빨리 끝내고, 사무실 실적에 필요한 걸 빼내야 하거든요 이러다보니 신용카드, 보험 등등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들 등쳐먹기 일쑤입니다 손님이 시키는 업무만 빨리빨리 하는 직원은 영양가 없다고 욕만 얻어먹고요 뒤에 대기하는 고객은 뒷전이고 앉아있는 고객 한명을 몇시간이고 앉혀 질질 끌면서 실적이라도 해낸 직원은 상도 받고 영웅이 됩니다 그 직원이 그러는동안 양옆에서 빨리빨리 다른 손님 업무 도와준 직원들은 실적도 못한다고 욕만 먹어요 ^^
+ 이외에도 사은품 달라고 떼쓰기, 지폐에 침 카악 퉤 잔뜩 묻혀서 세고 건네주기, 썩은 동전 모아서 들고 오는 사람, 술 취해서 말이 안통하는 사람 심지어는 밤에 현금인출기 코너에 들어와 똥 싸고 도망간 인간 등등 ^^
+어디가서 힘들다고 하면 4시에 문 닫는다고 (전설로 내려오는 80년대 호랑이 은행원 시절 이야기) 꿀빤다고 매맞기때문에 하소연 금지. 힘들다고 하는거 안됨. 아무튼 안됨. 그냥 안됨
생각나는대로 적어봤네요 저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최근 청약이 당첨되어서 신축아파트 입주 예정이고 주식도 운좋게 많이 불어서 여러번 고민하다 퇴사하게 되었네요 남자친구는 있지만 결혼생각은 없습니다 제 능력껏 자가에서 넓게 지내고 혼자 즐기고 싶거든요 오늘은 퇴사 기념 혼자 소주 한잔 하고 내일은 퍼질러서 늦잠 좀 자보려고요 ㅎㅎ
글로는 다 표현이 안되지만, 막상 오늘 짐을 들고 집에 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네요 ㅎㅎ 첫 월급 탄 날 전부 다 현금으로 뽑아서 부모님께 드리던 날이 어제 같아요. 15년동안 제 청춘을 갈아넣은 ㅇㅇ은행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일기처럼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ㄹㅇ 말통하고 이해력이란게 있는 사람은 어플로 처리/ai챗봇 같은걸로 충분히 볼일 다보고
사람이 '응대'하는 고객은 고객아니고 손놈들 뿐임
ㄹㅇㅋㅋ
손놈ㅋㅋㅋㅋ
저거 모든 금융권에 적용되는 말인듯 ㅠ 증권사도 똑같대...특히 콜센터
보험사도 공감해요
상상도 못한 진상 집합소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긴 뭐 서류내고 복잡한거 할거 아님 다 어플로 하니까...
오랫동안 고생하셨네ㅠㅠ 이젠 편히 하고싶은거 하면서 쉬셨으면
왜진상처리법믄 없는거야. 업무방해로 고소차먹어야 하겠냐고.
그래도 지금 퇴사해도 괜찮은 상황이네..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다ㅜㅜ 고생많았다
개공감되네 ㅠㅋㅋㅋㅋㅋㅋ 하하...
실적압박진심 너무싫었어 차라리 텃새가 나음..
진짜..사람응대하는 직업은 죄다 똑같을듯ㅠㅠ 병원서나 공공기관서일할때나 진짜 개진상많아
나이든사람이든 젊은사람이든
3,4,5. ㄹㅇ임. 진짜 나도 저것땜에 맨날 지하철에서 누가보든말든 눈물쏟으면서 출퇴근함ㅎ
내가 진짜 저래서 인간혐오 노인혐오 생김
ㄹㅇ임 이자장사해서 성과급잔치한다고 욕처먹는 건 덤 ㅎ 삼성 현차한테 폰팔고 차팔아서 성과급파티한다고 욕하는 건 못봤죠?
레알임
씨디기앞에 진짜 ㄹㅇ 똥싸고감 자기집 음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않나 이상한 인간 진짜 많더라
ㄹㅇ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