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두 편 때문에 유명해진 섬이 있다.
낚시꾼이나 드문드문 찾던 외딴 섬이었는데 풀하우스,슬픈 연가 등 두 편의 드라마를 찍은 후 연인들이 쏠쏠하게 다녀간다. 옹진군 북도면 신도 시도 모도.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10분 거리. 서울에서 출발해 1시간도 안 걸리는 곳이다. 세 섬은 연륙교로 이어져 있고 지난해 말 모도에는 근사한 조각공원과 카페가 문을 열면서 섬 전체가 세트장이 됐다.
■ 정육점과 구멍가게=신도가 세 섬의 관문이다. 배가 들어올 무렵 마을버스가 출발한다. 마음이 조급한 연인들. 드라마 촬영지로 직행하려면 버스를 타고 신도를 지나 시도 농협에서 하차한다. 1시간마다 다니는 마을버스는 점심시간 때는 운행하지 않는다. 농협 뚝방길 옆에 외딴 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정육점과 구멍가게가 자리잡았다. 여기서 군것질거리 산다. 구멍가게 뚝방길 건너편에는 노인회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대여료 2,000원. 버스정류장에서 촬영지까지 걸어서는 30분 정도 걸린다.
■ 풀하우스 연인 되기=자전거 타고 염전 지나 언덕 넘으면 풀하우스 촬영지다. 비와 송혜교가 동거(?)하던 촬영세트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송혜교의 책상이며 말다툼하던 식탁,침대까지…. 그림 같은 집은 드라마에서 봤듯 통유리로 돼 있어 내부를 떳떳하게 훔쳐볼 수 있다. 집 안에는 깜찍한 커플의 브로마이드가 걸려 있고 두 연인이 텐트를 치고 자던 바다로 난 나무데크도 남아 있다. 나무데크는 수기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요즘은 중국 관광객도 다녀간다. 가끔 집을 거액에 통째로 빌려주기도 한다고. 3월부터는 내부도 공개할 예정이다.
■ 슬픈 연가 별장=감정이입 순간이동. 드라마에서 권상우 김희선이 첫날밤(?)을 보낸 별장. 궁금했는가. 시도 끝 언덕 위에 으리으리하게 자리잡았다. 웅진군에서 10억원을 들여 직접 제작했다. 이곳에서 김희선이 권상우를 위해 피아노를 쳤다. 아직 촬영 중이라 내부접근은 불가능하나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국 촬영분을 끝내고 두 연인이 회동하면 이곳에서 다시 촬영이 진행될 예정. 운 좋으면 촬영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도 있다.
■ 배미꾸미 조각공원=촬영지만 둘러보고 떠난다면 2% 아쉽다. 분위기 잡을 공간이 필요하다. 시도에서 모도로 살짝 건너면 섬 뒤쪽 끝에 조각공원이 문을 열었다. 조각가 이일우 선생의 조각품 70여점이 해변에 옹기종기 전시돼 있다. 해변이 배밑을 닮아 배미꾸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클래식 음악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해변카페는 지난해 12월 오픈했다. 통유리 창가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음미하는 해넘이 자체가 예술이다. 아직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아 더욱 감미로울 듯. 카페 옆 펜션은 올 2월 오픈했다. 방들 역시 통유리창. 조각공원 바다 일몰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
■ 노루섬·구봉산=이곳 섬에서는 특이하게도 노루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도 이장 박상근씨는 “노루가 주민보다 많다. 모두 강화도에서 헤엄쳐 건너온 놈들로 가끔 그물에 걸리기도 한다”고 전한다. 신도에는 한적한 트래킹코스가 있다. 걸어서 구봉산 정상에 오르면 무의도 용유도 등 인근 섬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비포장길이 잘 닦여 있어 MTB(산악자전거),오프로드 마니아가 즐겨 찾는 곳이다. 정상 구릉에는 아들 낳는 데 효험이 있다는 성지약수가 있다. 구봉산은 봄이 되면 벚꽃이 볼 만하다.
신도∼시도 연륙도로 바다가 막히면서 시도 인근 바다는 많이 탁해졌다. 한때 성하던 고기잡이도 뜸해졌다. 해변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배미꾸미 조각공원 쪽이 좋을 듯. 승용차로 섬 전체를 둘러보는 데도 1시간이면 족하다. 한적한 이곳 섬도 최근 땅값이 오르면서 곳곳에 부동산거래소가 들어서 다소 생뚱맞게 변했다.
발췌: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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