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식구가 매달려 집짓기 시작 10개월!! 물론 그 전에 더 많은 준비기간도 있었지만요... 하여튼 만세입니다. 우리 홍천집 이름은 "자연인 쉼터"입니다. 깨어있는 맑은 영, 스스로 다스리는 마음, 건강한 몸 이것을 추구하는 자연인들의 쉼터이고자 합니다.
사실 집만 지었지 주변정리 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평상에 소박한 밥상차려놓고 서늘한 바람에 머리카락 날리며 강된장 보글보글 끓여 호박잎쌈 먹는 재미가 서울의 고기집 재미보다 좋습니다.
고기 잘 잡는 머스매가 강에서 잡아온 민물고기에 고추장 풀고 수재미 뚝뚝 넣어 땀 흘리며 먹는 재미도 좋더군요. 풀섶 뒤져 연초록의 반짝이는 호박 따다가 된장 끓이고 꼬부라진 오이 따다 부추섞어 버무리고 가지쪄 무치고 ......우리집 주 메뉴지만 오는 사람마다 밥한그릇 뚝딱입니다.
날이 밝으면 저절로 눈이 떠져 밖으로 나오면 산안개 물안개속에 이슬내려 앉은 풀잎을 헤치며 우리집 강아지 홍돌이, 망치. 짱아가 새벽인사로 허리까지 기어오르면 하루가 시작됩니다. 고구마밭, 콩밭을 둘러보고 마당에 피어있는 일년초꽃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아침식사로 생식을 준비하고 방학동안 명상하러 온 친구들과 아침상담을 끝내면 나는 그래도 한가합니다. 모기한테 물려가며 풀뽑고 농사짓고 건강상담하고 그러다 집짓고..
우리 남편은 자기가 머슴인걸 이제야 알아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일하다 마시는 시원하다 못해 차디찬 물 한 그릇이면 속이 다 시원하고 며칠 세수를 안해도 먼지 끼지 않는 달디 단 공기는 투명하기만 합니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이름모를 새들이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평상에 앉아 옥수수 하나 입에 물면 그저 좋습니다. 아궁이지펴 구들방에 불때고 누우면 고단한 하루가 일초의 틈새도 주지 않고 잠속으로 빠져듭니다.
이곳에서 만난 이웃도 만만치 않은 또한 즐거움입니다.
농사 못짓는 우리에게 별거 다 가르쳐 주는 할배들, 감자 심는 시기를 놓쳐 감자없는 우리집에 감자 한박스를 캐주는 옆집, 옥수수 자루 팽기치고 도망가는 이장아저씨, 호박, 가지 열리기 무섭게 따다 주고 백일홍, 다알리아 등 꽃만 보면 캐다 마당에 심어주는 꿀벌 할머니, 우리집 공사에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우리의 천남성 아우, 나무 한그루 없는 우리집에 잣나무 한차를 보내준 금낭화네부부, 그렇게 맛있는 풋고추를 따다주는 동물농장아저씨, 막장이 너무 맛이 좋아 항아리째 달래도 부끄럽지 않은 반장아줌마..
새벽부터 해질 때 까지 너무 바빠 만나서 차 한잔 마실 시간들이 없지만 정겨운 이웃들이 있어 어려움없이 홍천에서 나서 홍천에서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듭니다.
고추값이 떨어져 한박스에 2천원을 받아 박스값내고 수수료 내니 7백원 남았다는 이웃의 한숨과 멀리 가락동시장까지 홍고추를 메고가 팔고 보니 모종값 비료값도 안된다고 술 한잔 걸치고 내려온 이웃의 눈물에 함께 흥분하고 눈물지니 반은 홍천사람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