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뒷 이야기 20·30·40대 당선 / 사회적 문제 분출 / 해외서도 응모 관심 김원용 | kimwy@jjan.kr 문학인의 등용문인 신춘문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수 천편의 응모작 속에는 다양한 사회 군상과 삶의 애환들이 담겨 있다. 전북일보 2014년 신춘문예에 접수된 1400여편의 작품들 중에도 정치적 혼란, 분단 상황, 소외계층의 힘든 생활, 경제적 모순, 왕따 문제, 가족의 해체, 사회부조리 등의 문제들이 시와 소설·수필 등으로 분출됐다.
참여자들은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80대 노인까지, 국내뿐 아니라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해외에서도 본보 신춘문예에 관심을 보였다. 습작으로 재미삼아 신문사 여기저기에 제출한 사례도 있고, 매년 단골손님으로 내는 응모자도 있다. 당선 연락이 되지 않을까봐 외국에 나갔을 때 연락처를 알려주려는 응모자, 외국 거주 응모자를 대신해 연락처를 남긴 국내 친지 등은 당선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가진 경우다.
예선과 본선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종합하면 올 본보 신춘문예 본선에 오른 작품들의 경우 대체로 수준급이었으며, 특히 당선작으로 뽑힌 당선 작가들에 대한 앞으로 활동에 큰 기대를 걸었다. 본보 당선자 4개 부문에서 시와 동화 부문은 20대에서, 수필과 소설은 40대에서 당선자가 배출됐다. 나이 든 당선자가 많았던 때에 비해 극적이지는 않지만, 당선되기까지 뒷이야기와 사연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시 당선자인 노동주씨(29, 김제)는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현재 김제 진봉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대학시절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던 그의 재능은 동아리 선배들이 먼저 알아보았다. 선배들이 용돈을 모아 본격적인 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단다. 2010년 본보 신춘문예 본선에 오른 적도 있으며, 3번 도전 끝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군대에 있는 동안 공백이 오히려 에너지를 응축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할 만큼 신춘문예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시를 썼다. 당선작인 ‘시소가 있는 풍경’역시 시가 잘 안돼 학교 교무실에 앉아 밖을 바라보다 영감을 얻어 응모 이틀 전에야 완성시킨 작품이란다. 시를 건축물에 비유해 기둥을 손질하면 모든 얼개를 다시 짜야 하듯 퇴고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수필 당선자인 한경희씨(43, 김제)는 원광대 사회복지학과와 군산대 영문과 대학을 졸업했으며, 인터넷신문 시민기자로 활동했다. 수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것은 2년 전 원광대 평생교육원에 적을 두면서부터며, 방송문화진흥원 주최 방송비평상, 홍천문인협회 대상을 받은 경력을 갖고 있다. 한씨는 삶에 회의가 들거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 수필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년 혹은 퇴직자들도 수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수필예찬을 곁들였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수필 형식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단다. 기성 문단에서 부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시 혹은 소설을 접목시키는 작업이 그 예다. “당선 소식이 준비운동을 채 끝내기 전에 울린 마라톤 출발 신호 같았다”는 소감으로 더 많이 공부하겠다는 각오다.
동화 당선자 김정미씨(29)는 제주도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후, 현재 서울에서 사보기자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본보 신춘문예와 함께 연말 〈어린이동산〉잡지에 중편 동화가 뽑히는 겹경사를 맞았다. 전북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지만, ‘사랑의열매’사보 취재차 전북을 방문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단다.
어려서부터 글짓기대회를 휩쓸었던 그는 동화가 좋아 직장을 접고 2년 전부터 동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보 기자는 생업이며, 동화를 쓸 때 참 즐겁고 행복하단다. 무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동화를 쓰면서 어린 시절 상처를 문득 발견하고 치유받기도 한다고 동화의 매력을 설명했다. 아직 미혼인 그는 멀리 보고 결혼 후 자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쓰고 싶다고.
소설 당선자 고동현씨(44, 경기 화성)는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대학시절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그 꿈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7년 전 자신이 다니던 한국까르푸가 한국에서 철수한 게 계기가 됐다. ‘소설탄생’동인 모임에서 활동하며 전업 작가의 길을 모색했으나 문단과 현실의 벽 앞에 힘든 시절을 겪었다. 그는 그 과정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2편의 장편소설과 1편의 중편, 20여편의 단편소설을 습작하는 과정이 그의 문학적 역량을 키웠다. 철도문학상 수상과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을 수상하면서 그 가능성을 열었다. 그의 소설에는 아프거나 소외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앞으로 카프카의 소설처럼 환상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고민하고 삶의 본질을 묻는 글들을 쓰고 싶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