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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업겁결에 떠난 여행
지난 번 타가이타이 여행때도 그랬지만 이번 보라카이도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다. 떠나기 전날, 오후 늦게 마침 한국식품점에 갈 일이 있어서 갔다가 나오는 길에, 평소 알고 지내던 두 분을 식품점으로 들어 오는 길에 만났더니 '내일 아침에 보라카이로 여행을 떠날 예정인데 같이 가자.'고 권한다.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같이 가기로 결정하고 이튿날 아침에 대충 옷가지 몇 점을 챙겨서 떠났다.
아침 8시반에 에버코데스코 백화점 앞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만나서 의논 결과 칼리보로 가는 것 보다는 까티클란으로 바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하고 9시에 문을 여는 부근의 여행사에 들려서 까티클란까지 티켓팅을 하려고 했으나 그 곳에선 까티클란행 티켓팅을 하지 않는단다. 공항으로 바로 갈까도 생각을 했었지만 필리핀에선 항공권이 없으면 국내선 공항에도 들어가지를 못한다. 그러니 반드시 사전에 미리 항공권을 구입한 다음에 공항으로 가야 한다. 일단 공항 가는 길인 'SM MEGAMALL'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메가몰에 도착을 해보니 아직 문도 안열었다. 모든 백화점들이 10시가 돼야 문을 열기에 문 열때까지 기다리면서 정문 경비원에게 물어 보니 5층에 여행사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 그 곳으로 가면 어디든지 항공권을 구입할 수가 있단다.
10시가 넘어 백화점 5층으로 올라가서 여행사를 몇 군데를 거친 뒤에야 'Asian Spirit' 3시 50분발 항공권을 구입하였다. 항공료는 왕복에 3,500페소다. 오전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원했으나 좌석이 없었다. 특히 주말 오전 항공편은 적어도 몇 일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는데도 당일날 와서 찾으니 항공권이 없기 마련이다. 백화점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고 백화점도 좀 둘러보고 미비된 물품도 몇 점 사고나서 다시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경찰인지 공항경비원인지 모르는 제복입은 사람이 항공권을 보여 달란다. 택시 정류장에서부터 표검사가 시작된다. 다음에 공항건물에 들어 서면서 보여 주고, X레이 검색대 지나면서 또 보여주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항공사 카운터데스크가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보딩패스를 받아 들고 탑승자 대기실로 가려니 그 곳에서 공항이용료를 받는다. 1인당 100페소다.
고물 4발 프로펠러기를 타고서
비행기 탈 시간을 무료하게 기다리며 탑승장 쪽을 보니 수많은 비행기들이 승객을 태우고 떠나고 하는데, 멀리 대부분의 미끈한 제트여객기와는 달리 투박한 몸체에 프로펠러가 4개가 달린 비행기 하나가 지나길래 '야 희한한 비행기도 다 있구나'고 하고 유심히 살펴보니 동체에 'Asian Spirit'라고 쓰여 있다.
'설마 저 비행기는 아니겠지?'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마음은 없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탑승시간이 되어 게이트를 빠져 나가 보니 저쪽에 그 고물 프로펠러 비행기가 딱 버티고 있지 않은가. 앞서 나간 사람들이 모두 그 비행기쪽으로 걸어서 간다. 일행중 한명이 '야 우리 저 비행기 타고 가는 거야?' 알면서도 묻는다. '여기서 아니면 우리 언제 저런 비행기 한번 타 보겠어? 잘 됐지 뭐...' 체념은 빨리 하는 것이 좋다. 비행기 트랩이 따로 없다. 뒷문을 밑으로 재껴 놓으니 계단이다. 계단 5개쯤 올라서니 비행기 안이다. 앞쪽으로 보니 꼭 서울좌석버스 맨 뒷쪽에서 앞쪽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좌석이 2개씩 양쪽으로 있는게 꼭 좌석버스 안 그대로다. 크기도 그대로다. 앞에서 3번째줄이 우리자리이기에 앞으로 걸어 가면서 세어보니 모두 11줄이다. 그러니까 44명이 탈 수 있는 비행기다. 좌석에 앉아서 앞을 보니 조종석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조종실 문을 열어 놓은 채로 있기에 조종석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승객이 다 타고 나니 스튜어디스 한명이 안전밸트 하나를 들고 앞으로 나가서 기내방송에 맞춰 안전밸트 매는 요령을 설명하고, 옆 짐칸에서 노란 구명대를 하나 꺼내들고 다시 구명대 입는 요령을 실연해 보인다. 프로펠러가 하나씩 차례로 돌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네개의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하고 스튜어디스가 우리와 마주보며 앉아서 안전밸트를 매자 서서히 움직인다. '이게 제대로 뜰 수는 있을까?' 속으로만 염려를 하면서 기다렸는데, 활주로 끝부분에 이르러 엔진소리가 커진다 싶더니 비행기가 앞으로 움직인다.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고 느끼는 순간 벌써 붕 떠 버린다. 10초도 안 걸린것 같다.
'야 이거 보기보다는 잘 떠는구만' 비행기가 고도를 높여가자 에어컨을 가동하는지 에어컨 송풍구마다 일제히 뽀얀 김을 내 뿜는데, 꼭 증기탕에서 김을 내뿜는 것 같다. 생각보단 가볍게 정상고도에 도달했는지 앞에 앉았던 스튜어디스가 안전밸트를 풀고 일어나 뒤쪽으로 간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주위를 둘러 보니 승객은 28명인데, 서양인이 10명쯤 그리고 우리일행 4명, 다른 동양인 14명이다. 앞좌석 뒤에 있는 주머니를 들여다 보니, 탈출 설명도 한장과 토할때 쓰는 종이봉지 하나가 전부다. 그런데 비행기마다 분명히 붙어 있어야 할 식사용 테이블이 없다. 내좌석 앞뿐만 아니라 모든 좌석이 마찬가지다. 상단에 테이블 잠글쇠만 달랑 붙어 있다. 그나마 떨어져 나간 좌석도 많다. 테이블도 없는데, 이건 왜 그냥 붙여 둿을까? 비행기에 따라선 테이블이 팔걸이 속에 들어있는 경우도 있는 바 팔걸이를 아무리 이리저리 살펴봐도 그속에 그런게 들어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것 뿐만 아니라 좌석을 뒤로 젖히는 손잡이나 버튼도 없다. '음료수 컵을 주면 어디다 두지?' 꼼짝없이 손에 들고만 있어야겠군.
스튜어디스가 파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하나 들고 와서 앞에서부터 뭔가 하나씩 나눠 주길래 받아 보니 종이물수건이다. 그 다음엔 역시 그 바구니를 들고 앞쪽에서부터 또 뭔가를 나눠 주는데 보니 '팩에 든 쥬스 하나와 빨대, 그리고 비스킷 세개들이 한봉지'씩을 나눠 주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컵이 아니니깐 테이블도 필요가 없지, 팩에다 빨대를 꽂아서 손에 들고 마시는데 무슨 테이블이 필요해? 그래서 다 떼어 버렸나 보다... 그런데 머리 위쪽에서 물이 떨어진다. 쳐다 보니 에어컨 송풍구 주위에 찬김이 서려서 떨어지고 있다. 마침 스튜어디스가 옆을 지나길래 'Have you umbrella?'라고 했더니 'What?'하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다는 눈치다. 'It's raining.'이라고 하며 위로 손가락을 가리키니 온 비행기안의 승객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그 스튜어디스도 킥킥거리며 뒤로 도망을 간다. 적어도 4~5개국 사람들을 동시에 웃겼으니 내 영어실력도 이만하면 쓸만하지 않은가? 그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스튜어디스 두명이 뒤에서부터 앞까지 수건으로 에어컨 송풍구 주위를 닦았다. 내 머리 맡의 송풍구를 닦으면서 그 스튜어디스가 'Sorry sir, we have no umbrella'라고 하면서 살짝 웃어 보인다.
거의 한시간정도 비행을 했을까? 왼쪽으로 보라카이 섬이 보인다는 기장의 기내방송에 밖을 보니 바로 창밖으로 보라카이 섬이 눈아래로 보인다. 비행기 고도가 상당히 낮아져 있어서 파란 바다 밑바닥까지 들여다 보인다. 바퀴를 내리고 착륙을 하는가 했더니 공항을 지나치고 다시 떠 오른다. 아마도 착륙위치를 놓친 것 같다.
다시 왼쪽으로 크게 선회를 한 후 재 착륙을 하기에 덕분에 하늘에서 보라카이 섬을 두번이나 내려다 볼 수가 있었다. 착륙할때도 금방이다. 바퀴가 활주로에 닿았다 싶었는데, 벌써 정지를 하여 방향을 바꿔서 공항청사 쪽으로 움직인다. 공항청사라야 2층높이의 관제탑 아래로 허름한 단층 건물 두동이 나란히 서있다. 비행기를 내려보니 잔디밭이다. 생전처음으로 잔디밭에서 비행기를 내려 봤다. 공항건물쪽으로 난 좁은 자갈길을 따라서 나가니 곧 바로 공항밖이다.
트라이시클을 밀고, 배를 타고서 보라카이로
공항이래야 시골 간이역 만한 곳인데, 공항밖을 나오니 택시는 두고라도 그 흔한 지프니도 한대 없다. 트라이시클만 여러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배 타는 곳까지 값을 물으니 네명이니까 80페소를 달란다. 깎아서 50페소에 가기로 하고 네명이서 탔다. 조그만 50cc엔진을 단 오토바이에 우리일행 네명과 운전사 그리고 필리핀 아줌마 한명, 그렇게 여섯명이 타고 가니 엔진이 곧 터질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평평한 아스팔트길은 곧잘 가는데 조금 더 가다 보니 포장도 안된 언덕길이 나온다.
이게 저기를 올라 갈 수가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중간쯤 올라가더니 힘이 딸리는지 뒷걸음질을 한다. 얼른 뒤에 탄 나와 다른 일행 한명이 뛰어 내려서 밀어 봤으나 안된다. 결국은 한명이 더 내리고 세명만이 타고선 다시 언덕길을 꺼꾸로 내려가서 처음부터 다시 올라 온다. 속도를 높이드니 그 탄력으로 언덕길 정상까지 올라 간다. 우리는 내려서 터덜터덜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서 다시 타고는 언덕길을 내려가니 바로 배타는 곳이 나왔다. 배타기 전에 뭔가 하나씩 적어 내라길래 보니 꼭 입국신고서 같이 생긴 것인데, 이름과 생년월일 도착일자, 출발예정일 등등 적고 나니 숙소를 적어란다. '아니 이제 그 곳에 들어가서 숙소를 정해야 할 판인데 미리 적어라니 말이나 돼?' 숙소를 아직 못 정했다고 하니 'Sea world, Korean.'이라고 하면서 Sea World라고 적어란다. 가르쳐 준대로 'Sea world'라고 적으니 됐단다. 그 다음은 배표를 샀다. 1인당 16.5페소씩 내고 배표를 사서 배를 타려고 하니 배가 물가운데에 있어서 탈 수가 없다. 아무리 가까이 오라고 해도 물이 얕아서 가까이까지 못 온단다. 두명이 겨우 탈 수 있는 쪽배를 타고서 큰배로 옮겨 탔는데, 공짜가 아니다. 1인당 5페소를 빼았겼다.
배가 출발을 하여 점점 보라카이 섬으로 다가 가는데 아무리 살펴 봐도 섬 서쪽에 있다는 화이트 샌드비치가 아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화이트 샌드비치에 있는 스테이션1에서 3까지중에서 한 곳에 내린다고 들었는데...' 도착한 곳은 화이트 샌드비치 반대쪽에 있는 '커로크다일'섬이 있는 곳이다. 여기서도 배를 배가 백사장까지 댈 수가 없으니 필리핀인들이 배까지 다가와서 한 명씩 무등을 태워서 백사장까지 데려다 준다.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가 없어서 기다렸다가 조그만 쪽배를 타고 백사장에 내렸다. 여기서 또 5페소씩 빼았겼다. 내려서 보니 또 트라이시클이 기다린다. 공항에서 트라이시클을 같이 타고 왔던 필리핀인 아줌마가 여기서 화이트 샌드비치까진 머니까 트라이시클을 타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1인당 20페소씩이란다. 더운 날씨에 걸어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또 트라이시클을 탔다. '제발 이번에는 내려서 밀지만 말았으면...' 소용이 없었다. 또 다시 언덕길이 하나 나오는데 꼼짝없이 내려서 밀어주고 터덜터덜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서 다시 타고 내려 갔다.
싸고 좋은 Cottage를 구하느라 2시간을 헤매다.
같이 탄 필리핀 아줌마가 싼 숙소를 소개해 주겠다고 자청해 나선다. 숙소에 손님 데려다 주고 몇 푼씩 받는 모양이다. 까티클란에서 시장을 봤는지 비니봉지에 든 생선 몇 마리를 들고 있다. 처음 데려다 주는 곳에 이르니 해변도 안 보이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 그럼 다른 곳을 소개해 주겠단다. 다시 트라이시클을 타려고 했더니 트라이시클은 여기까지밖에 못들어 가니 걸어서 가야 한단다. 조금 나가니 바로 눈앞에 바다가 보인다. 아마도 해안가에는 트라이시클이 못 들어가는가 보다. 'Calypso Diving'과 'Sun Link'사이의 길로 조금 들어가서 있는 한 'Cottage'로 안내한다. 'Cottage'란 일종의 필리핀식 방갈로이다. 대나무로 만든집인데, 지붕은 야자수 잎으로 덮었고,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넓은 베란다가 있고 양쪽으로 수세식 화장실이 딸린 방이 각각 하나씩 있는 독채가 한 울타리 안에 여러채가 있다. 보라카이에선 일반적인 숙소형태이다.
에어컨 딸린 방이 한개에 500페소란다. 비싸다고 했더니 보조침대를 하나 더 줄테니 네명이서 사용하란다. 일단 다른 곳을 한번 더 둘러보고 나서 결정하겠다고 하고선, 일행중 한명과 나는 남아서 짐을 지키고 젊은 일행 두명이서 다른 곳을 알아 보겠다고 갔다. 'Calypso'옆 'Mongollian BBQ'의 노천 테이블에 짐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쉬기로 했다. 바닷바람이 꽤 시원하다. 그런데 방 구하러 간 일행이 한시간이 지나도 올 생각을 않는다. 같이 쫓아 갔던 필리핀 아줌마가 혼자 돌아 와서는 다른 친구들이 너무 멀리까지 갔다고 투덜거린다. 우리 걱정은 말고 집에 가서 밥이나 지어라고 했더니 만약에 아까 그 코티지를 사용하게 되면 자기에게 연락을 달란다. 알았다고 하면서 염려 말라고 하니 그제서야 발길을 돌린다. 30분 정도 지나서 그 아줌마가 또 찾아 왔다. 생선 봉지를 아직 들고 있는 걸 보니 집에도 안간 모양이다. 그리고도 30분 뒤에야 방 구하러 갔던 일행이 나타 났다. 다행히 싸고 좋은 방을 구했단다. 'Wonderland'와 'Tourist Center'사이길로 조금 들어가니 'Morimar Resort'라는 곳에 방을 얻었다. 이곳 역시 'Cottage'이다. 비록 에어컨은 없으나 침대와 이부자리가 깨끗하고 가격이 방 1개당 300페소이며, 취사를 위해 조리시설을 1회당 20페소씩 받고 빌려 준다는 조건이다. 첫날 저녁은 외식을 하기로 하고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서양사람들도 여러명이서 묵고 있는 걸 보니 이름이 좀 있는 곳인 듯 하다.
보라카이서 가장 비싼 음식 - 된장찌게
매일 먹는 한국음식이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이때까지 한번도 못 먹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한식을 먹기로 하고 '금강가든'이란 한국음식점으로 갔다. 스테이션2와 스테이션3 사이의 중간쯤에 위치한 금강가든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앞에서 보면 벽이 없고 지붕만 있는 창고같은 형태인데, 왼쪽옆에 한국인 다이빙숍이 같은 지붕 밑에 있다. 메뉴를 보니 김치찌게, 된장찌게가 200페소씩, 해물국수가 160페소다. 같은 메뉴판에 나와 있는 참치회 한접시에 150페소에 비해서도 비싸거니와 방을 구하기전에 기다리던 곳의 부페식 '몽골리안바베큐'가 175페소, 부근의 두군데 필리핀식 부페식당의 식사대가 150페소인데 비하면 상당히 비싼 음식값이다. 나는 된장찌게를 시키고 한사람은 김치찌게, 두 사람은 해물국수를 시켰다. 된장찌게가 나온 걸 보니 꼭 짜장면 만드는 춘장을 풀어서 만든 것 같이 검은 색인데, 맛도 된장맛이 아니다. 오히려 해물국수가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보다는 양으로 배를 채우고 나서 주변 정찰을 좀 하기로 했다.
'Sun Link'라는 인터넷카페에선 투어안내도 하고 있었다. 인터넷 이용료를 보니 1시간당 80페소씩이다. 스노클링, 바베큐점심을 포함한 6시간짜리 섬일주 투어가 1인당 300페소이기에 이튿날 아침 것을 예약을 해두고, 바로 옆을 보니 스포츠용 오토바이가 있길래 살펴보니 1시간에 250페소, 낮동안엔 800페소, 24시간동안 빌리는데는 1,000페소란다. 오토바이를 빌려서 타고 해변가를 달리는 기분도 괜찮을 듯하나 제대로 탈 자신이 없어서 값만 물어보고 말았다. 스테이션2 부근에 이르니 '서울식당'이란 간판이 붙은 식당도 있었다. 스테이션2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Sea World'란 간판이 보이길래 들려보니 스쿠버다이빙숍이다. 바로 우리가 보라카이로 건너오기전에 입국신고서 비슷한 곳에 연락처로 적어 놓은 곳이다. 건장한 젊은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데, 스쿠버다이빙 4시간짜리가 50달러란다. 30분정도만 배우면 스쿠버 다이빙이 가능하단다. 대충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잤다. 에어컨이 없는데도 꽤 시원하게 잘 잤다.
10년동안 차던 시계를 바다에 빠뜨리고
이튿날 아침, 일어나 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이럴 수가 모처럼 보라카이까지 왔는데, 비가 오다니 일단 아침식사부터 해결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얘기한대로 식당주방에 들려서 조리시설을 빌리자고 했더니 주방장이 안된단다. 대신에 쌀과 요리재료를 주면 밥을 해주겠단다.
잘 됐지 뭔가. 쌀과 라면을 주니 한참후에 밥 한 냄비하고, 라면도 끓이고 그릇과 수저도 빌려 준다. 더우기 젖가락까지 주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준비해 간 반찬을 꺼내 놓고 아침식사를 잘 할수가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거짓말같이 비가 딱 멎었다.
쨍한 하늘에 구름한 점 없는 좋은 날씨다. 해변가로 나가 보니 아침햇살에 바닷물빛이 비취빛이다. 흰백사장이 눈이 부시도록 희다. 모래 한줌을 집어보니 백설탕가루보다 곱다. 밤새 밀려 온 해초를 청소부들이 끌어 모으고 있다. 매일같이 이렇게 백사장을 청소를 하니 깨끗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제 저녁에 예약한 배를 타니 관광객이 모두 18명이다. 서양인이 8명,서양인 쫓아 온 필리핀 여자가 2명, 홍콩여자 2명, 필리핀 남자 2명, 그리고 우리일행 4명이다. 한국, 필리핀, 독일, 프랑스, 홍콩, 호주, 그리고 국적을 잘 모르는 서양인등 적어도 7개국 이상의 국적을 지닌 국제적인 투어팀이다.
10시 조금 넘어서 화이트 샌드비치를 출발한 배는 섬을 남쪽으로 돌아서 어제 우리가 까티클란으로 부터 도착한 크로크다일섬 앞쪽에 닻을 내렸다. 물안경과 호흡기를 끼고 물에 들어가 보니 겉보기에는 시릴 것 같이 파란물이 의외로 미지근한 느낌이었다. 물살이 꽤 있어서 그냥 있으면 자꾸만 떠내려 간다. 물속을 들여다 보니 물고기는 그리 많지 않고 산호초들만 가득하다. 간혹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몇 마리씩 지나 다닌다. 물속에서 뭔가 좀 건져 보려고 몇 번이나 잠수를 시도해 봤지만 자꾸만 떠올라서 잠수를 할 수가 없다. 워낙 짠물이라서 그만큼 부력이 센 것 같다. 배위에는 맥주가 준비되어 있어서 간간히 올라와서 맥주를 마시며 쉬다가 또 들어가고 그렇게 한참동안 놀다가 보니 언제 없어졌는지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없어 졌다. 아마 배위로 기어 오르는중 어디에 걸려서 손목에서 떨어져 나간 것 같다. 10년전에 일본서 당시 3,000엔주고 산 카지오 방수시계다. 당시의 환율로는 15,000원정도 되는 것이었지만 그동안에 시계줄만 두번을 바꿨을 뿐, 10년동안 밧데리를 한번도 안 바꿔 줬는데도 여전히 잘 가고 있었다.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알람이 울리도록 해놨기에 매일아침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밧데리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보라카이 맑은 바닷물속에서 매일아침 6시 50분에는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놀라게 할 것 같다.
점심때가 가까워지자 해변으로 배를 대고는 점심준비를 한다. 숯불을 피우고 바베큐를 구워낸다. 점심준비를 하는 동안에 해변에 설치된 넷트에서 배구시합이 붙었다. 독일인 남녀 2명, 홍콩 여자 2명, 우리 일행중 3명, 필리핀인 동네청년 1명 이렇게 8명이서 편을 갈라 시합이 벌어졌다. 국제남녀 혼성경기인 셈이다. 어느팀이 이겼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도 승부에는 관심이 없이 박수치고 구경하기에 열심이다. 한바탕 웃고 떠들고 나서 점심식사를 하니 더욱 맛이 있었다. 어른 팔길이만한 이름모를 생선 한마리에 닭고기, 쇠고기등을 굽고 야채샐러드에 흰밥, 몇가지 이름모를 음식에다 음료수, 맥주로 배불리 먹고는 바닷가를 거닐며 이쁜 돌 몇 개를 줏었다. 다시배를 타고 섬을 반 바퀴쯤 돈 지점에 다시 닻을 내리고 스노클링을 즐겼다. 스노클링도 좋지만 배타고 바닷쪽에서 섬해안을 돌아보는 경치도 볼만했다. 복잡한 마닐라 시내를 생각하면 정말 필리핀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할 정도다. 다시 닻을 걷고 섬북쪽을 돌아서 완전 무인지경인 이름모를 백사장에 배를 댔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닷물과, 눈부시도록 흰 백사장과 일렬로 늘어서 있는 야자수가 마치 한폭의 그림과 같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그냥 있기만 해도 좋다. 여기서도 돌맹이 몇 개는 챙겼다. 지겨울 만하니까 다시 배가 움직인다. 길고 긴 화이트 샌드비치를 훑어 감상하면서 아침에 출발했던 곳이 이르니 오후 네시경이다.
바가지를 뒤집어 쓴 신혼부부들
배를 내려서 잠깐 숙소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는 다시 해변으로 나갔다.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햇살을 받은 바닷물 빛이 오전과는 또 다르다. 짙은 쪽빛에서 맑은 비취빛으로 투명하게 속을 다 들어내 보인다. 움직이는 물결에 반짝이는 햇빛이 꼭 보석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다. 해변가 파라솔밑 긴의자를 50페소씩주고 빌렸다. 바닷물에 들어 갔다가 지겨우면 물에서 나와 밴치에 누워 바닷물을 감상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너무나 시원하다.
등에 번호가 붙은 조끼를 입은 필리핀인 여자 맛사지사들이 맛사지를 하란다. 일행중 두명이 200페소씩을 달라는 것을 150페소로 깍아서 맛사지를 받았다. 해변가 야자나무 그늘아래 큰 보자기 같은 '자롱'을 깔고 엎드리면 로숀과 야자기름을 번갈아 바르며 맛사지를 약 한시간가량 해준다. 그 옆을 보니 젊은 남녀가 네쌍이 나란히 누워서 맛사지를 받고 있다. 피부색이나 생김새를 보아하니 한국인들 같다. 비키니입은 여자의 경우 브래지어 끈까지 풀고 등을 골고루 맛사지 해준다. 그걸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구경꺼리는 확실히 구경꺼리다. 이윽고 맛사지를 끝낸 일행 두명에게 어떻더냐고 물어보니 한마디로 완전히 고역이었다고 한다. 몸에 묻은 모래를 제대로 털어 내지 않아서 그런지, 몸에 야자기름을 바르고 맛사지를 할땐 꺼칠꺼칠한 감촉 때문에 오히려 아프단다. 더우기 낮에 햇빛에 탄 부분을 문지를 땐 정말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면서 절대로 받지 말라고 극구 말린다.
막 맛사지를 끝낸 네쌍의 남녀들이 바로 우리옆에 있는 밴치를 빌려서 자리를 잡길래 언제 왔냐고 물어보니 오늘 오전에 도착한 신혼부부들이란다. 어제밤 12시경에 필리핀항공으로 마닐라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자는둥 마는둥하고 7시반에 호텔을 출발하여 곧장 보라카이로 왔단다. 첫날밤이나 제대로 지냈는지는 모르겠다. 도대체가 즐길만한 것이 없다고 불만이다. 할게 왜 없냐고 저쪽에 가면 한시간에 250페소만 주면 오토바이도 빌릴 수 있고 자전거 옆에 사이드카를 단 '트라이쇼'를 타고 해안을 돌아 봐도 좋고, 아니면 저쪽 안쪽에 가서 닭싸움을 구경해도 좋고,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고 하자. 가이드가 여기는 조용히 쉬는 휴양지라서 특별히 할 것은 없고 배를 빌려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밖에 없다고 해서 내일하기로 했다는데, 스노클링만 할 경우에는 1인당 90달러, 스쿠버 다이빙까지 하게 되면 170달러라고 해서 돈을 주고 예약을 해 놨단다. 스노클링은 1인당 300페소만 주면 바베큐점심과 함께 6시간은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고 하니 300페소면 얼마나 되는냐고 묻는다. 9,000원 조금 넘는다고 하니 신혼부부들이 열심히 계산을 해 보더니 90달러면 10만원도 더 넘는 것 아니냐며 펄쩍 뛴다. 더우기 80달러를 더주고 스쿠버다이빙까지 하기로 했으니 도대체가 얼마나 더 준거냐고 계산에 열심이다.
그럼 조금전에 맛사지 받든데 그건 얼마나 줬냐고 물으니 10달러씩 줬단다. 맛사지사들이 10달러씩 달라고 했냐고 물어 보니 아니란다. 가이드가 10달러씩이니 한번씩 받아 보라고 하길래 가이드에게 10달러를 주고 했단다. 150페소면 하는 걸 왜 10달러씩 줬냐고 하니 또 머리속으로 계산하기에 바쁘다. 4,500원이면 하는 것을 12,000원씩이나 준 셈이다. 왜 직접 물어 보지않고 가이드에게만 물어 봤냐고 하니깐 말이 안통해서란다. '하우 머치?'만 하면 '투 흔드래드'하면서 손가락 두개를 펴 보이면 '익스펜시브' 한마디만 하면 깍아 준다고 하니, 그렇게 간단하냐는 식이다. 만 하루가 안지난 사이에 가이드에게 건네 준 돈만 5~600달러는 될꺼라기에 우리일행 한명이 그돈이면 마닐라에서 에어컨 있는 방에서 한달동안 잘 먹고, 자고 영어공부까지 할 수 있는 돈이라니까? 필리핀에서도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느냐고 되 묻는다. 많은 이야기를 나눠 봤지만 얘기를 듣는 우리가 오히려 더 화가 날 지경이다.
해변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저녁 노을을 감상하다.
화이트 샌드비치는 서향이기에 해가 바다 수평선으로 떨어 진다. 저녁식사 전에 저녁 노을을 구경하기로 하고 해가 바다에 풍덩 빠지기 전에 'Charles Bar'로 갔다. 벌써 많은 서양인들이 백사장위에 내놓은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메뉴판을 보니 'San Miguel'이 50페소다. 주문을 했더니 'Happy Hour'시간이라 두병을 갖다 준다. 느긋하게 두다리 쭉 뻣고 서쪽으로 기우는 해를 바라 본다.
바다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여 진다. 구름 사이를 지나는 동안 붉디 붉은 일광이 꼭 구일본 해군기 같이 보인다. 부채꼴로 퍼지는 붉은 빛이 바로 내머리위에 닿아 있는 느낌이다. 해가 수평선에 걸리면서 빛이 더욱 강렬해 지는 것 같다. 그 해로 부터 바로 내 발밑까지 붉은 빛이 카페트를 펼친 듯 닥아 온다. 바 안쪽에 달아 놓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만 없었다면 더욱 좋았을 뻔 했다. 바로 왼쪽 옆에 바다쪽으로 기울어진 야자수에 나선형으로 감아 놓은 밸트전등이 더욱 밝게 보인다. 해가 완전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도 서쪽 하늘은 한참동안 용광로에서 막나온 쇳덩이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저녁노을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자리를 일어나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스테이션3 쪽으로 가다가 보면 왼쪽으로 시장이 있다. 시장안으로 들어서니 양쪽으로 현란한 색깔로 물들인 여자용 해변옷들이 화려하다. 일일이 손으로 염색을 했기에 똑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천을 군데군데 묶어서 염색을 한다음 풀어서 다시 다른 색깔로 염색하는 방법을 썼기에 이세상에선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화려한 무늬를 갖고 있다. 한벌에 350페소를 부르나 깍으면 200페소정도면 한벌을 살 수가 있다. 그리고 크다란 보자기 같은 '자롱'은 해변에서 여자들이 허리에 두르기도 하고 온몸에 감기도 하는 다목적용이다. 150페소정도면 하나를 살수가 있다. 조금 더 들어가니 크다란 왕새우가 있길래 물어보니 구워서 먹을 수 있게 해주고 1Kg에 650페소란다. 깍기 보다는 오징어를 다섯마리 더 달라고 하여 구워달라고 하였다. 일행중 한명이 숙소로 가서 소주를 갖고 왔다. 구운 오징어와 왕새우를 까먹으니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소주 안주감으론 적격인 것 같다.
그냥 해변을 거닐어도 좋다.
어제 신나게 스노클링을 하고 나서 왕새우와 오징어 바베큐를 안주로 해서 소주를 먹은 탓인지 일행 모두가 늦잠을 잤다. 늦으막히 일어나서 해변에 나가 해변을 따라서 걸어 봤다. 발바닥에 사각사각 닫는 모래감촉이 좋았다. 여전히 군데군데에서 해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바닷물에 밀려와 마른 해초를 갈퀴로 일일이 끌어 모으고 있었다. 한참을 바닷가를 거닐고 난뒤 숙소로 돌아가 아침을 먹고 나혼자 먼저 하루 일찍 돌아 가고 싶다고 하니 일행중 한 명도 자기도 일찍 가겠다고 한다. 둘이서 부근의 여행안내소에 가서 비행기 좌석을 알아보니 오늘 출발하는 비행기는 좌석이 없단다. 별수없이 내일 아침 비행기를 예약한 뒤 스티커를 받아야 한다기에 스테이션3 부근에 있는 'Asian Spirit'사무실로 가서 스티커를 달라고 했더니 마침 스티커가 없다면서 항공권 표지에 볼펜으로 적어 준다.
꼼짝없이 하루를 더 있어야 할 형편이다.
돌아 오는 길에 시장에 들려서 몇 가지 선물을 샀다. 어제 저녁에 새우를 먹었던 식당주인이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진주 목걸이가 많은데 싼것은 200페소, 좀 알이 굵고 매끈한 것은 600페소를 부른다. 진짜냐고 물으니 직접 라이터를 켜서 불을 대 보기도 하고 진주알끼리 문질러도 보고 확인을 시켜 준다. 장식은 안 붙어 있고 낚싯줄에 꿰어 놓은 것들이다. 1,200페소짜리를 보여 주는데 상당히 알이 굵고 좋아 보였다. 필리핀에는 일본인들이 투자하여 양식진주를 상당히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들었다. 품질 좋은 것은 일본인들이 가져 가고 등외품은 이렇게 가게에서 팔리고 있다.
종일 특별히 하는 일없이 해변을 거닐거나 해변가의 상가 일대를 돌아 다니는 것으로 소일하였다. 햇빛은 따갑지만 바닷쪽에서 종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그렇게 더운 줄은 모르겠다.
어이없이 당한 트라이시클 바가지
이튿날 일찌감치 배를 타고 까티클란으로 나가기로 했다. 같이 갈 일행 한명과 스테이션3으로 가서 배를 타니 마침 등교시간이라서 그런지 배안은 온통 재잘 거리는 학생들로 만원이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맨 앞쪽에 기대어 있으니 여자아이 하나가 프라스틱 의자를 가리키며 그기에 앉으란다. 그 의자에 앉아서 누구거냐고 물으니 자기꺼란다.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데, 보라카이섬에는 학교가 없어서 매일같이 이렇게 배를 타고 이웃섬에 있는 학교를 다닌단다. 학교에 의자가 없어서 의자를 갖고 다녀야 한단다. 그러고 보니 아까 배를 탈 때 여러명이 의자를 들고 타는 것을 봤다. 지방에 있는 많은 학교들이 의자를 구비할 예산이 없어서 이렇게 학생들이 자기가 교실에서 앉을 의자를 들고 다닌단다. 그나마 여유있는집 아이들은 가벼운 프라스틱 의자를 사서 갖고 다니지만 그렇지가 못한 아이들은 무거운 야자나무로 집에서 만든 의자를 갖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단다.
까띠끌란 선착장에 배가 닿았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보라카이로 올 때 우리가 배를 탔던 곳이 아닌 것 같다. 별 생각없이 배를 내려서는 트라이시클을 흥정하였다. 60페소를 달라는 것을 50페소로 깍아서 탔다. 부두를 빠져 나와서 공항으로 향하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 올라서니 이정표에 'AIR PORT 0.7Km'라고 적혀 있길래, 이정표를 잘 못 적어 놨구나 생각했다. 아스팔트길을 100m쯤 가다가 왼쪽의 비포장길로 접어든다. '아하 이제 어제의 그 언덕길로 가는구나' 둘이서 '야 이거 오늘도 또 내려서 밀어야 되는거 아냐?' 라면서 얘기를 주고 받는데 트라이시클이 갑자기 선다. 그리고 다 왔다고 내리란다. 세상에 이럴 수가 둘러보니 분명히 어제 우리가 내렸던 그 공항이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언덕길도 안넘어 왔잖아?' 귀신한테 홀린 듯 하다. 어제는 분명히 5분정도는 트라이시클을 탔었는데 오늘은 타자마자 내리란다. 일단 트라이시클을 내려서 공항앞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해 놓고 생각을 정리했다. 도저히 우리로선 해결이 안되어 레스토랑 여종업원한테 물었다. 결론은 우리가 어제는 더 먼곳에 있는 선착장으로 간 것이다. 그 곳에선 섬 뒤쪽으로 가는 배가 출발 하는 곳인 것이다. 원래는 오늘 아침에 배를 댄 곳에서 보라카이행 배를 타는 것이 맞단다. 그래야만 화이트 샌드비치로 가는 배를 탈 수가 있다. 불과 공항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1Km밖에 안되는 거리다. 트라이시클도 혼자 타던 여럿이 타던 무조건 30페소란다. 배를 내리고 탈 때 다른 쪽배를 이용 할 필요도 없는 곳이다. 그런 걸 깍는다고 깍은 게 50페소나 줬어니 그 얘기를 듣고 여종업원이 웃는다. 바로 바가지를 쓴 것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우리도 결국은 바가지를 썼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기분 나쁜 바가지는 아니다. 웃음꺼리를 하나 더 얻었다고나 할까? 둘이서 낄낄 거리며 그 고물 비행기를 또 타고 마닐라로 돌아 왔다.
첫댓글 재미나게 잘읽었습니다 .ㅎ
너무 잘 적어놓으셔서 스크랩 좀 해갈께요..^^;; 좋은정보도 있고..
감사히 잘 읽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