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장동건 이야기
[1] 스포트라이트는 너무 눈부시다
[출처 : 일간스포츠 / 연재기간: 1993. 3. 30 - 4. 15 ]
'다왔습니다, 내리세요.'
요즘 가장 듣기 괴로운 말이다.
MBC TV <우리들의 천국> 야외촬영 가는 날이면 새벽 6시에 일어나 촬영장소인 서울여대(태릉)에 MBC의 촬영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 사이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 애쓰기 마련이다. 약1 시간쯤 비몽사몽 달리다보면 '끽'하고 브레이크 밟는 소리와 함께 운전기사님이 우렁찬 목소리로 하차요구를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바빠졌는지 모를 일이다. 처음 MBC에 들어와 이 스튜디오 저 스튜디오 기웃기웃 거리며 구경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매일 계속되는 밤신 촬영으로 꼬박 새우다보면 하루에 잠을 3시간이상 자기가 쉽지 않다.
야외촬영을 가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 특히 여중고생들은 필사적으로 몰려든다. 이게 인기라는 건지, 인기가 대체 무엇인지.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홍콩스타 막소총을 닮았다고 한다. <용의가족>이라는 홍콩영화를 보니 닮긴 닮은 것 같았다. 요즘은 잠을 못 자 살이 빠져 다르지만 살이 덜 빠졌을 때는 정말 쏙 빼닮았다.
내 인기가 막소총을 닮았다는데서 비롯됐다든지, 이제 막 시작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당 못 할 정도로 몰려드는 사인공세는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무명시절을 생각할 때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지 모르나 단역조차도 몇 차례 안 해보고 <우리들의 천국>에서 나오자마자 받는 스포트라이트는 너무 눈부시다.
모든 일에 절제를 해 차근차근히 연기력을 쌓아나가려 한다.
가수로 데뷔한다는 소문이 방송가에 한참 퍼졌던 모양인데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오는 4월말에 <우리들의 천국> 주제곡을 세곡 부르기로 한 것인데 너무 확대해석 해 내가 당황한 나머지 그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연기자로서 드라마 안에서 노래를 부를 뿐이고 <우리들의 천국> 타이틀로 앨범이 출반될 뿐이다. 연기와 관련 없이 '노래를 위한 노래'를 부를 생각은 전혀 없음을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