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로 다가온 노인수발보장제도 전면도입을 앞두고 방향과 실행방식을 둘러싸고 유관 단체간 논의가 뜨겁다. 이 같은 공적 노인요양제도는 치매와 중풍 등 노인성질환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생활하기가 어려운 노인에게 간병, 수발, 목욕, 간호, 재활 등의 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우선 1단계로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노인질환 1~2등급 최중증 노인 7만2천명을 시작으로 2단계 2013년까지 노인질환 1~3등급 14만7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이후 재정상황 등을 감안해 4등급 이하 경증질환자의 포함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
1단계의 대상노인은 65세 이상 기초수급자 가운데 요양이 꼭 필요한 노인이다. 지난 7월부터 실시되는 시범사업은 광주 남구, 경기 수원시, 강원 강릉시, 경북 안동시, 충남 부여군, 제주 북제주군 등 6개 지역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진행중 이지만 2006년 4월부터 시범지역을 확대 실시할 계획으로 대상지역 추가 선정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설 확충은 크게 염려 안해
노인수발보장제를 시행하는 데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바는 시설 확충이다. 실제 시범지역의 입소시설 부족과 주간.단기보호시설 부족을 겪고 있어 그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 중평.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본다.
중소형 너싱홈을 최대로 활용하면 그리 어렵지않게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시설을 완공하려면 최대한 서두른다 해도 짧게는 2년, 길게는 4~5년 걸리는 게 상례이다. 민간차원에서는 다르다. 건축기간과 해당 관공서 신고필증 교부기간이 전부다. 대충 6~7개월 정도 이다.
굳이 정부재원을 쓰지 않아도 된다. 민간 자본을 활용하니까 세원을 낭비할 필요 또한 없다. 민간자본 추렴자가 사회복지법인이면 최상이고, 노인전문 서비스회사여도 좋을 것이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라도 독립적 생활이 불가능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시설은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요즘 뜨는 산업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이른바 너싱홈이라 불리는 시설이 대표적인데 너싱홈 경우 10인 이하가 주류를 이루고 간혹 20인 내외로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너싱홈 이외의 시설은 2005년 상반기 추계로 약 3천명 정도를 포용하고 있는 1백여개의 미인가 시설 또는 비슷한 수의 조건부 시설이 포함되는 것으로 관계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 관계당국이 추계하는 65세 이상 요양대상자중 시설입소 대상자는 약 17%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민간부문의 수요를 보면-정부 추정보다 5% 상승된 35% 기준-2004년만 해도 4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너싱홈 등 유료시설이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재가시설과 합쳐도 고작 4천명에 불과하다. 이 통계에는 미인가시설 포용 숫자는 제외돼 있다.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시설은 △노인주거시설 △노인의료복지시설 △노인여가복지시설 △재가복지시설 등 4종류이다. 이 가운데 노인수발보장제에 우선 포함되는 시설은 노인의료복지시설과 재가복지시설이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은 다시 노인요양시설, 실비노인요양시설, 유료노인요양시설, 노인전문요양시설, 유로노인전문요양시설, 노인전문병원 등 6종류로 나뉘는데 너싱홈은 유료노인요양시설과 유료노인전문요양시설로 대부분 신고를 하고 있다.
2가지 시설 모두 설치기준이나 설비가 대동소이하나 치매 중풍 노인을 요양시키려면 반드시 유료노인전문요양시설로 신고해야 한다. 아직까지 너싱홈은 주간보호시설이나 단기보호시설을 설치 운영하기가 어려운데 만약 너싱홈 운영자가 사회복지법인과 연계한다면 상호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대를 앞선 너싱홈 탄생
너싱홈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자.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건강한 노인을 위한 양로시설이 규정됨과 동시에 건강하지 못한 노인을 위한 요양시설도 함께 정의했다. 요양시설은 또 무료, 실비, 유료로 구분하여 제도적으로 요양제도가 갖추어졌다.
이 법의 탄생으로 유료요양원 설치가 보장되었고 1987년 일본의 케이스를 모델로 하여 한국형 너싱홈이 필자에 의해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이후 2년이 지난 1999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현재의 골격을 갗추게 되었으며 다양한 복지시설의 설립근거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다듬어지면서 보다 명확해졌다.
너싱홈은 노인요양보호를 통해 가족기능을 회복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해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노인요양보호는 질환 심화 억제 및 재활 등 체계적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치매 중풍 등 중증 노인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에 의료적 보호를 일컫는다.
가족기능의 회복은 부양에 지친 가족 대신 부양 책임을 지면서 수발가족에 휴식을 제공, 가족의 존엄성을 회복시키게 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비용 절감은 고가의 의료비를 절감함으로써 의료보험 재정을 튼튼히 하는데 일조하는 것이 가장 큰 기능이다. 이러한 과정을 너싱홈이 맡음으로써 가정에는 효사상이 회복되는데 보탬을 줄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민간차원의 사회안전망을 일부 제공한게 된다.
너싱홈은 24시간 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정생활의 연장선상에서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생활서비스와 함께 건강과 정서관리서비스도 제공한다. 이같이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문의료서비스 만을 제공하는 병원서비스와 구별이 된다. 그렇다고 의료서비스를 전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처럼 질병을 치료하지는 않지만 질병의 예방과 관리는 병원 처방에 따라 철저히 수행한다.
너싱홈이 지역사회에 밀착하여 착근하려면 기본적인 서비스 외에 고려할 바도 많다. 소규모 시설이라도 경영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한다. 구멍가게식으로 경영하면 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기준 설비와 인력을 확보하고 △경영목표를 설정하고 △고객확보계획을 면밀히 수행하며 △프로그램 개발 등 서비스 향상계획 수립 △비용절감을 위한 계획과 △수입 및 지출계획을 수립해 항상 경영지표를 파악하는 일도 게을리하면 안된다.
제도화된 너싱홈 민간관리기구 필요
최근 한국너싱홈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너싱홈은 29개 회원시설 외에 가입하지 않은 10여개소를 포함, 40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너싱홈은 노인복지법 35조, 시행령 26조, 시행규칙 18조, 19조, 20조, 22조에 따라 인력과 시설기준을 갖추고 운영하는 신고시설이다.
인허가를 필요로 하는 병원과는 달리 시설 운영자의 양심에 거의 의존하는데 이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보호자가 지출하는 서비스이용료에 비해 질이 덜어진다든지, 인건비를 줄이려고 경험있는 생활지도원 대신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쓴다든지 하는 행위 때문이다. 신고 시설은 서비스의 질이 보장되는데 비해 대부분의 미인가시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리기관이 사후감독을 철저히 할 것과, 인력부족으로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면 너싱홈협회 같은 신뢰성 있는 민간기관에 권한을 위임하여 대리감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관계당국도 귀기울일 만한 견해라고 본다.
2008년 시행예정인 노인수발보장제도에 대한 민간의 기대 또한 시간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분명히 필요한 시설이고 확대해야만 하지만 무자격시설 난립은 추후 예상되는 문제 때문에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설기준을 원칙대로 체크해야 함은 물론 전문인력 수급과 경영 악화를 막는 제도적 장치도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적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 토지이용규제를 다소 완화해 그린벨트내 노인의료복지시설 건축 허용과 건폐율 용적율을 다소 높여주는 정책실행도 시급한 과제이다.
너싱홈은 정부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시설이 아니다. 정부로부터 설립자금이나 운영자금을 요청하지 않는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돼 수익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시설이다. 순수하게 의료서비스를 하는 병원과는 달리 생활과 질병관리를 하는 요양소이다.
너싱홈이 늘어나면 정부 입장에서 설립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그 예산으로 너싱홈에 운영자금을 지원하면 수혜자의 수를 상당히 늘릴 수 있다. 또 이용료를 대폭 낮출 수 있어 수익자의 비용부담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너싱홈은 시설을 대규모로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근접성이 강화돼 지역밀착형 적극적 서비스가 원활해진다.
서비스의 질을 보존하기 위한 사후관리 또한 정부의 몫이나 공인민간기관을 활용하는 방식도 채택할 수 있다. 이처럼 사전 사후의 흐름을 유연하게 파악해 운영하면 오는 2008년 이전에 민간부문의 자본투입은 활성화 돼 효과가 클 것 으로 전망된다. ▲김 정 희(은성너싱홈 원장.에버그린복지재단 이사장) <후생신보> 2006년 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