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2∼3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초저금리정책으로 재기의 불씨를 살려오던 미국 경기에 유가상승이라는 악재가 닥치며 인플레이션과 이에따른 금리인상이라는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다.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긴축재정으로 돌아서면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등 경기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 증가, 실업수당 청구건수 감소, 소비자 신뢰지수 상승 등으로 인해 경기과열이 우려되자 FRB는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고 있는 것이다.
1%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초저금리는 2000년대 초반, 증시붕괴로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자 증시부양과 기업들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꾸준히 인하시킨 결과다.
다행히 경기는 느린 속도로나마 회복국면을 찾았지만 지나치게 낮아진 금리로 부동산시장은 과열을 거듭해 경기회복의 일조를 담당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넘어서 지금은 우려할 수준에 와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곳곳에서 과다한 가격 상승에 따른 투기조짐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급등에 따른 높은 임대료 등 부작용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과열조짐에 얼음을 끼얹어 식히는 금리인상 소식과 더불어 석유값상승은 이곳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매일 전해지는 휘발유가 최고치 경신 소식은 교통비 등 서민가계에 직접적인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정세 불안과 원유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지역에 따라 거의 60∼70% 이상 올랐다. 이 때문에 한 집에 2대의 차량을 소유한 가정은 그야말로 부담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실례로 1주일에 한 번 50달러 정도의 주유비가 들던 대형자동차 소유주들은 유가인상으로 이제는 80∼90달러의 부담을 안게 돼 대형차를 처분하고 대신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 겸용 하이브리드차량 또는 소형차 구매를 적극 고려 중이다.
대형자동차는 휘발유 1갤런(3.78ℓ)으로 고작 14∼15마일(22.5∼24.2㎞) 정도 달리지만 최근 개발된 하이브리드차량은 2∼3배의 효율을 내고 있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유가상승으로 각종 물가가 들먹이면서 이것은 조만간 임금인상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불황탈출 원동력이 됐던 부동산시장의 열기는 모기지금리 상승압력으로 서서히 그 흐름이 둔화돼 건설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5월 들어 모기지 금리가 1% 가까운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고 연내 2∼3% 추가로 오르면 주택가격은 10∼20% 급락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지역에서는 정점에 이른 주택가격이 내리막으로 들어섰다는 판단과 급격한 가격하락을 우려한 주택 소유자들의 투매현상이 맞물리면서 지난 몇주일 사이에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비록 모기지 금리가 지난 2개월 동안 1% 이상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주택 소유자들이 금리가 오르기 전까지는 제가격을 받고 팔 수 있다고 보고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고급주택의 경우 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금리가 낮기 때문에 부담이 낮다는 믿음이 작용하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30만달러를 30년간 빌릴 경우 매달 200달러 정도의 부담이 된다. 아직까지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 된다. 그러나 금리가 연간 2∼3%포인트 오르면 모기지 원금이 크거나 금리 변동이 클 경우 이를 이용한 주택 구입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현재 한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지역의 경우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웬만한 주택은 모두 60만달러 이상이다. 따라서 집값의 20%를 선불로 내고 산 경우 연리 4%로 48만달러를 융자하면 매달 할부금은 무려 2500달러에 육박한다.
여기에 주택가격의 1.3%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합하면 가계부담은 매달 3000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일반적으로 주택할부금의 액수가 총수입의 3분의 1이 적당하다고 볼 때 월 최소 1만달러 이상의 수입이 전제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과연 이런 기준을 충족하며 집을 산 사람들이 몇명일지 의문이다. 또 이들이 금리상승에 따른 주택할부금 추가부담을 얼마까지 견뎌낼지도 역시 우려된다. 금리가 고정되는 융자를 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빠른 속도로 치솟는 주택가격과 이를 따르지 못하는 실질 임금상승률로 향후 주택시장은 공급증가와 수요감소에 따른 가격급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자신의 능력에 넘치는 집을 샀다가 엄청나게 불어난 할부금을 감당하지 못해 소유권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면 헐값매물이 속출해 정상적인 주택가격 형성을 막을 것이 뻔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던 미국의 주택가격이 금리상승에 따라 이제 서서히 그 끝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