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사람과 같다. 주위 환경을 흡수한 포도나무가 자신만의 개성으로 태어난 것이다.” 만화 『신의 물방울』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똑같은 품종의 포도라 할지라도 기후 조건이나 제조자의 정성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탄생된다. 또한 같은 와인이라 할지라도 어느 해, 어떤 상황에서 마셨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사람처럼 태어나고 성숙하기 때문이다.
『신의 물방울』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작가 아기 다다시가 이러한 생명력을 잘 표현해냈기 때문. 한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DRC 1985년 산을 접한 그녀는 와인 글라스에서 화려한 꽃 향기가 피어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어느 순간 장미꽃이 만발한 꽃밭에 서 있는 것 같았던 그 강렬한 만남 이후 그녀는 심오한 와인의 세계에 눈을 떴다. 와인 한 모금을 마시는 것만으로 어린 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 인상 깊게 봤던 그림이 떠올랐고, 그것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녀는 얼마 전 출간된 『와인의 기쁨』(중앙북스)을 통해서도 와인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과 행복을 털어놓았다. 와인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와인을 마시고 공부하는 그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기를 바란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조촐한 와인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는 그녀는 레몬트리를 통하여 ‘나의 크리스마스 와인 리스트’를 공개했다. 그 와인을 만나는 사람들 또한 인생이 바뀌는 듯한 충격과 행복을 맛보기를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Q 굉장한 와인 마니아라고 들었습니다. 와인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있나요?
와인을 마시거나 고를 때 꼭 고려하는 것은 바로 와인의 생일, 빈티지입니다. 포도의 생산 연도를 나타내는 빈티지가 중요한 이유는 와인별로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죠. 카베르네 쇼비뇽 같은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가메로 만든 보졸레 누보 같은 와인은 그렇지 못하지요. 초보자들 중에는 빈티지가 오래된 와인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최적의 숙성 시기를 따져야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포도의 발육과 숙성을 좌우하는 그해의 기후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적의 시기에 적당한 강우량과 충분한 일조량을 받은 포도는 좋은 와인이 될 수 있어요. 최근 들어서는 2005년이 가장 좋은 빈티지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얼마 전 에세조 2005년 산을 마셨더니 깊은 맛과 잔향이 뛰어나더군요.
Q 요즘 같은 연말 시즌에 즐겨 마시는 품종은 무엇인가요?
지난 몇 년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항상 스파클링 와인을 마셨습니다.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 대신 취향이 비슷한 남동생과 마시지요. 작년 12월 31일에는 남동생과 샤토 무통 1996년 산을 마셨는데, 그해의 마지막 축제를 즐기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Q 초보자들도 크리스마스에는 와인 한잔으로 분위기를 내고 싶어하지요. 적당한 와인을 추천해주세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은 축제처럼 즐겁게 보내야 합니다. 저 또한 ‘최후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스파클링 와인을 즐겨 마셔요. 흔히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을 혼동해서 생각하는데, 샴페인은 프랑스 북동부 지역 상파뉴에서 재배된 특정 포도 품종만을 부르는 명칭입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샤도네 블랑 드 블랑 같은 상파뉴 품종을 즐깁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저렴한 편인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스푸만테를 권합니다.
Q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와인을 마실 예정이신가요?
올해는 최근 매료된 천재 와인 제조자 자크 세로즈의 ‘버진 오리지널 엑스트라 브뤼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균형 잡힌 맛과 미세한 거품이 뛰어난 세로즈의 상파뉴는 굉장히 고가이지만, 올해는 한국의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은 해이기 때문에 특별히 이 와인을 선택했어요.
Q 한국에서도 크리스마스 홈 파티에 와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떠한 와인을 추천하시나요?
와인을 고를 때는 요리와의 마리아쥬(와인과 요리의 궁합이 좋아 서로의 맛을 끌어올리는 것)를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검은 후춧가루로 맛을 낸 스테이크라면 후춧가루의 맛을 가진 시라를 곁들이는 것이 좋고, 닭이나 칠면조 같은 그릴 요리를 메인으로 준비했다면 부르고뉴의 쥬브레 샹베르탕, 이탈리아의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나 네비올로 달라가 잘 어울립니다.
Q 한국에도 와인과 관련된 연말 파티가 많아졌습니다. 와인을 즐기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와인은 여행과 같습니다. 때로는 여행지를 잘 파악하고 가야 재미가 있고, 또 때로는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떠나야 좋을 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의 물방울』 주인공 스즈쿠처럼 오로지 와인의 맛과 향으로 품질을 평가하고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충고합니다. 와인에 대한 배경 지식을 줄줄이 꿰고 있어도 와인 자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기 다다시가 크리스마스에 가장 자주 마셨던 와인. 고급 스파클링 와인을 지칭하는 블랑 드 블랑은 부드러운 레몬 향과 사과 향을 중심으로 풍부한 거품 속에서 고소한 아몬드 향을 느낄 수 있다.
합스부르그 왕가의 문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것으로 유명한 와인. 프랑스의 가장 저명한 와인 잡지 『RVF』에서 최고의 식전주로 뽑혔다. 아름다운 거품과 청량감 있는 톡 쏘는 맛이 특징.
닭이나 칠면조 등의 그릴 요리에 어울리는 프랑스 와인. 부샤 뻬레 피스는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양조장으로, 그곳에서 피노 누아 품종으로 제조한 이 와인은 기운차면서도 조화로운 맛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도 기후가 뛰어난 몬테풀치아노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고급 와인. 바닐라 향이 살짝 감도는 풍부한 과일 맛이 특징으로 뛰어난 구조와 밸런스, 적절한 파워를 자랑한다. 닭이나 칠면조 요리에 곁들일 것.
고기 요리를 준비한 경우 부르고뉴 와인을 곁들일 것을 권한다. 부샤 뻬레 피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는 떫지 않고 섬세한 타닌의 맛이 특징으로 유쾌하고 우아한 느낌.
2007년 첫 수확된 포도의 결실을 즐기기 위해 만드는 프랑스산 보졸레 누보. 숙성된 와인과는 또 다른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이벤트 와인으로 준비하면 좋다.
프랑스 북부 론의 고급 와인과 비교될 정도로 잘 짜인 구조와 풍부한 질감을 자랑한다. 과일 향이 지배적인 가운데 후추 향이 묘하게 섞여 있어 후춧가루로 맛을 낸 스테이크 요리와 함께 마실 것.
달콤한 캐러멜케이크에 곁들이면 좋은 와인.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방에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옅은 아카시아 꿀 향기와 산사나무 열매의 맛이 느껴진다.
기획 : 홍주희 ㅣ 포토그래퍼 : 유건욱
출처 : [레몬트리]
첫댓글 어떤 와인이냐도 중요하겠지만, 와인을 마시는 분위기가 우선하겠지요.^^
마시는 분위기도 중요하겠지만 누구와 마시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Of course!!!
와인 홍보로 새로운 산 사람을 다시 한번 다듬으면서 모든 이치가 다 그러하다는 것 생명력의 예민성을 일깨웠습니다 감사
~사람+ ~와인 + ~음악이 있는 곳에서.....히 히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