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냄새가 서서히 우리곁으로 오는것을 느끼게 하는 그때이다
20년이 조금지난 지금에서 약속이란것을 생각나게 하는 고등학교 시절
부터의 이야기다
1979년10월26일 그날도 어김없이 가방을 들고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이상했다 거리에도 뻐스안에서도...
학교 정문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쑤근대기 시작했다.
때마침 문방구에서 무엇인가 사들고 나오는 약속에 주인공 이도향이
나를보고 손을 들었다 나도손을 들어 답례를 하며 소리쳤다
" 야! 도향아 오늘 무슨일 있냐 "
" 박정희 대통령 돌아가셨잖아"
"뭐"
도향이의 말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교실로 들어온후 나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생각에 잠기었다
이야기의 주무대가 충남 대전에 작은동네이다 지금은 광역시가 되어
도시가 제법크지만 그때만해도 여기저기 시골스러운 분위가 압도했던
시절이다
그해에 대전에선 60회 갑년체전이 열였다
그때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해서 우리는 카드셱션을 한창
연습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 그림이며 전국체전을 알리는 글씨며
마스께임 그림이며 카드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 환상적인 그림 글들이
연출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체전당일날 박대통령은 외부인사들 접견때문에 오시지
못하고 그때당시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신 대전에 오셨다
그후에 얼마있다가 10.26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 뭐 생각해"
길수가 내어깨를 툭치며 앞자리에 앉았다
"으~응 그냥 어디서 오는거냐"
"매점에~ 해장국으로 라면하나 먹고왔다
라면냄새를 확 풍기는 길수의말에 생각을 접어두고 수업준비를 했다
여기서 잠깐 인물 소개를 하자
나중에 또하겠지만
우선 도향이는 고아다 어릴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가 외갓집에 맏기고 서울로 떠난뒤 소식이 없어 외할머니 손에
서 자랐다 그후에 초등학교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외삼촌과
외숙모의 눈치를보며 가수원일로 중학을 마쳤다 그후 약간의 돈을
외삼촌에게 받아 대전으로 나와 자취를 하며 저녁에 당구장에서
허드렛일로 용돈을 받으며 생활를 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은
은연중 도향이를 무시하고 멀리했다 그래서 내가보았을때 도향이는
겉으로 태연한 척 해도 속으로는 아이들과 가까워 지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생활 환경에 비해 비교적 바른아이로 성장을 했다
길수는 착하고 잘나서지 않았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다
길수에 단짝은 재동이였다
박재동은 놀기 좋아하고 매일매일 놀기건수를 찾아 다닌다
집안에 부유함이 그렇게 재동이를 만든것 같다
나는 박혁 이라고 한다.
친구들은 나를 혁거세 라고 별칭을 부르곤 한다.
박혁거세가 큰인물이라 맘에 들곤한다.
조금은 문제아 그리고 조금은 감성적인 그리고 약속을 잘지키려
노력하는 그런성격의 소유자다 10시에 약속을 하면10분전까지
도착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저 그러한 학생이었다
아므튼 몇몇 다른동지(어울리는친구)들은 다시 소개하기로 하고
그날 박대통령이 서거 하신날 이런저런 이야기로 하루가 갔다
다음날 온나라가 부산했다 텔레비젼 에서도 하루종일 박대통령
애도방송 그리고 관공서 모든곳에 분향소가 설치되고 우리도 분향소
를 찾았다
국장으로 치른다고 온나라가 떠들썩하고 김일성이 전쟁을 준비한다는
둥 온갖 유언비어가 판을 치고 계험령이 선포되고....
아므튼 복잡했다
그런와중에 철없는 우리는 당구장에 모여 정윤희가 예쁘니
유지인 예쁘니 하는 쓰잘대없는 심리를 붙고있었다
"야야! 까불지마! 혜은이가 똑떨어져"
혜은이의 열열한 팬 재동이가 큐대에 쵸크칠 하면서 이죽거리듯
우릴보며 소리쳤다
"저새끼는 맨날 혜은이여~"
"혜은이가 당구껨비내주냐!"
인호하고 범수가 한마디씩 퍼부었다
" 야야! 당구나쳐~어"
빙그레 웃으며 인권이가 심리를 자연스럽게 깨트렸다
여기서 잠시 인물을 소개하자
황인호와 이범수는 아삼육(단짝의은어)이다
인호는 약싹빠르고 허풍도 심하다
범수는 진실한척 하지만 진실한척만 한다고 할까 ... 아므튼 그렇다.
인권이는 의리파다 집안도 부유해서 도향이를 많이 돕는 편이다
우리들은 늘 이런식 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우리는 조금 문제아 였다
넘들이 봤을땐 그보다 조금더 심한 문제아 였으리라
국가원수 대통령께서 서거 하셨는데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들의
하는짖이란 술내기 당구 극장내기 짤짤이(동전치기도박)
참으로 가관이다
"야 가자"
"어딜~"
재동이가 가방을 들며 일어서자 인호가 나가기 싫은 눈치로
빈둥거렸다
"나가~ 여기서 뭐해"
재동이의 성화에 모두 일어섰다
계산을 하려 카운터로 가니 도향이가 공을 닦으며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칠개월간 하고있는 중이다
"얼마냐"
"그냥 가~ 주인 아저씨도 없는데... 적지도 않았어~"
"밥이나 사먹어라"
돈을 안받으려는데 인권이가 카운터에 던져주고 밖으로 나왔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이층 창문을 열고 도향이가 소리치며 손을 흔든다.
"그래 수고해라"
나는 미안한 생각에 작은소리로 답하며 멋적게 손을 들어 주었다
----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