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노매드 | 최초 작성일 : 2005 12 23 | 최종 수정일 : 2006 3 3
헤이리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차에서 틈틈이 김밥을 집어먹어 점심시간이 넘었는데도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헤이리에서 유명하다는 돈가스를 먹고 싶었습니다.
바로 크레타 레스토랑 돈가스입니다. 헤이리 맛집 정보를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입구 앞에 차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홍보 문구인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은 건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술인 마을 헤이리의 레스토랑답게 외관도 근사하고 내부도 산뜻합니다. 메뉴를 고르기 전에 음료수 두병과 스낵 과자를 푸짐하게 내오는 것도 넉넉한 인심을 느끼게 합니다.
크레타 실내( 1층은 작업실, 2층은 아트숍, 3층이 레스토랑)
주 메뉴는 돈가스입니다. 8,000원의 가격도 이 정도 레스토랑 분위기라면 크게 바가지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어린이 돈가스는 6,000원인데 실제 양에 있어서는 어른 돈까스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4인 가족이라면 어른용 돈가스 3개만 시켜도 충분할 만큼 양 하나 만큼은 확실합니다.
어흑, 초점이 나갔습니다
그러나 맛이 양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돈가스가 가지고 있어야 할 고소하고 바삭한 맛도 적고 소스도 지극히 평범하며 식사 시간이 길어질수록 눅눅해 지는 것이 실망스럽습니다. 스프에 디저트까지 엔트리에는 충실했으나 이 집은 돈가스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다량의 음식을 착착 컨테이너로 뽑아내는 돈가스 공장 같습니다. 특히 쇼파형 의자의 구질구질함은 공장스러움에의 단서에 굵은 종지부를 찍어줍니다.
결론적으로 이 집은 비추천입니다. 차라리 앞에서 소개한 출판문화 단지의 센터레스토랑이 오히려 더 좋았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식당명: 크레타
위치: 헤이리 8번 게이트 입구
메뉴: 정식 1만원-1만 8천원, 돈가스 8천원, 어린이 돈가스 6천원
영업시간: 정오- 오후 9시
전화번호: 031-948-6001 |
똑 소리 나는 식당을 소개해드리지 못했으니, 여기서 뽀오나스! 인터넷을 뒤져 보니 파주쪽 맛집으로 이렇게 정리되는군요. 참조하시라구요.
1) 프로방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및 카페, 리빙샾
통일전망대에서 2분 거리. www. provence.co.kr. 031-945-0230
2) 탐라정식 :파주에 위치한 정식 전문집 031-946-4698
3) 반구정 어부집: 황인용씨가 추천한 메기찜, 참게 매운탕집
파주 사목리 반구정 근처, 031 952-0117
4) 시골 보리밥집 : 맛있기로 소문난 보리밥집
파주 보광사 입구 일주문 맞은편 골목으로 100m 정도, 031-948-7169
시골보리밥 6,000원, 손두부 5,000원, 녹두전 6,000원, 도토리묵 6,000원 |
본격적인 헤이리 투어를 시작합니다.
"헤이리는 다양한 문화장르가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문화예술마을을 지향합니다. 1994년부터 구상, 1997년 발족된 헤이리는 15만평에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70여명의 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 문화예술공간을 짓고 있습니다." 라는 헤이리 홈페이지(www.heyri.net)의 소개 글을 통해 우리는 이곳이 문화예술인들의 거주지이며 창작공간이고 동시에 전시와 공연 공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술과 문화라는 추상성을 어느 정도의 구체성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천민한 자본으로만 치닫는 사막같은 시대에 그나마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비록 그 것이 여전히 자본을 거머쥔 특정 예술인들에 의한 폐쇄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구경꾼의 입장에서는 썩 나쁠 것도 없을 듯합니다.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우리 아이들이 그토록 노래한 딸기가 좋아 입니다. (주) 쌈지에서 운영하는 이 캐릭터 공간은 외관 자체도 아이들이 참 좋아하게끔 생겼습니다.
딸기가 좋아
입구의 커다란 인형, 아이들의 그림 일기와 커다란 칠판 등으로 채워진 1층, 캐릭터 분장 공간 등이 위로 올라가면 과연 뭐가 있을까 라는 기대를 풍선처럼 부풀려 놓습니다. 그러나 2층 입구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쌈지 매장입니다.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이 방문객의 지갑을 유혹합니다. 딸기에서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2층에 있는 볼풀장이었는데 그 나마도 대단한 시설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볼풀장
그런데 이곳은 유료 입장입니다. 어른 3,000원, 아이 2,000원이면 4인 가족일 경우 1만원이 됩니다. 의아한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아무리 봐도 놀이 공간이 아닌 한 기업의 쇼핑몰에 왜 입장료를 받는 것일까요? 혹 정해진 시간에 의해 예약제로 진행되는 몇 개의 체험 프로그램 때문이라면 그건 참가자에게 별도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딸기 입장료를 내면 바로 옆의 쌈지미술창고도 무료입장이라는데 여긴 말 그대로 창고더군요.
입장료를 내면 이런 명찰을 줍니다만...이것도 낭비같고.
이 코너가 '멍에의 전당'이 아닌 만큼 흥분은 여기서 가라앉히기로 하고 여하튼 딸기에서 시작된 의구심은 본 투어가 끝날때 쯤 이런 결론을 낳고 맙니다.
"아직까지 헤이리는 구경꾼의 공간이라면 모를까 소비자의 공간을 강요한다면 여러가지로 예술이 욕먹겠다" 라는.
그 다음 들른 곳은 인물미술관으로 유명한 구삼뮤지엄입니다. 이곳은 이미 노매드에서도 소개를 해드렸지요. (구삼 뮤지엄 기사)
국내 최초 거대한 인물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가족 여행으로서 이곳은 어른 5천원, 학생 4천원의 입장부담을 제대로 배려해주지 않습니다. 카페 '로트렉'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게 만들어 논 것이나 거의 단체 연회장으로 사용되는 구삼재라는 한옥에의 이어짐 등 상업적 얍삽함은 차치하더라도 그 많은 전시물에 대한 세부적 설명이 거의 전무한 것은, 준비된 자만이 향유 할 수 있는 겉치레 예술 공간에의 이미지만을 각인시킵니다.
아빠, 이 할아버지 누구야? 응 그건...음.
우리 가족이 헤이리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은 바로 영화박물관입니다. 더 많은 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안내문과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1천원의 입장료를 받는 것도 위의 두 곳과 비교가 되었지만 영화 관련 내용물도 상당히 알차고 볼 것도 많았습니다.
뜻밖의 수확
추억의 영화 포스터, 영화 캐릭터, 영화 소품등도 제대로 전시되어 있었고 우주소년 아톰, 태권브이 등 아빠들을 위한 만화 주인공은 물론 요즘 아이들이 좋아 하는 영웅들까지 잘 진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영화 주인공들의 가면을 쓰면서 너무나 신나했습니다. 자유롭게 사진 촬영도 가능한 곳이구요.
비와 어둠이 내리는 헤이리를 천천히 둘러봅니다. 오히려 헤이리는 돈을 내고 안에서 뭔가를 구경하기보다는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아름다운 건물들을 구경하던가, 북하우스와 같은 모던한 공간에 들러 눈요기 투어를 하는 것이 즐거운 곳입니다.
북하우스의 멋진 실내
KBS에서 인터뷰 하는 뚜순이를 몰래 찰칵.
아직 예술마을 헤이리는 진행형입니다. 그런 탓에 큰 기대를 가지고 간다면 허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걸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간다면 멋진 카페를 중심으로 한 연인과의 여행지로, 조금은 색다른 가족과의 나들이로 몇 시간은 충분히 즐겁게 보내고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아침 일찍 서두른다면 통일 전망대까지도 구경할 수 있을테고요.
헤이리 찾아가기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 방면으로 오다 성동 IC로 들어가면 됨. 이정표 '예술마을 헤이리'를 따라 우회전한 후 첫 번째 성동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헤이리 1번 게이트가 나옴. 대중교통 이용할 경우 합정역과 일산 대화역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홈페이지( www.heyri.net)에서 지도를 프린트 해가면 요긴함. |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근교의 나들이여서 이번 가족 여행은 몸이 가벼웠습니다. 길던 짧던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집 만큼 편한 것이 없다고 느낍니다. 짐을 풀고 소파에 앉아 여전히 힘이 넘쳐 까르륵 거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다시 예술이란 무엇일까에의 자기 물음입니다.
예술은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은 편안함이라면 지금 내 집에서 느끼는 이 편안함이 또 다른 '예술'일런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눅눅한 느낌으로 늘 마주하고 있는 일상이란 것이 예술과 같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 그 일상에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사이...
어느 새 비가 그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