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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한 여름휴가
올 여름은 우리 가족 다함께 휴가한번 가보지 않을래?
“병혁아 너는 휴가가 언제냐?”
“왜 그러는데요?”
“이번 여름휴가는 가족 휴가로 하면 어떻겠느냐?”
우리 형제들은 지금까지 두 번 여름휴가를 가족휴가로 다녀온 적이 있다.
처음은 내가 자동차를 사던 해이므로 88년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해 휴가를 갔던 장소는 강원도 동해안 강릉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간 곳에 위치한 등명해수욕장 이었다.
아내는 지금도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 해 여름휴가 추억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다낚시와 가자미회이다.
해수욕장 북쪽으로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 위에서 낚시를 하여 놀래미를 대여섯 마리 잡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 바다에는 다시마가 수도 없이 많았던 기억도 난다.
형님은 생선회를 무척 좋아하는 식성이시며 그 당시 부산에 근무 중이셨기 때문에 생선회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동차로 인근 포구로 갔는데 고기배가 밤에 출항을 하여 고기를 잡아 가지고는 새벽에 들어와서 판매하는 중이었다.
황가자미 처음 보는 고기였다.
일반 가자미에 황색 테를 두른 고기로 세꼬시로 먹으면 맛이 있다고 한다.
그때 기억으로 킬로 그램당 2만원인가 2만5천원 이며 2킬로그램을 산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는 양식업이 성행하지 않은 때인지라 생선회 값이 비싸던 때이므로 그 가격도 싸게 산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들은 민박집에서 서투른 솜씨로 회를 떠서는 먹은 기억이 나는데 지금도 아내는 그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두 번째는 이번에 가기로 되어있는 수안보지역이었다.
출발 전 준비
“뭘 그리 신경을 쓰세요?”
“대충 준비해 가지고 가서 닥치는 대로하면 되잖아요.”
“나는 그렇게 신경 쓰는 것이 딱 질색 이예요.”
아내는 내가 일정표도 만들고 이것저것 신경을 쓰며 준비물을 챙기는 것을 보고는 못 마땅한 표정이다.
나는 원래 무계획적인 사람이었다.
그동안 공무원생활을 하면서 모든 행사에는 우선 계획을 세우고 시믈레이션을 통하여 문제점들을 파악하며 행사가 끝난 후 평가를 통하여 다음 번 행사 시 더 좋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습관화 되였다.
공무원이 행하는 행사는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습관이다.
준비 단계부터 세심한 곳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수가 나오게 마련이고 그 실수는 업무 능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자료도 준비하고 가상적 실행 속에서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휴가지 수안보를 중심으로 한 인근지역의 문화, 관광, 레저, 유원지 등 그곳에서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자료수집과 휴가 중 필요한 물품 등을 준비하였다.
(2002년 8월 15일)
나이가 들어도 놀러 가는 데는 마음이 들뜨게 마련
오늘은 성모 승천 대 축일이다.
평상시에는 11시 대미사이나 오늘은 10시 미사이다.
미사 참례를 마치고 1차 집결지 안성으로 행했다.
안성에 도착하니 비닐봉지 속에 몇 가지 물건들이 보인다.
부모님께서 미리 사 놓으셨다고 한다.
물건을 보니 대부분 과자 종류 등 아이들 먹을 것 위주이다.
역시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놀러 가는데 손주들 챙기는 것이 우선인가보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휴가 여행 부모님들께서도 들뜨신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이런 여행에 익숙하지 않으신 지라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지 몰라서 마음만 분주하신 것 같다.
“얘야 이거 한번 들어 보렴.”
아버지께서 카세트를 들고 나오셔서는 틀어주시며 말씀하신다.
“수안보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니 잘 들어보고 이번 여행에 참고하도록 해라.”
내용을 들어보니 자료 수집 시 파악된 다 아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버님께서는 미리 준비해 놓으신 자료이니 들으면서 몇 가지 메모를 하고 지도에서 위치도 파악하였다.
(2002년 8월 16일)
휴가 가는 날 비는 내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다.
뉴스를 들으니 남부지방에는 집중호우가 내려서 김해지방에 물난리가 났다고 한다.
오늘 일기예보도 비가 올 확률이 70%라고 한다.
놀러 가는데 비가 오면 엉망이 되고 만다.
제발 비가 그쳐 주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병국이네도 와 있었다.
어제 밤늦게 도착했다고 한다.
잠꾸러기 우리 딸 송희도 아들 경훈이도 오늘은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여름 방학 내내 점심때가 다 돼서 일어나던 애들인지라 눈꺼풀이 한 움큼은 되어 보인다.
나는 애들이 늦게 일어나는 것이 몹시 못 마땅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도 먼저 잡아먹을 수가 있는 거여.”
하지만 아내는 늘 아이들을 두둔한다.
“상황이 닥치면 다 할 수 있어요.”
“나는 늘 그렇게 살았어도 닥치면 다 하잖아요.”
룰라라! 휴가를 떠나자.
“다 준비되셨습니까?”
“자 출발합니다.”
“코스는 터널을 빠져나가 장호원으로 갑니다.
“일차 집결지는 장호원입니다.”
평택 아산만에서부터 시작되는 38번 국도는 장호원까지 4차선으로 확장되어있다.
시원스레 뚫린 국도는 차량들이 거침없이 달릴 수가 있으므로 곳곳에 단속용 무인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
이 길은 여주에 살다가 안성으로 이사 오면서 이삿짐 차량을 타고 온 길이다.
그 당시는 비포장도로였으며 하천에 다리도 없이 물 위로 차가 지나갔던 기억도 난다.
그때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 볼 수가 없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전거로 여주까지 간 경험도 있는데 그 당시에도 비포장 도로였었다.
그 당시 원래는 일죽에서 고모부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서로가 길이 엇갈려 기다리다가는 나는 여주까지 가게 되었고 고모부께서는 안성까지 간 경험이 생각난다.
참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아침에 출발하여 점심도 굶고 자전거에는 그 무거운 자두가 한 상자 실려 있었던지라 고갯길을 오르내리며 가기에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기억 중에 잊혀지지 않는 것은 사고를 겨우겨우 모면했던 기억이다.
급경사 고갯길을 내려가는데 자전거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것이다.
자전거는 가속도가 붙어 질주를 하는데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정지할 수가 없으니 정신이 아찔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브레이크가 핸들 쪽에서 끊어졌으므로 뒷바퀴 쪽으로 연결되는 몸체부분 연결 철사 줄 사이로 발을 집어넣고는 밟으니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 되여 간신히 멈출 수가 있었다.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한 자전거를 타고는 여주까지 갔던 것이다.
아이고! 안약을 빼놓고 왔네.
1차 집결지 장호원에 도착
“이거 큰일 났네”
“안약을 안 가지고 왔어”
“눈이 아파서 안약을 계속 넣어야 되는데”
어머님께서는 눈이 좋지를 않으셔서 금년 봄 서울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치료를 받으시는 중이다.
그런 중요한 안약을 빼 놓으시고 오신 것이다.
아버님께서는 찰 쟁기지 않았다고 성화 시다.
“여기 장호원에 안과 의원이 있을 거야.”
“그곳에서 진찰을 받고 약을 사면되잖아 보험카드도 가지고 왔는데.”
나는 안성에를 갔다 오려고 하는데 형님께서 제안을 한다.
결국 그 방법을 택하기로 하고는 안과의원을 찾기 시작했다.
무작정 중심 가 쪽으로 들어가서는 모두가 시선을 간판에 집중하였으나 안과의원은 눈에 띠지를 않는다.
“저기 약국에 가서 한번 물어봐.”
“당신이 가서 물어보면 되지 왜 나보고 가라고 그러세요.”
“나는 운전 중이잖아 차를 빼주어야 하니까 그렇지.”
아내와 나는 늘 이런 문제로 옥신각신하기 일쑤다.
부부는 늘 별거 아닌 문제로 옥신각신한다.
하지만 그것이 살아가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부부간에 의견충돌이 없는 집이 있다면 아마도 삶이 무미건조하여 살아가는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인생의 참 맛도 모르는 채 살아 갈 것이다.
어머니의 안과진료
병원을 찾았으나 환자가 너무도 많다.
“이비인후과”와 “안과”를 같이 보는 의원이다.
20여분을 기다리니 아버지께서 나오시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한 말씀하신다.
“안성 성모안과에 전화를 해서 약 처방을 알아본 후 약국에서 약을 사면된다.”
“114로 전화해서 안성 의원 전화번호를 알아 보거라.”
114에 전화하여 알아본 후 전화하니 “성모병원”이 나오고 다시 전화하여 확인하니 “성모안과”는 안 나온다고 한다.
“전화번호가 안 나온 데요.”
“세상에 114에 나오지 않는 전화번호가 어디 있단 말이냐.”
하지만 나오지 않는 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시간은 계속 흐르고 차라리 안성에 갔다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의원으로 올라가니 진찰이 막 끝나시고 적외선 치료를 받고 계셨다.
“이옥헌 할머니 주사 맞으세요.”
어머님께서 주사실로 들어가셨다.
“원 세상에 안약만 처방하면 되는데 웬 주사란 말이야.”
“전문성도 없고 잘 모르니까 이것저것 다 처방하는 모양이구먼.”
아버지께서는 이 의원이 영 못 마땅하신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병원 밖으로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난해부터 의약분업이 시작되면서 약국에 가서 약을 조제하여야 한다.
약국에도 사람이 만원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지루하기 시작한다.
다른 차에서 기다리는 식구들은 더욱 지루해 할 것이다.
“병원 진찰 다 끝마치고 출발합니다.”
“벌써 끝났어. 그래도 빨리 끝났네.”
형님은 역시 한 수 위시다.
늘 여유가 있으시기 때문이다.
다시 수안보를 향하여
출발을 하면서도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비가 오고 있으므로 오늘 일정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콘도에 전화를 하니 체크인은 오후 2시부터라고 한다.
“어떻게 하지?”
“일단 수안보에 가서 생각하자고.”
콘도에 도착하여 사정을 하였으나 헛수고였다.
이제 방법이 없다.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 하지 않은가.
“여기 수안보는 올갱이 해장국이 유명한데 그거나 먹으러 가자고?”
“좋지 그렇게 하자고.”
음식점에 들어가 조금 있으니 비가 그쳤다.
“장호원 병원에서 환자가 좀더 많이 있었어야 하는데.”
“30분만 시간을 지체하였으면 음식점에 들어오지 않고 계곡에 가서 준비해온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하늘이 야속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 이 집 천주교신자네.”
“어떻게 알아?”
“저기 십자가 고상이 걸려 있잖아.”
“그러게 이 집에 들어오기를 참 잘했구먼.”
어머니께서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신자 집으로 온 것이 좋으신 모양이시다.
달천강으로 물고기 잡으러 출발
민물고기는 우리들이 어렸을 때에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대덕방죽에서 흘러오는 실개천이 과수원 옆으로 흘러갔다.
그 실개천은 안성천을 거처 아산만으로 흘러 내려가는 하천이며 비가 온 후면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던 기억이 난다.
그 작은 개천에는 붕어, 송사리, 미꾸라지, 메기 가물치 등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잡히는 곳이었다.
특히 민물장어와 자라도 잡히곤 하였다.
고기 잡던 옛 추억을 되살리고 아이들에게 이번 휴가의 색다른 추억도 만들어 줄 겸하여 오후 시간은 물고기 천렵으로 정했다.
사무실에서 투망도 빌려왔다.
투망은 던지는데 특별한 기술을 요한다.
안성에서 던지는 연습을 하였으나 생각만큼은 잘 던져지지가 않았다.
“그 정도면 잘 던지는 거다.”하면서 형님이 추켜세워 주었으므로 한번 던져 볼 요양이었던 것이다.
달천강으로 향하는 길을 잘못 접어들어 월악산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돌아서서 달천강으로 가는 도중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부모님께서 연세가 있으신 지라 피곤해 보이신다.
이 비가 오는데 계실 곳도 마땅치가 않으니 콘도로 돌아가자고 형님이 제안을 한다.
콘도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고 짐을 모두 올려놓고 나니 모두들 피곤한 모양이다.
축구시합
처음에는 족구시합을 할 생각이었으나 우석이가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바람에 경기를 진행할 수가 없다.
벽돌을 주어서 골대를 만들고는 조 편성을 했다.
A팀 : 아버지, 병혁, 병국, 경훈
B팀 : 형, 형수, 경민, 우준, 우석
시작하자마자 나의 패스를 받은 경훈이가 선취 골을 넣는다.
우리 팀은 사기가 중천 하여 상대팀을 가지고 노는 듯 했다.
하지만 상대팀도 실력이 보통은 넘는다.
우준이의 볼 드리블 실력이 만만치가 않다.
“우준이는 집에서 축구시합을 자주 해.”
“지난 번 중학생들과 축구해서도 이겼다고 하드라고.”
병국이가 제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다.
우석이는 그라운드의 진공청소기이다.
끝까지 쫓아다니면서 가로-거치니 역시 골목 축구에서는 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어영부영 하는 사이 연달아 두 골을 먹고 말았다.
게임 스코어는 2대1 역전이다.
“타임아웃”
송희 엄마가 전반 10분이 끝났다고 알린다.
10분 정말로 긴 시간이다.
숨이 탁탁 막히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B팀은 사기가 중천 하여 팀 파이팅도 외치며 난리 법석을 떤다.
후반 10분 시작
만회골을 넣기는커녕 오히려 한 골을 더 먹어 스코어는 3대1이 되고 말았다.
계속하여 공격을 하였으나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동점골을 뽑아내는 데는 실패한데는 형수의 선방이 있었다.
우리 팀의 골키퍼는 아버지가 맡고 상대팀은 형수가 맡았다.
형수의 골키퍼 실력이 대단하다.
결정적인 골을 계속하여 세 개나 막아내며 선방을 하였기 때문에 결국 우리 팀이 지고만 것이다.
후반 10분이 끝나고 모든 선수는 그로기가 되었다.
10분도 이렇게 힘든데 축구 선수들은 어떻게 45분씩 뛸까?
지난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연장전까지 치르느라 체력이 바닥이 나서 4강 전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 않았는가.
참으로 힘든 운동이다.
산책
축구시합이 끝나고 아버지께서는 산보를 나가고 싶어 하신다.
콘도 위쪽으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자동차극장이 나오고 그 위로 조금 더 올라가니 고개 마루가 나오고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다.
콘도에 가면 대개 산책코스와 체력단련 장이 있는데 이곳은 규모가 적은 콘도라 그런지 산책코스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곳에 오르니 넓은 시야가 펼쳐지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시원스러우며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고 상큼한 공기에 취하는 듯싶다.
고개 마루에는 한전 변전소가 있고 변전소입구에 조그마한 쉼터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나무 그늘도 있고 벤치도 있으며 수도전까지 만들어 놓아 잠시 쉬어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물맛이 별로 구만.”
아버지께서는 물맛이 좋을 것으로 기대를 하시고는 한 모금 마시니 시원한 느낌이 아니라 실망하신 모양이다.
그곳까지 수돗물이 올라 올리는 만무하고 지하수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지하수를 물탱크에 받아 두었다가 수도전으로 보내므로 시원한 맛이 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삼겹살 파티
원래는 점심을 계곡에 가서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야외에서 맛있게 구어 먹으려고 준비한 삼겹살이었으나 비가 와서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저녁 파티에 등장한 것이다.
아이들은 몇 점 먹고는 방에 가서 퍼진다.
아마도 축구시합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3㎏이나 되는 고기를 순식간에 뚝딱 해치운 것이다.
병국이는 승복이네가 온다고 먹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하는 수 없이 삼겹살 현지에서 긴급 추가 구입
승복이 왔구나.
8시가 조금 지나 승복이네가 도착하였다.
아이들 이름은 “명원”이와 “철원”이다.
승복이는 부모님이 안 계신다고 한다.
어려서 돌아가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집 부모님을 친부모 못지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 형제들보다도 더 낳은 듯싶다.
명절 때면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찾아오며 나보다도 더 자주 내려가는 듯싶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께서도 친자식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 승복이네가 찾아왔으니 어머님께서 더 기뻐하시는 듯싶다.
고, 스톱
고스톱은 우리나라 제일의 오락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고스톱도 함께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그룹 놀이 첫 번째가 자치기였다.
그 당시 물자가 귀하여 공도 구하기 힘들 때인지라 주위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깎아 만든 자치기가 유일한 오락 기구였다.
어느 부자 집 아이가 공을 사게 되면 찐뽕이라는 경기를 하였다.
찐뽕은 투수 없이 공을 나무 봉으로 치고 베이스를 돌아오는 경기로 현재의 야구경기에 가깝다.
그런 찐뽕이 하고 싶었으나 공도 없고 또한 내가 너무 어리고 연약하여 그 게임에 나를 끼워주지 않아 뒷전에서 구경이나 하는 신세였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이제는 자치기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놀이문화가 많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화투만은 더욱 발달하여 어디를 가나 목격할 수 있는 게임이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의 기억이다.
부모님께서 화투를 무척 좋아 하셨다.
두 분이 앉으면 육백을 치신다.
재미있게 치시다가도 끝날 때면 화투판이 자주 뒤집어 지곤 했었다.
별것 아닌 문제로 옥신각신 하시다가 결국 엎어지는 것이었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새 화투를 사오셨다.
한 개는 부러지고 몇 개는 쪽이 떨어져 나간 낡은 헌 화투는 우리들 차지가 되었다.
우리들은 첫날밤부터 밤을 새며 화투를 치다가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화투를 빼앗겼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화투는 우리 집 제일의 놀이기구였다.
우리 형제들도 모이면 가끔씩 고스톱게임을 한다.
고스톱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가 있다.
그러나 게임이 끝나고 나면 쓸쓸하고 허전하고 아쉬운 것이 고스톱이다.
돈을 잃으면 기분이 언짢고 속이 쓰리며, 따게 되더라도 왠지 찝찝한 마음으로 상쾌하지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고스톱을 잘 치지 않는다.
남들이 하자고 할 때에도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할 때가 더 많다.
그런 이후부터는 구경하는 맛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자! 고여 돌아 부쳐.”
“스톱, 저쪽은 피박이고 이쪽은 광박에 피박 이구먼.”
고스톱이 한 참 무르익어 가는 와중에 병국이 친구 한 명이 찾아왔다.
KBS촬영기자라고 한다.
친구 세 명이 모처럼 만났으니 한 잔 하러 가고 싶어 하는 눈치다.
피곤도 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고스톱을 끝냈고 병국이와 그 친구들은 한잔하러 밖으로 나갔다.
(2002년 8월 17일)
시간 없는데 왜들 안 오는 겨?
오늘의 일정 중 오전은 문경새재에 가서 왕건 촬영장과 4관문을 구경하는 것이고 오후 일정은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 시간이 남으면 탄금대를 갈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네 사람이 보이지를 않는다.
병국이와 승복이는 목욕을 갔다.
아버지께서는 산책 가시는 것을 보았다고 형수가 말한다.
어머니는 어디를 가셨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목욕간 사람도 산책 간 사람도 어머니도 오리무중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침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기다리는데도 오지를 않고 있는 것이다.
수연이네도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오기로 되어있는데 전화 연락을 하여보니 아직 장호원이라고 한다.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면 스케줄 변경이 불기피하다.
조바심을 하며 기다리는데도 연락이 없다.
8시 40분 경 네 사람이 모두 왔다.
병국이와 승복이가 목욕을 가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갔던 것이다.
“30분만 있다 나와.”
아버지께서는 기다리시는 것을 무척 싫어하신다.
그러시기에 어머니께 단단히 당부를 해 놓으신 것이다.
어머니께서도 아버지의 성격을 잘 아시는지라 약속시간보다 5분전에 나오셔서는 기다리고 계셨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들 다른 곳에서 기다리며 애매한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어머니께서는 다리가 아프셔서 돌아다니시지를 못하시기 때문에 목욕탕에서 나오셔서는 바로 앞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셨고 다른 사람들은 건물 밖에서 기다리면서 서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가 잘못 했다고 하시고 어머니는 그 반대이시다.
평상시 사소한 문제로 늘 그러신다.
부모님은 그렇다 치고 병국이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왜 공무원증을 안 가지고 왔어?
“상록호텔 사우나는 공무원증만 있으면 반값이여.”
승복이가 나보고 들으라고 한마디 한다.
“아이고! 공무원증을 왜 안 가지고 왔어.”
“알았으면 가지고 왔지요.”
“항상 몰라서 손해라니까요.”
상록호텔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공무원 후생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 졌으므로 50% 할인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공무원증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알고는 형님과 어머니께서 너무도 아쉬워하신다.
자! 문경새재로 출발합니다.
계획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오전에 문경새재를 구경하고 돌아와서 점심을 먹으려면 시간이 너무도 촉박하다.
하지만 처음 찾아가는 길인지라 지리가 어두워 헤맬 수밖에 없다.
수안보에서 이화령을 넘어 조령까지 가야한다.
현재 이화령에는 터널도 뚫리고 4차선 도로로 확장되어 있다.
나는 길을 잘못 들어 새로 난 지름길로 가지를 않고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이화령을 넘고 있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형수가 현기증이 난다고 한다.
사실 운전하는 사람은 잘 느끼지를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험한 산길을 지그재그로 돌아 올라가는 코스가 스릴 만점인 모양이다.
고개 마루 정상에 다다르니 이화령 휴게소가 자리 잡고 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참으로 절경이다.
“여기로 올라오기를 참 잘했네.”
“경치가 끝내주는군.”
형님은 길을 잘못 들어 옛날도로로 온 것이 오히려 참 잘됐다고 좋아하신다.
사람의 느낌은 애나 어른이나 똑같은 것이다.
아이들도 경치에 취해 신나는 모양이다.
우준이 우석이 명원이 철원이 모두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더니 갑자기 보이지가 않는다.
어느덧 경치 구경하러 계곡 쪽으로 내려간 것이다.
“저기 이 서방 아니야.”
수연이네와 왕건세트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화령 마루에서 만난 것이다.
아마도 텔레파시가 통한 모양이다.
이 서방은 직통도로를 알고 있지만 수연이에게 좋은 구경 시켜준다고 하면서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여기가 송악궁이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왕건 세트장을 구경하고 문경새재를 구경할 계획이었으나 막상 와서 보니 왕건 세트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도립공원 문경새재 안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공원 입장료만 내면 되며 세트장은 별도 입장료가 없다.
얼마 전 김정숙과장이 세트장 입장료를 너무 비싸게 받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바가 있어 별도 시설로만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내가 문경새재를 처음 온 것은 약 7년 전 삼정동에서 ME활동할 때 ME식구들과 함께 왔었다.
그때 이석환(그레고리오)형제님이 좋은 곳을 안내한다고 하면서 손수 운전하고 데리고 온 곳이 바로 이 문경새재다.
그때에는 괴산 쪽에서 올라왔는데 조령산이 괴산군립공원으로 괴산군청에서 입장료를 받고 문경새재 4관문에 다다르니 문경새재는 도립공원으로 경상북도에서 입장료를 따로 받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한 곳을 구경하는데 두 곳에서 입장료를 받은 것이었다.
괴산은 충청북도이고 문경은 경상북도이므로 지자체가 서로 다르므로 제각각 입장료를 받는 것이다.
KBS대하드라마 “왕건”은 인기 드라마였기에 이 세트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왔다 간 사람들의 말은 들으면 좋게 관전평을 하는 것을 듣지를 못했다.
시설이 너무도 조잡하고 형식적이며 엉터리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 것이 대다수의 평론이었다.
나의 관전평은 좀 다르다.
드라마 한편 만드는데 수십억 수백억이 든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형식만 갖추고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한두 푼이 들어간 공사가 아니다.
거기다 출연진만도 수백 명 많게는 천명이 넘게 동원되고 있으니 역시 대하드라마는 대단한 작품이다.
이 촬영장을 현재는 “제국의 아침” 세트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간을 잘 맞춰 가면 촬영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고 하던데 우리가 가던 날은 촬영이 없는 날이다.
참으로 아쉽다.
경상도 사람들 한양 가던 길
세트장 옆으로 4관문 올라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이 길은 옛날에 경상도 사람들이 한양에 올라가는 길이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이도 이 길로 과거시험을 치러가다 환자를 만나 그 환자를 치료해 주느라고 시험을 치르지 못한바있는 바로 그 길인 것이다.
옛날 모습으로 보존하고 있어 산보하기에 참으로 좋은 길이다.
요즘의 길은 시골의 골목길까지도 모두 포장이 되어있어 흙 길을 밟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곳은 흙 길이다.
사람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약해야한다.
시멘트 콘크리트에서 배어 나오는 독소를 정화시킬 수 있는 것도 바로 흙이다.
흙은 모든 것을 정화한다.
오염된 물도 흙 속을 통과하면 맑은 샘물이 된다.
이러한 흙 길을 따라 산책을 하노라면 나무들도 신선한 공기를 선사하며 우리들을 반긴다.
나무에서는 피톤치드라는 효소를 발산하여 스스로를 보호 할 뿐만 아니라 나쁜 균을 정화하여 우리들에게 삼림욕을 시켜주는 좋은 역할도 한다.
또한 새들은 노래하고 시냇물 소리와 바람소리도 자연의 오케스트라에 한 멤버가 되어 연주에 동참하며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다.
어떠한 음악회를 가 보아도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들어 본적이 없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들려주시는 연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이 아름다운 대 자연을 스스로 파괴하는 중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보금자리도 빼앗고 스스로 자해행위에 동참하며 인류의 종착역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없어 4관문 정상까지 올라가지를 못하고 1/3지점인 교귀정까지 밖에 올라가지를 못했다.
참으로 아쉽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하산을 서둘러야한다.
오전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오후 일정에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고! 내 배낭아!!!
“송희아빠 배낭을 두고 왔어요.”
배낭을 줄곧 내가 메고 다니다가 하산하면서 경훈이에게 맡겼는데 중간에 휴식을 취하다가는 그 휴식장소에 벗어 놓고는 그냥 내려온 것이다.
혹시 누군가가 주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숨을 몰아쉬며 뛰어 올라가 보니 휴식하던 벤치 위에 올려져있다.
참으로 다행이다.
나는 항상 경훈이가 걱정이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고 들지를 않는다.
잘못된 것은 모두가 엄마 탓이다.
자기가 할 일을 엄마에게 민다.
책임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메고 오던 배낭도 벗어놓고는 아무 생각 없이 내려오는 것이다.
나는 경훈이가 꿈을 갖기를 바라며 그 꿈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지금 경훈이가 이렇게 된 데는 내 잘못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
평소 경훈이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어야 하는데 늘 못미더워하며 칭찬보다는 꾸지람만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경새재에 아쉬움을 남겨놓고
시간이 2시가 다 되어간다.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물가 옆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상당히 부럽다.
오늘 일정 중에 가장 잘못된 것은 점심계획이다.
자연에 놀러 왔으면 자연 속에서 점심을 먹어야지 왜 콘크리트 속 콘도에서 밥 먹을 생각을 하였단 말인가.
맑은 물이 흐르는 시원한 계곡에서 물소리 들어가며 물 속에 발도 담가 가며 점심 먹을 생각을 왜 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제일 아쉬워하는 사람은 바로 형님이시다.
이곳에서의 일정은 적어도 하루는 필요하다.
시간이 없어서 세트장을 제대로 본 것도 아니고 문경새재도 다 올라가지 못하고 아쉬움만 남긴 채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가않다.
승복이도 아쉬운지 이곳을 다시 오겠다고 한다.
밥이 설었잖아?
아침에 콘도를 나가면서 전기밥솥에 밥을 안쳐 놓고 어제 먹다 남은 찰밥도 전기밥솥에 넣어 꽂아놓고 나갔는데 들어와서 확인하니 밥솥이 싸늘하다.
콘도의 전기는 현관 앞 키 꽂이에 키를 꽂아야만 전기가 들어오고 그 키를 빼면 차단되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 한 밥은 나가기 전 미리 꽂아놓은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밥이 먹을 만한 정도이다.
찬밥도 쉬지는 않아 천만 다행이다.
사소한 것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실수이다.
식사가 시작되자마자 밥 두 솥이 순식간에 뚝딱이다.
남을 줄만 알았던 밥이 모자란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오후 일정은 충주호 유람선이다.
배 시간을 확인하니 3시 40분배다.
월악나루까지 적어도 30분은 소요되므로 늦어도 3시에는 출발을 해야 한다.
“출발 5분전”
나는 시간을 독촉한다.
“자 모두 출발합니다.”
차가 출발을 해야 하는데 부모님께서 나오시지를 않으신다.
3시 10분이 지나고 있다.
배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조바심이 난다.
“이러다가 배 노치겠네.”
“오늘 유람선 못 타겠다.”
송희가 제일 안달 바가지다.
기다리다 못해 형님이 쫓아 올라가셔서는 모시고 내려왔다.
어제부터 말썽이던 안약이 또 문제였다.
핸드 빽에 넣은 약이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고 하신다.
형님이 핸드 빽을 쏟아놓고 확인하니 그 속이 들어 있었다고 하신다.
급하게 찾다 보니 오히려 더 눈에 띄지 않았나 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서두르다보면 서툴게 할 수밖에 없고 또 조급하게 되어 당황하게 되며 결국시간만 허비하고 일을 그르치게 되므로 침착하게 차근차근 하는 것이 오히려 빨리 하는 길이란 뜻이다.
결국 배는 놓치고
3시 20분이 다 돼서 출발하니 3시40분까지 나루에 도착할 방법이 없다.
나루에 전화하여 배 시간을 다시 확인하니 3시 50분 출발이라고 한다.
빨리 달려가면 시간 안에 도착할 수가 있다.
나루에 도착하니 5분전이다.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배표를 구입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배 승선인원 초과란다.
10명만 승선이 가능하단다.
다음 배는 1시간 후에 있다.
하는 수 없이 다음 배표를 구입.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 동동주나 한잔
병국이와 승복이는 뒷전이다.
어제 마신 숙취가 아직 남아 있는 듯싶다.
도토리묵에 동동주가 입에 딱딱 붙는다.
수연이는 이 서방이 과음을 할까봐 안달이다.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든 유람선
무덥고 습도까지 많은 날씨라 후텁지근하고 온 몸이 끈끈하며 불쾌지수가 높다.
금년도 비가 많이 와서 충주호가 만 수위다.
예전에 왔을 때 수위가 줄어 호수 가장자리로 흙 띠를 형성하여 옥에 티였었는데 오늘은 그 띠가 보이지를 않아 경치가 더욱 아름답다.
유람선은 승선인원 약 100여명 정도 되는 배이다.
배 객실 안은 에어컨을 틀어주어 참으로 시원하지만 시야가 좁아 경치가 잘 보이지를 않는다.
갑판 위에 올라가니 시야가 탁 트여 사방이 한 눈에 들어오고 유람선이 바람까지 가르고 달리니 마음까지도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객실 내에서 느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환상적인 느낌이다.
나는 그 느낌을 나 혼자 즐기기가 아까워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갑판위로 올라오도록 했다.
하지만 부모님과 이 서방은 올라오지를 않는다.
“충주호 유람은 단양팔경 쪽을 가야 하는데 이쪽은 경치가 별로 아름답지를 못하군.
“유람선 관광이 예전만 못해.”
“예전에는 음악도 틀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참 재미있었는데.”
아버지께서는 배가 나루에 도착하기 직전 갑판 위로 올라오셔서는 예전에 오셨던 소감을 말씀하신다.
약 10여 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충주호 유람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여러 사람이 죽은 사건이 있었다.
부천에서도 부녀회장들이 그 배에 탔다가는 한 명이 죽은바있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관계자를 문책하게 되므로 요즘은 규정을 잘 준수하는 편이다.
처음에 배에 승선하기 전에는 관광객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분위기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이다.
배에서는 일체의 노래와 춤이 금지되고 승선인원도 철저히 준수되고 있는 것이다.
축구시합 재대결
어제 축구시합에서 상대팀에 패한 것이 아직까지 못내 아쉽다.
“자! 축구시합 하러 갑시다.”
오늘은 이기겠다는 각오이다.
“빨리빨리 모이세요.”
팀 편성은 어제와 같이하며 어제 참여하지 않았던 승복이와 작은아이 철원이는 우리 편이고 명원이는 상대팀으로 편성했다.
팀 편성 결과는 우리 팀이 절대적 우위이다.
“슛! 골인”
이게 어찌된 일인가.
우리 팀이 오히려 선취 골을 먹은 것이다.
“자! 서두르지 말고 작전대로 천천히 하자 구.”
우리 팀은 작전을 다시 세웠다.
정확한 패스에 의한 공격이다.
아무리 골목축구라고 하드라도 작전과 슛 찬스를 만들지 않고는 골을 넣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축구가 월드컵에서 4강까지 올라 간 데는 히딩구라는 명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전을 다시 세우고 짜임새 있는 공격을 실시한 결과 만회골을 넣는데 성공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을 취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자! 후반전 빨리 하자고.”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빗속에서 하는 축구시합은 땀을 식혀주어 시원하기는 하지만 점점 더 많이 쏟아지는 빗속에서의 수중 전은 무리인 듯싶다.
“자! 골든 골로 합니다.”
결국 그 게임에서 우리 팀이 골든 골을 넣어 이겼다.
10원짜리 고스톱을 쳐도 눈에 쌍 라이트를 켜게 되며 단돈 100원을 잃어도 서운한 것이 시합이다.
아이들과 재미로 하는 시합일지언정 그래도 이기고 나니 기분이 괜찮다.
또 삼겹살이냐?
한번 실수는 병가상사요 또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던가.
어제의 실패를 거울삼아 오늘은 전기밥솥을 꽂아놓고는 열쇠고리도 벽에 꽂아놓고 열쇠만 달랑 빼 가지고 나가니 전기가 차단 될 리가 만무하다.
밥솥을 열어보니 김이 모락모락
이렇게 쉬운 것을 어제는 왜 몰랐을까.
“어제 실컷 먹었는데 또 삼겹살이야.”
“누가 먹는다고 삼겹살은 이렇게 많이 사왔어.”
어머니께서도 형수도 못마땅한 표정이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삼겹살을 구어 대기가 바쁘다.
안 먹을 것 같던 사람들까지 먹는 데는 양보가 없다.
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자라는 것이다.
갈증에는 역시 맥주가 최고
“누구 맥주 좀 사오지.”
모두들 눈치만 보고 있는데 송희가 나서서 사온다고 한다.
송희는 현재 대학생이지만 만 19세 미만이므로 술 판매가 금지되어있다.
아니나 다를까 신분증을 보여 달라며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판매하면 위법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런 심부름을 시킨 내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무가 그와 관련되어 있음에도 나 스스로도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음식점에서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영업정지를 받는다.
정지기간이 자그마치 2개월이다.
음식점 사장들은 영업정지가 2개월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나면 얼굴표정이 변하고 눈물을 흘리며 통사정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나는 그런 사항을 보노라면 마음이 약해져 동정심이 가지만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조금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이 안쓰럽다.
그런 사항을 잘 알면서 청소년에게 심부름을 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송희가 대학생이고 밖에 나가면 25살까지 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기에 적당히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수연이가 내려가서는 사올 수가 있었다.
역시 맥주는 참으로 시원하다.
소맥으로 마시니 짜릿하면서도 시원하기가 그만이다.
회장 총무 선출
그동안 우리 형제들은 함께 나눔이 부족했다.
다른 집안들은 형제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하여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우리 집 형제들은 서로 제각각이었다.
부모님의 생신 등 집안의 큰일을 치를 때에도 주로 형님의 몫 이였다.
장남으로 태어난 죄로 음식값은 도맡아 내기 일쑤였다.
형님은 제약회사를 그만 두신 후부터 경제사정도 좋지가 않으시건만 의무감에서 장자노릇 하느라 늘 고생이셨다.
나는 그런 것이 늘 마음에 걸려 얼마 전부터 음식값을 교대로 내고 있다.
하지만 송희 엄마는 너무도 계산적이다.
음식값을 계산할 때 송희엄마 모르게 계산하려 하지만 눈치를 채고는 확인하기 일쑤였다.
그 집안이 잘 되려면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된다고 한다.
하찮은 일 갖고 집안싸움이 벌어지기 일쑤다.
음식 값 가지고 다툰 일은 없지만 정현이 대학 합격하고 하숙문제로 큰 곤란이 빠진 적이 있었다.
어머니 생각에는 두 집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고 제안하신 사항이지만 서로의 생각이 틀려 어머니께서도 무척 서운해 하시고 형수도 서운해 하시며 서로의 관계가 서먹서먹한 단계까지 간 경험이 있지 않은가.
“자 이번 기회를 계기로 우리 형제들도 형제 친목회를 만들면 어때?”
형님은 늘 그 문제를 마음속에 두고 계셨던 것으로 보인다.
형님의 일방적인 제안에 모두들 박수로 찬성의 의사를 표하니 일사천리로 통과다.
아버지는 고문
형님은 회장
나는 총무
회비는 년60만원
승복이는 부모님을 양어버이로 모시는 듯하니 본인 의사에 따름
고스톱 재격돌
어제 고스톱에서는 내가 봉이었다.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마테오10,39)"
고스톱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먼저 하자고 설치는 사람이 대부분 잃고 상대가 만만해 보일수록 출혈이 더욱 심하다.
오늘은 따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조금만 잃겠다고 다짐한다.
형님은 피곤한지 명원이 엄마에게 대신 치라고 하고는 벌렁 드러누우신다.
눕자마자 꿈나라로 직행이다.
오늘 일정이 힘들었는지 왠지 피곤하다.
“쓰리--고우”
“도세요.”
이 서방이 대박을 터트리는 냥 기세가 등등하여 쓰리고를 외친다.
“자! 자뻑 한 것이니 짱투입니다.”
“피 두 장씩 주세요.”
이 서방이 깜짝 놀란다.
내가 초장에 뻑한 것을 이 서방이 쓰리고 할 때까지 먹지 않고 돌리다 먹은 것이다.
결국은 이 서방이 고 바가지
내가 너무 심했나보다.
초반부터 돌아가던 패가 쓰리고 할 때까지 먹지 않았으니 내가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작전은 성공했지만 아쉬워하는 이 서방 보기가 민망하다.
(2002년 8월 18일)
휴가 중 주일미사 참례
아침에 눈을 뜨니 5시다.
부모님께서도 일어나 계신다.
오늘은 주일날이라 성당에를 가시기 위해서이다.
휴가 첫날 음식점에서 성당 위치와 미사시간을 알아 놓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옆 호실에 전화하니 송희엄마는 벌써 준비하고 나왔다고 한다.
송희엄마는 아침잠이 많으나 미사시간만큼은 예외이다.
다른 때는 피곤하다고 하면서 의례 늦잠인데 오늘은 제일 먼저 일어나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아! 참 좋다.”
성당 마당에 도착하니 수안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끝내준다.
어머님께는 감탄사를 연발하신다.
성당 내부는 마루바닥으로 되어있고 신발장에 신을 벗어 놓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들어가게 되어있다.
내가 영세를 받은 구포동 성당이 생각난다.
학창시절 새 운동화를 사 신고 성당에를 갔는데 미사를 참례하고 나와 보니 운동화가 없어졌던 기억이 난다.
구포동 성당도 마루바닥이며 입구에 신발장이 있었다.
그때 그 운동화가 마음에 들어 애지중지했었는데 잃어버려 얼마나 서운했으면 아직까지 생각이 나겠는가.
신부님께서는 강론 내용을 미리 적어 가지고 나오셔서 읽어 내려가신다.
내용은 기도의 방법과 중요성에 관한 강론이시다.
강론을 매일 쓰시기도 쉽지가 않을 텐데......
송계계곡으로 출발
오늘계획은 원래 삼탄강유원지에 가서 강수욕도 하고 물고기도 잡을 심산이었으나 승복이가 제안을 하여 송계계곡 백숙 집으로 가기로 했다.
삼탄강유원지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은 것이라 정확하지 않으며 그곳까지 갔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여건이 좋지가 않으면 가족들이 실망할 것이 은근히 걱정이 되던 중에 승복이가 다른 제안을 하기에 옳다 싶어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송계계곡 백숙 집은 첫날 찾아왔던 KBS촬영기자 친구가 알려주었으며 자기도 몇 번 찾아온 경험이 있다고 한다.
“야!!!!!!! 참 좋----다.”
역시 소개할 만한 집이다.
집 옆으로 계곡 물이 흐르고 물가에 좌대를 만들어 놓아 물놀이 하다가 음식도 먹고 또 음식을 먹다가 물놀이도하고 신선이 따로 없는 그런 집이다.
다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도토리묵 안주에 죽통주 한잔
송계계곡 백숙 집에 도착한 것은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오늘은 아침도 늦게 먹어 현재는 밥 생각이 별로 없는 듯하다.
“이 집은 지금 주문해야 이따 점심시간에 나온다고.”
“음식을 미리 주문하지요?”
승복이는 단골집이라 이 집 사정을 잘 알고 있으므로 먼저 주문부터 해 놓을 것을 권한다.
“우선 백숙부터 4마리 주문이에요.”
“백숙은 1시 반에 주시고요 도토리묵과 죽통 주를 먼저 주세요?”
죽통 주 처음 마셔보는 술이다.
대나무 속에 넣어 숙성 시킨 술이라고 한다.
죽통 주가 나왔다.
역시 특이한 술임에 틀림이 없다.
대나무 한 마디를 잘라서 술병을 만들고 윗부분에 구멍을 내었고 비스듬히 잘라서 주전자 주둥이 역할을 하게 만들어진 특이한 술병이다.
술 맛도 특이하다.
대나무 특유의 향이 배어있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매우 부드럽다.
“캬! 이 술맛 끝내주네.”
내친김에 죽통 주 한 병을 더 시켜서 다 마신 다음 소주를 그 죽통에 부어서 딸아 마시니 분위기가 소주 맛을 압도하는 듯싶다.
공-공-칠-빵 으악!
“다들 이쪽으로 모이세요.”
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휴가기간 동안 할 프로그램을 짜면서 가족 게임을 몇 가지 준비했다.
원래는 첫날 저녁에 할 계획이었으나 여건이 맞지가 않아 하지를 못했으므로 오늘 써먹을 심산이다.
아버지와 송희엄마는 참여하지 않고 산으로 간다.
송희엄마는 게임이라면 칠색 팔색을 한다.
자격지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누구나 틀리게 마련이고 틀리는 사람이 있어야 게임이 재미있게 진행되는 것인데 아마도 본인이 놀림감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다같이 게임, 공공 칠게임, 혼자왔습니다게임
게임이 시작되면서 흥이 무르익고 모두들 재미있어한다.
준비하기를 잘했고 오늘 하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다.
게임을 하면서 세대 차이를 느낄 수가 있다.
동심의 세계는 아름답다고 했다.
꾸밈이 없이 순수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틀리면 눈치만 보고 있다가 지적하면 마지못해 틀렸다고 인정하지만 아이들은 틀리면 즉시 자수를 한다.
우석이는 틀리는데도 일등이요 자수도 일등이다.
순수함은 나이에 반비례하고 있다.
야! 고기 잡았다.
아이들은 물가에서 고기잡이에 여념이 없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물고기를 물 컵으로 낚아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맨손으로 잡는 것이 차라리 쉬울 듯싶다.
병국이가 차에서 어항을 꺼내 주니 몇 마리를 잡았다.
아이들이 컵에다 제각각 한 마리씩 넣어 가지고는 마냥 신기해한다.
자연학습이 따로 없다.
맑은 물에서 사는 물고기인지라 깨끗한 것이 먹음직스럽다.
매운탕에 쐬주 한 잔 캬!!!!!
우리 집 식구들은 민물고기를 무척 좋아한다.
예전의 추억이 있어서 더욱 생각나는 것 같다.
이번 휴가 중에 물고기를 잡아볼 심상으로 투망까지 빌려와서는 안성에서 연습까지 하고 왔는데 한번도 던져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투망은 원래 불법 어구이기 때문에 단속반에 걸리면 망신을 당한다고 한다.
승복이는 “사람들의 인적이 뜸한 곳에 가서 던져야 한다.”고 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표정이다.
백숙 네 마리 게 눈 감추듯 하고
어느덧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어서고 있다.
옆 좌석에서 음식 먹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배꼽시계 돌아가는 소리가 더욱 빨라지는 듯싶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에는 음식 생각이 없었으나 게임도하고 계곡 물에서 노는 동안 배가 푹 꺼졌기 때문이다.
1시 반에 가지고 오라고 주문을 하고서는 빨리 가지고 오라고 독촉들이다.
이 집은 약속을 잘 지키는 집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이 1시 반이 되서야 음식이 나온다.
아이들은 물에서 노는데 열중인지라 음식은 뒷전인 듯싶다.
시장하던 차에 먹는 음식인지라 백숙 4마리 게 눈 감추듯 하고 죽까지도 순식간에 해치운다.
2002년 여름휴가를 끝마치며
휴가 일정 중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각자 충주에서 헤어지며 안전 운전을 기원한다.
그 동안 휴가 준비를 하면서 겪었던 마음고생도 이제 모두 털어 버리자.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우리 형제들 그 동안 소홀했던 형제적 우정도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작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된 이번 휴가야말로 뜻 깊다 아니할 수 없다.
앞으로 형제들 친목회가 무사히 항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직한 채 이번 여름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부모님께서도 이번 휴가를 즐겁게 느끼신 듯싶다.
그 동안 자주 모시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 할게요.
우리 형제들 친목회가 잘 유지되면 저절로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2002년 여름휴가를 보내고